[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제218편 위효불관(爲孝佛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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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제218편 위효불관(爲孝佛寬)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5-07-0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218편 위효불관(爲孝佛寬) : 효도(孝道)를 위한 길은 부처님도 용서한다.

글 자 : 爲(할 위), 孝(효도 효), 佛(부처 불/ 석가모니), 寬(용서할 관/ 너그럽다).

출 처 : 佛敎大事典(불교대사전) 韓國의 故事成語(한국의 고사성어)

비 유 : 효도(孝道)는 그 어떤 일보다 큰 덕목이라는 것을 강조한 말.



요즈음 우리의 미풍양속(美風良俗)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을 보고 있자니 매우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곧 충(忠), 효(孝), 예(禮)의 숭고한 전통의 미풍양속이 서서히 우리의 생각에 멀어져 가는 듯한 느낌이다.

충, 효, 예는 한 때 나라를 지키는 호국사상이기도 했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공로는 법(法)을 지키는 일보다 더 진실했다. 이는 옛적으로부터 우리와 함께 존재해왔던 국민의 정신(精神)이자 문화(文化)의 기반이었던 것이다.

특히 효(孝)는 조직구성의 가장 작고 기본단위인 가정(家庭)으로 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는 국가를 보위하는 충(忠)의 근본이 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법(法)의 근간이기도 하다.

또한, 효(孝)는 삼국유사 등의 기록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중시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정조의 명으로 편찬된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에도 효를 중시하는 내용들이 수록되어있다. 다만 조선시대에는 본격적인 봉건적 중앙집권국가로 바뀌면서 근본이념에서 충(忠)보다 한 단계 하락하는 처지가 되기는 했지만, 나라의 근간된 사상이었던 것 또한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Honer your father and mother(네 부모를 공경하라)." 이는 성경(聖經/출애굽기 20:12)에 나오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간에게 주신 십계명 중 5번째 계명이다. 자녀는 부모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품고, 잘 돌보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효도를 위한 일은 부처님도 용서한다. 이는 고려시대의 효자 석주(釋珠)스님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효도는 그 어떤 일보다 큰 덕목이라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불교대사전(佛敎大辭典)

석주(釋珠./1146~1183)는 고려 제11대 문종(文宗. 1019~1083) 때 스님으로 효성이 지극했다. 그는 불심이 두터워서 입산한 것이 아니라 가정 형편이 너무나 어려워서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집을 떠나 입산하게 되었다. 그는 동자승(童子僧) 시절, 생전의 부모님 모습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부처님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더욱 더 불경 공부에 매진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더해만 갔다. 하여 그리움을 잊기 위해 부모님의 모습을 나무에 조각하기 시작했다. 조각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그였지만 일심으로 정성을 다해 부모님의 형상을 만들어 갔다. 그는 처음 얼굴을 조각할 때 코는 크게 해서 다듬어 들어가고, 눈은 적게 해서 점점 섬세하게 다듬어서 드디어 부모의 모습을 재현 해냈다. 그리고 평소 부모님이 즐겨 입으시던 옷 색깔로 채색하였다. 그는 완성된 부모님 조각상을 자기의 방 선반 위에 따로 모셔놓고 마치 살아계신 부모님을 대하듯 정성껏 배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큰스님이 찾아와 말했다.

"너는 속세의 인연을 끊고 석가에게 귀의한 비구가 아니냐? 그런데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토록 못 잊어 하니 안타깝도다. 그 지극한 효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불제자는 부처님께 정성을 바치는 일이 더 우선되어야 하느니라."

"스님,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속에 게시는 부모님을 어떻게 내쫓는단 말입니까? 벌써 20여 년이 지났지만 부모님의 모습이 하루도 잊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근자에는 더욱 사무쳐 미쳐버릴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부모님 상을 새겨 문안을 드리고 배례를 했더니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는 듯합니다. 저도 부처님을 모시는 절에서 부모님의 형상을 모시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되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허허! 후한(後漢)시대의 정란(丁蘭)이라는 사람도 너처럼 부모의 상을 새겨서 모셔놓고 조석으로 문안드리고, 밖에 나갈 때에는 '어디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또 돌아왔을 때에는 '다녀왔습니다' 하고 문안을 드렸느니라. 그런데 그의 아내는 남편의 그런 모습이 영 싫어서 남편이 없을 때 바늘로 그 시아버지 상의 손가락을 찌르니 피가 흘렀다고 한다. 그런 그날 밤, 정란의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 그날 낮에 있었던 아내의 소행을 일러 주었단다. 그래서 화가 난 정란은 자기 아내를 내좇아 버렸는데 사람들은 그런 정란을 일러 하늘이 낸 효자라고 했다. 너 또한 그에 못지않은 효자로구나, 이제부터는 매년 기일에 맞추어 추모하되 부처님을 섬기는 일 또한 소홀함이 없도록 하여라!"

"예, 잘 알겠습니다."

석주는 스님의 말씀대로 산 너머에 초당을 짓고 부모님의 상을 모신 다음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나면 초당으로 달려가 부모님께도 문안을 드렸다. 석주의 이 같은 효심은 마침내 문종에게까지 알려졌다.

"오, 갸륵한지고. 석주의 효가 정란의 효에 뒤지지 않는도다."

문종은 석주에게 후한 상을 내리고 칭찬했다. 그 후부터 문종은 죄인에게도 부모가 있을 시에는 형을 면케 하여 부모를 봉양케 해주었다.

효(孝)에 관한 가르침은 고전(古傳) 여러 곳에서 교훈으로 제시되어 있고, 우리나라 에서는 전래설화(說話)나 소설(小說) 등으로 많은 효자(孝子), 효녀(孝女)의 이야기가 전(傳)해지고 있다.

이 시대 자기만 알고 부모를 등한시하는 풍조나 날마다 접하는 범죄, 이 모든 것이 선조들의 소중한 유산을 멀리하는 탓 아닐까?

우리의 소중한 정신적 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선조들의 미풍양속이 계승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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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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