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시리즈]부여 간첩작전 전적지…그날의 총성 들리는가

[현충시리즈]부여 간첩작전 전적지…그날의 총성 들리는가

안기부 간첩체포 협조 요청…총격전 끝에 순경 2명 숨져

  • 승인 2015-12-09 18:08
  • 신문게재 2015-12-10 8면
  • 세종=윤희진 기자세종=윤희진 기자
[현충(顯忠):고통의 기억을 찾아서] 4. 부여 경찰 충혼탑

▲ 부여에 세워진 경찰 충혼탑.
▲ 부여에 세워진 경찰 충혼탑.
1995년 10월 24일 오후 2시쯤 조용하기만 하던 부여군 석성면 정각리의 한 시골마을에 총성이 울렸다.

4월부터 부여에 고정간첩이 활동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국가안전기획부 등이 행적과 은거지를 추적한 지 6개월여만이다. 사찰인 정각사에서 접선이 이뤄진다는 징후를 포착한 안기부와 경찰 등 10여 명은 당일 인근에서 잠복하고 있었다. 몇 시간 후에 정각사에 거동이 수상한 2명이 나타나자, 안기부 요원 1명이 접근해 불심검문을 했다. 곧바로 1차 총격전이 30여 분간 벌어졌고 2명은 태조봉(해발 224m)으로 도주했다. 안기부는 곧바로 부여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고 부여경찰서의 모든 직원들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2명이 바로 간첩 김동식(당시 33세)과 박광남이었다. 두 사람은 부여에 있는 고정간첩 봉화 1호를 접선해 북으로 귀환하라는 지령을 받고 정각사를 찾은 것이다. 한 달전 배를 타고 제주도로 잠입한 후 가짜 신분증으로 목포를 거쳐 기차를 타고 서대전에 내린 후 대전 중구 유천동과 도마동 일대 월세방에서 활동해왔다. 또 서구 도솔산에 총과 탄약, 무전기를 묻어두고 북과 교신해왔다.

병력은 모두 태조봉을 둘러싸고 2인 1조로 나눠 수색과 잠복을 시작했다. 간첩을 처음 발견한 지 2시간여후 정각리 소재 4번 국도에서 2명을 발견했다. 간첩들을 찾은 이들은 부여경찰서 소속 나성주(당시 30세), 송균헌(당시 30세) 순경이었다. 정각제 연못의 경사진 배수로에서 갑자기 나타난 김동식이 권총을 쏘자 순경들도 총으로 맞섰다.

하지만, 나 순경은 머리에 총상을 입었고 송 순경은 어깨를 맞고 쓰러졌다. 나 순경은 2주 후 순직했다.

간첩들은 다시 도주하다가 트럭을 탈취하려다 실패하고 석성산(해발 180m)으로 도주했다. 이를 발견한 장진희(당시 31세), 황수영(당시 31세) 순경이 뒤를 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총성이 울렸다. 김동식이 쏜 총에 복부를 맞은 장 순경이 쓰러졌다. 주변에 있던 동료 경찰들까지 가세해 몸싸움 끝에 김동식을 생포했다. 도주한 박광남을 찾기 위해 예비군 2만여 명까지 동원됐고, 결국 3일 후인 10월 27일 오전 11시경 부여군 가평마을 인근에서 박광남을 발견하자마자 사격해 검거했다. 박광남은 병원 후송 도중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경찰관인 나성주, 장진희 순경이 사망했다.

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후세에 전하고자 1997년 12월 10일 부여 대간첩작전 전적지 현장에 경찰 충혼탑을 건립했다. 부여군과 부여경찰서, 97연대, 203여단 등은 매년 경찰충혼탑에서 두 경찰을 추모한다.

세종=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구도동 식품공장서 화재…통영대전고속도로 검은연기
  2. 유성복합터미널 공동운영사 막판 협상 단계…서남부터미널·금호고속 컨소시엄
  3. 11월 충청권 3000여 세대 아파트 분양 예정
  4. 대전권 대학 대다수 기숙사비 납부 '현금 일시불'만 가능…학부모 부담 커
  5. 김장 필수품, 배추와 무 가격 안정화... 대전 김장 담그기 비용 내려가나
  1. 대전교육청 교육부 시·도교육청 평가 '최우수'
  2.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국 신청률 97.5%… 충청권 4개 시도 평균 웃돌아
  3.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4. 대전대 박물관, 개교 45주년·박물관 개관 41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
  5. 최고 1436% 이자 받아챙긴 40대 대부업자 실형

헤드라인 뉴스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대전과 세종, 충북을 통합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 4일 국토교통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민자적격성 조사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 통과는 CTX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모두 충족했다는 의미로 정부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3일 열리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수험생은 8시 10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하며 반드시 수험표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단 모바일 신분증은 인정되지 않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수험생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을 향해 수능 하루 전인 12일 예비소집에 반드시 참여해 수험표를 수령하고 시험 유의사항을 안내받을 것을 당부했다. 수험표에 기재된 본인의 선택과목을 확인해야 하며 시험 당일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시험 당..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약 7개월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대전을 찾아 충청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4일 한남대에서 특강을 했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5일 대전시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하는 등 충청권에서 여야 대표가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거대 양당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금강벨트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 대전시청에서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비 확보 현황과 주요 현안을 점검한다.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