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햇살 따가와질수록/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마을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벼는 가을 하늘에도/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바람 한점에도/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저의 가슴도 더운 줄 안다.//벼가 떠나가며 바치는/이 넓디넓은 사랑,/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이 피묻은 그리움,/이 넉넉한 힘……” (이성부 ‘벼’)
연일 뙤약볕이 사정없이 내려 쬡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도 말뿐이고, 지난 겨울 폭설을 연상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이 고비가 마지막이라고 위로는 해보지만 우리 스스로가 만든 재앙이 되기도 한 자연 앞에 속수무책입니다.
그런데 곡식들은 제 뿌리만 의지한 채 한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더위와 태풍 등, 긴 고통을 이기고 언젠가 우리의 밥상에 찾아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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