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에 남긴 흔적… 청소 관리자에겐 하루의 전쟁

  • 사회/교육
  • 이슈&화제

공중화장실에 남긴 흔적… 청소 관리자에겐 하루의 전쟁

사라지는 휴지·쓰레기 더미·막힌 변기… 청소 악순환
물티슈·담배꽁초·나뭇가지 유입 위생처리장도 '몸살'
관리자 “공중화장실은 모두의 공간, 시민 배려 절실"

  • 승인 2025-09-09 18:04
  • 신문게재 2025-09-10 6면
  • 이승찬 기자이승찬 기자
KakaoTalk_20250907_102819830
9월 5일 대전의 한 전통시장 공중화장실에서 청소관리자가 누군가 숨겨놓은 휴지를 치우고 있다.(사진=이승찬 수습기자)
대전의 한 전통시장 공중화장실. 문을 열자 바닥에 흩어진 휴지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몇몇 변기 칸은 이물질로 막혀 사용할 수 없었고, 비누통은 텅 비어 있었다. 휴지통이 없으니 누군가는 사용한 휴지를 변기 뒤편에 숨겨두고 갔다. 무심코 남긴 흔적은 청소 노동자에게는 전쟁 같은 하루를, 다른 이용자에게는 불쾌한 경험을 남긴다. 사회 전반의 시민의식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와 달리, 공중화장실만큼은 여전히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9일 중도일보는 대전의 한 전통시장과 천변 공중화장실을 관리하는 청소 관리자를 현장에서 만났다. 대전 위생처리장이 화장실에서 유입된 물티슈와 담배꽁초, 나뭇가지 등으로 처리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일선 공중화장실의 이용실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취재진이 확인한 화장실은 관리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열악했다. 채워 넣은 휴지와 비누는 빠르게 사라졌고 변기는 각종 이물질로 자주 막혔다. 사용 흔적을 남기고 가는 시민들 때문에 청소를 거듭해도 깨끗한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청소 관리자 A 씨는 "아침에는 술을 마신 뒤 버려진 쓰레기로 바닥이 난장판이 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휴지통을 두지 말라는 지자체 지침에도 손을 씻은 뒤 휴지를 쓰는 사람이 많아 결국 다시 비치할 수밖에 없다"며 "누군가 휴지를 통째로 가져가거나 과도하게 낭비해, 한 화장실에서만 16개 입 휴지 박스를 한 달에 30상자 이상 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시장 주변 공중화장실은 유동인구가 많아 금세 더러워지고, 청소 노동자들끼리도 근무를 기피할 정도"라며 "청소 도중 이용객과 시비가 붙는 경우도 있고 겨울철에는 노숙인이 박스를 깔고 바닥에서 잠을 자는 일도 잦다"고 덧붙였다.

장소를 옮겨 만난 대전의 한 공원 공중화장실 관리자 B 씨도 "매일이 예측 불가능한 고충의 연속"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벽이나 바닥에 변을 묻히고 가는 경우가 많아 청소하기 버겁다"며 "변기에는 음료 뚜껑, 아이스크림 막대, 물티슈가 버려져 자주 막히고 청소 직후에도 허탈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 전했다. 또 여성 미화원이 남자 화장실을 청소할 때 일부 이용자가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해 곤란을 겪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두 관리자는 공통적으로 시민들의 기본적인 배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다수 시민은 에티켓을 지키지만, 일부 몰상식한 행동이 현장을 더 힘들게 한다"며 "공중화장실은 모두가 함께 쓰는 공간인 만큼, 시민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깨끗하게 이용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국가통계포털 지표누리에 따르면 대한민국 시민의식 평균 점수는 7점 만점에 2022년 5.6점에서 2023년 5.3점, 2024년 5.2점으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수치는 공중화장실 이용 문화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승찬 수습기자 dde06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사노조, 교육감 후보들에 정책요구… 후보들 답변은?
  2. 이병학 충남교육감 예비후보, "충남교육의 공정성과 기본을 바로 세울 것"
  3. "반드시 성과로 증명할 것"…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 재선 출마 공식 선언
  4. 한기대, 실학 정신 담은 '다담소' 개소
  5. 백석대 ·백석문화대, 외식업계·AI기업과 외국인 유학생 취업 지원을 위한 협약 체결
  1.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취약노인 일반의약품(소화제) 지원사업' 최종 기관 선정
  2. 충남중기청, 중소기업 기술보호 '현장 밀착 지원' 강화
  3. 천안법원, 보험금 타려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한 20대 여성 실형
  4. [현장에서 만난 사람]김영수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
  5. 박찬우 천안시장 후보, 백석동 발전협의회와 정책간담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서산교통, 공용버스터미널 인근 인사 사고, 공식 사과

서산교통, 공용버스터미널 인근 인사 사고, 공식 사과

서산교통(대표이사 안광헌)이 7일 서산공용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 안전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사고는 7일 오전 10시께 서산시 동문동 서산공용버스터미널 앞 도로에서 발생했으며, 길을 건너던 80대 보행자가 시내버스 차량에 치여 관내 중앙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과 관계기관은 사고 운전자 진술과 CCTV,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사고 발생 이후 서산지역사회에서는 터미널..

전 세계 초능력 히어로 국립중앙과학관 집결… `비밀 신입 요원` 모집
전 세계 초능력 히어로 국립중앙과학관 집결… '비밀 신입 요원' 모집

전 세계 초능력 히어로 캐릭터가 대전에 자리한 국립중앙과학관에 모여 비밀 신입 요원을 모집한다. 하반기 '초능력 비밀 아카데미' 개관에 앞서 국민 관심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다. 국립중앙과학관은 16~17일 과학관 사이언스터널에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이색 과학 축제 '초능력 히어로 박람회: 비밀 아카데미 신입 요원 모집'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하반기 창의나래관에 선보이는 '초능력 비밀 아카데미'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비밀 요원을 모집하고 훈련시킨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관람객은 초능력과..

"국힘, 반쪽 공청회 책임져라" 지역사회 거센 비판
"국힘, 반쪽 공청회 책임져라" 지역사회 거센 비판

국회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것을 두고,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의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법안 공동발의에 참여한 가운데, 이미 개최가 합의된 논의의 장에 집단 불참한 것은 사실상 공청회를 무력화하고, 행정수도특별법 추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인식에서다. 특히 공청회 자체가 법안 처리의 분수령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국회 논의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43개 전국·세종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범시민대책위원회(가칭)는 8일 오전 '행정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또 동결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또 동결

  •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 ‘공정선거 함께해요’ ‘공정선거 함께해요’

  •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