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29. 왜 많은 사람들은 부정선거론을 믿는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129. 왜 많은 사람들은 부정선거론을 믿는가?

  • 승인 2025-07-24 08:51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부정선거론'이 제기되면서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제기하여 상당한 확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주 및 연방 법원에서 부정선거에 대한 소송이 60건 이상 기각되었고, 한국에서도 부정선거에 대한 소송이 모두 기각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한국의 많은 유권자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한국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제기된 배경과, 왜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부정선거론을 믿는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패배했는데, 그 직후부터 '도난당한 선거(Stolen Election)'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광범위한 음모론을 제기하였습니다. 우편투표, 개표기기, 사전 투표 시스템에 대해 근거 없는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이지요. 법정 소송에서 모두 기각당했음에도 트럼프는 여전히 선거가 도난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주장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1·6의사당 습격 사태로 이어진 것입니다. 2024년 대선에서도 트럼프는 '그때(2020년 선거) 도둑맞았지만, 이번엔 못 하게 하겠다'라는 일종의 '선거 복수 서사'를 핵심 전략으로 사용하면서 선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발언을 계속하였습니다.

한국에서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2002년 16대 대선 전자 개표 조작 의혹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보수 진영 일부에서는 반복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였지요. 그것이 2012년, 2017년, 2020년 등 정치적 격랑 속에서도 전산 개표나 사전투표 조작 의혹들이 꾸준히 제기되었는데, 2024년 총선 이후 윤 전 대통령과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서도 부정선거론이 중요한 이유였으며, 최근 실시된 조기 대선(21대)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황교안 전 총리를 비롯한 전한길 씨 등 극우 유튜버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계속해서 제기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증거가 없는데도 왜 부정선거론을 믿고 있을까요? 그것은 총선이나 대선에서 보수 진영이 패배한 원인을 외부요인으로 돌리려는 심리 상태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인지적 방어기제'로 작동한 것이지요. 즉 '우리가 진 게 아니라 조작 때문이었다'라는 것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유튜버 중심의 탈주류 정보 생태계에서 전한길 씨와 같은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의혹을 확대 재생산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기존 언론이나 공식 통로를 신뢰하지 않고 일부 유튜브를 대안 미디어로 수용합니다. 그리고 선관위, 법원, 검찰 등 국가기관 전반에 대한 불신이 누적된 결과라고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정선거론은 단순한 주장이라기보다 극우세력들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전한길 씨 등이 영향력을 갖는 것도 차분한 논리가 아니라 분노, 억울함, 위기의식을 자극하고 댓글, 모임, 기도회 등을 통해 '우리는 진실을 아는 소수다'라는 결속력을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제도적 신뢰 회복, 정보 생태계 개선 그리고 시민 교육 등인데, 이러한 부정선거론은 단순한 사실 왜곡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의 위기와 정보 기반의 분열로 보아야 하기에 해소 방법이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부정선거론이 제도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대중적 지지를 받는 이상 단순한 사실 여부를 넘어 선거 과정의 투명성 강화, 허위 정보에 대한 팩트 체크 강화,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한 꾸준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사직야구장 재건축 국비 확보, 2031년 완공 목표
  2. 금강 세종보' 철거 VS 가동'...시민 여론 향배는 어디로
  3. 한화 이글스 반격 시작했다…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에 7-3 승리
  4. 신탄진역 '아가씨' 성상품화 거리 대응 시민들 31일 집결
  5. [썰] 전문학, 내년 지선서 감산 예외 '특례' 적용?
  1. "야구 참 어렵다"…김경문 한화 감독, 한국시리즈 5차전 총력 다짐
  2.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임 위원장에 이은권 선출
  3. 충남대, 제2회 'CNU 혁신포럼’…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정책 대응 논의
  4. '수능약?' 전문의약품을 불안해소 오남용 여전…"호흡발작과 천식까지 부작용"
  5.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 마음 회복의 시간, '힐링한판'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트램 공법 위법 아냐… 예산 절감 효과 분명"

대전시 "트램 공법 위법 아냐… 예산 절감 효과 분명"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복공판 공사 계약 과정에서 입찰 부정이 있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복공판 공사 기법이 예산 절감 등의 이유로 필요했고, 업체 선정 과정 역시 관련 규제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30일 최종수 대전시 도시철도건설국장은 시청 기자실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이 제기한 복공판 공사 업체 부정 입찰 의혹 등에 "업체 선정은 대전시가 요청한 조건을 맞춘 업체를 대상으로 역량을 충분히 검토해 선정했다"라며 "사업 내용을 잘 못 이해해 생긴 일이다. 이번 의혹에 유감을..

"야구 참 어렵다"…김경문 한화 감독, 한국시리즈 5차전 총력 다짐
"야구 참 어렵다"…김경문 한화 감독, 한국시리즈 5차전 총력 다짐

"반드시 이겼어야 하는 경기를 이기지 못했다. 야구 참 어렵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LG 트윈스와의 4차전을 패배한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화는 이날 선발 투수 와이스의 호투에 힘입어 경기 후반까지 주도권을 챙겼지만, 9회에 LG에 역전을 허용하며 4-7로 패했다. 와이스와 교체해 구원 투수로 나선 김서현의 부진에 김 감독은 "할 말이 크게 없다. 8회에는 잘 막았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전시, 상장사 성장 지원 본격화… 전 주기 지원체계 가동
대전시, 상장사 성장 지원 본격화… 전 주기 지원체계 가동

'일류경제도시 대전'이 상장기업 육성에 속도를 내며 명실상부한 비수도권 상장 허브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전시는 지역 기업의 상장(IPO) 준비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해 기업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2022년 48개이던 상장기업이 2025년 66개로 늘어나며 전국 광역시 중 세 번째로 많은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시는 이러한 성장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시민 인식 제고를 병행해 '상장 100개 시대'를 앞당긴다는 목표다. 2025년 '대전기업상장지원센터 운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