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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은 2013년도에 만든 작품으로서 개봉되자마자 15주 연속으로 미국과 영국의 스크린을 장악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강타했던 영화이다. 또한 <더 퀸>으로 2007년도 아카데미와 베니스영화제를 휩쓸고 제60회 칸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역임했던 영국의 대표적인 감독 스테판 프리어스(Stephen Frears)가 연출을 맡았다.
주연으로는 우리에게 <007 시리즈> 영화에서 ‘M’이라는 정보국장 역으로 더 잘 알려진 영국이 낳은 또 하나의 세계적인 배우 주디 덴치(Judi Dench), 그리고 <퍼시잭슨과 번개도둑><80일간의 세계 일주><박물관은 살아있다>로 유명한 영국의 국민배우 스티브 쿠건(Steve Coogan) 등 영국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라고 해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배우 소지섭이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투자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필로미나의 기적>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진 영화이다. 50년 만에 가슴깊이 묻어두었던 비밀의 침묵을 깨뜨리고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나선 엄마와 특종을 쫓는 기자와의 감동과 웃음이 엉켜지면서 벅찬 감격으로 카타르시스를 경험케 한다.
덧붙여 소개하고 싶은 것은 ‘주디 덴치’라는 82세의 나이에 키 155cm인 이 가녀린 할머니 여배우의 연기력이다. 영국 로얄극단의 세익스피어 전속배우라는 명성을 뛰어넘어 영화 속의 주인공 <필로미나>의 모습 그대로를 재현하여 그녀 만이 보여줄 수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정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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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작년에 생을 마감한 이 노배우를 통해 우리는 배우의 연기가 예술임을 알 수 있게끔 해준다. 특히 엔딩장면에서 ‘끝내 행복하지 말라, 너의 행복이 나의 불행이었다’고 저주하는 힐데가르트 수녀의 사악함 앞에서 “당신을 용서합니다. 남을 미워하면 내 자신이 망가지기 때문이예요”라는 마지막 대사를 읊조리며 보고픈 자식사랑으로 평생 가슴에 못을 박힌 채로 살아온 늙은 어머니의 눈물연기는 정말 압도적이다.
이 영화는 실화로서 영국 아일랜드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역사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일랜드는 건국 초기 궁핍한 경제를 탈피하기 위해, 당시 미혼모들이 낳은 아이들을 세계 각국에 돈을 받고 수출하는 정책을 펼쳤다고 한다. 평균나이 23세로 심지어는 14-5세의 어린 소녀들까지 포함된 이들 미혼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어디로 입양되는지도 모르는 채 정부의 강압에 의해 아이를 평생 찾지 않겠다는 각서에 강제로 사인을 하고 입양을 보내야만 했다.
더구나 이들은 미혼모라는 마치 주홍글씨를 가슴에 단 “죄인”이 되어 수녀원, 세탁공장 등 각종 교화시설에 입소해서 하루 12시간에 달하는 중노동을 의무적으로 해야했고 그렇게 해야만이 주1회 한 시간의 면회를 통해 핏덩이 어린자식을 만나볼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처참한 인권유린이었다.
뿐만 아니라 어린 미혼모들이 출산을 할 때 아이가 거꾸로 나와도 너는 죄인이기 때문에 이 고통을 참아야 한다고 하면서 진통제 조차 주지 않았고, 출산 중에 아기가 죽더라도 수녀원 숲에다 이름도 없이 매장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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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아일랜드의 역사가 마침내 1996년이 되어서 세상에 알려졌던 것이다. 이 후 이 사실이 스테판 프리어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어진 2013년 2월 엔다 케니 총리가 공식 사과문을 통해 “과거 아일랜드 정부에 의해 아이를 강제로 입양시켜야만 했던 여성들과 강제노역에 동원된 여성들에게 사과를 전한다”고 발표를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아일랜드의 1만 명에 달하는 미혼모들은 자신이 낳은 아이가 어디로 입양 됐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애태우고 있다. 그 이유는 당시 아일랜드 정부의 지시로 수녀원에서 이들의 입양기록을 모두 폐기처분 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상황들이 본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을 통해 밝혀졌던 것이다.
현재 피해 여성들은 정부를 향해 계속 시위를 펼치고 있고 이 시위로 인해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잃어버린 아이와 재회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은 무고한 희생을 당한 미혼모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대두되고 있는 입양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이다.
<필로미나의 기적>은 전직 BBC 기자 출신이자 토니 블레어 정부의 통신국장으로 몸 담았던 마틴 식스미스의 저서 ‘잃어버린 아이(The Lost Child of Philomena Lee)’를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원작자 마틴 식스미스는 실제로 한 파티장에서 필로미나의 친딸인 제인으로 부터 ‘엄마의 50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이에 응하여 처음에는 특종을 목적으로 해서 필로미나와 함께 그녀의 과거 기억을 바탕으로 수녀원 등지를 동행취재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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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양지였던 미국까지 건너가게 되었는데 그 모든 과정을 기록정리하여 출간한 책이 원작 “‘잃어버린 아이”이다. 10대 철부지 소녀적에 필로미나는 놀이동산에서 우연히 만난 이름조차 모르는 청년에게 순결을 빼앗기고 그 한번의 실수로 인해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는 미혼모들을 죄인 취급을 하여 속죄의 의미로서 수녀원에 감금하여 노동을 시켰는데 필로미나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당시 필로미나에게 있어서 유일한 즐거움은 아들 앤서니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느날 아들 앤서니가 필로미나의 동의도 없이 강제로 입양되어 떠나갔다. 그런 아픈 기억을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온 50년의 세월 후, 아들의 생일날 필로미나는 아들의 사진을 딸에게 보이며 아들을 찾고 싶다고 한다. 이에 딸은 파티장에서 만난 전직 BBC기자였던 마틴에게 도움을 구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부정적이던 마틴이 특종을 잡기위해 마음을 바꾸고 필로미나와 동행하며 앤서니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드디어 그 아들 앤서니가 ‘마이클 헤스’라는 이름으로 양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잘 자라나 미대통령 법률자문으로 백악관에서 지낼 정도로 성공을 하지만 동성애자로서 에이즈환자가 되어 몇 년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러나 필로미나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는 자신은 지난 50년 동안 그 아들을 가슴에 품고 단 하루도 잊지않고 살아왔는데 아들 앤서니는 엄마인 자기를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에 더 큰 상처를 받고 괴로워 한다.
하지만 사실은 아들 앤서니 역시도 엄마를 늘 그리워하며 죽음직전까지 수녀원을 방문하여 엄마를 찾아 다녔지만 사악한 힐데가르트 수녀의 거짓에 의해 지척에 사는 엄마 필로미나를 만나지 못하고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에 동행취재하던 마틴은 용서못할 분노에 치를 떨지만 필로미나는 아들이 엄마인 자신을 기억하고 사랑했다는 기대못한 사실에 감격해 하며 힐데가르트 수녀를 용서한다. 감독은 그 사실을 기적으로 여기면서 원작 제목에 기적이라는 단어를 덫붙였던 것이다. 영화는 그렇게 끝맺음을 한다. 그러나 그 진한 감동의 여운으로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드는 영화가 바로 <필로미나의 기적>이다.
도완석 연극평론가/ 한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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