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49강 작법자폐(作法自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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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49강 작법자폐(作法自斃)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12-15 08:2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49강 작법자폐(作法自斃) : 자기가 만든 법에 자기가 죽다.

글자 : 作(지을 작)法(법 법)自(스스로 자/ 자신 자)斃(죽을 폐)

출전 : 사마천의 사기 상군열전(司馬遷의 史記 商君列傳)

비유 : 자기가 한 일로 인하여 자기가 어려움을 당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유사성어 : 자승자박(自繩自縛)과 자업자득(自業自得)등이 널리 쓰인다.



지난 12월10일 국회는 여당(민주당)의 무소불위의 행동으로 고위공직자 범죄수사법 (약칭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고 법 시행을 준비하려고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그렇게 밀어붙이는 이 법은 일반 국민들하고는 거의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왜? 일반국민들은 이런 엄청난 비리와 범죄를 저지를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은 높은 분들이 스스로 자처해서 비리자이며 범죄자임을 자인한 셈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범죄자를 처벌하고자 하는 법은 만든 사람이 제일 먼저 적용되어 최초의 희생자가 된다는 묘한 인연이 있다. 이른바 '부메랑효과'와 유사하다.

자기기 만든 법에 자기가 걸려 죽임을 당한 사건!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 위(衛)나라 군주의 아들 중 이름을 앙(?/일명 상앙)이라고 하는 기재(奇才)가 있었다. 그는 서자(庶子)였던 까닭에 위나라에서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때 이웃 진(秦)나라 군주인 효공(孝公)이 영을 내려 널리 현자(賢者)를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앙(?)은 진나라의 관리를 찾아가 교섭 끝에 효공을 만났다. 그는 유창한 유세로 효공의 마음에 들었고, 효공은 그를 좌서장(左庶長)에 임명하여 강력한 법치를 전제로 부국강병(富國强兵)에 성공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천하통일의 기초를 만든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그때 상앙은 가혹하리만큼 법을 적용 시행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원한을 샀다.

한번은 태자(太子)가 법을 어기자 태자 대신 태자의 부(傅, 후견인)인 공자(公子) 건(虔)을 처벌하고, 태자의 사(師, 교육담당 스승)인 공손가(公孫賈)를 자자형(刺字刑,/얼굴에 먹물로 죄명을 찍어 넣는 형벌)에 처했다. 그런데 공자 건이 4년 후 또 범법을 하자 상앙은 그를 의형(?刑/ 코를 베는 형벌)에 처했는데, 이로 인해 상앙은 태자와 그 측근들의 깊은 원한을 사게 되었다.

얼마 뒤 효공이 죽고 태자가 왕위를 이었는데, 그가 바로 혜문왕(惠文王)이다. 공자 건과 그를 따르는 자들이 왕에게 상앙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참소했고. 왕이 상앙을 잡아오도록 하자 상앙은 도망하던 중 여관에 묵으려 했다. 그러자 여관 주인은 상앙을 알아보지 못하고 말했다. "상앙이 만든 법에 의하면 여행증(旅行證)이 없는 손님을 묵게 하면 그 손님과 연좌되어 벌을 받게 됩니다." 급히 도망치느라 통행증이 없었던 상앙은 "아, 법을 만든 폐해가 결국 여기까지 이르렀구나"라고 탄식했다.

상앙은 겨우 진나라를 탈출하여 위(魏)나라로 갔으나, 위나라 사람들은 상앙이 진나라에서 벼슬을 할 때 위나라 군대를 친 것에 원한을 품고 있어 받아 주지 않았다.

상앙이 다른 나라로 가려고 하자 위나라 사람들이 말했다. "상앙은 진나라를 탈출한범죄자이다. 진나라는 강한 나라이니, 그 나라의 범죄자를 돌려보내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고 하면서 위나라는 상앙을 체포하여 진나라로 돌려보냈다.

혜문왕은 상앙을 거열형(車裂刑/사지를 찢어 죽이는 형벌)에 처하고 백성들에게 돌려 보이며 "상군과 같은 모반자가 되지 말라"고 경고하고, 상앙의 가족들까지 모두 죽여버렸다.

사기(史記)의 상군열전(商君列傳)은 전국시대(戰國時代) 중엽 두 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변법을 통해 서쪽 변방의 진(秦)나라를 최강의 군사대국으로 만든 상앙(商?)의 사적인 업적을 다룬 것이다. 그 내용이 정밀하여 유비(劉備)는 죽기 전 아들에게 유언하길 "시간이 나면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를 포함해 반드시 상군서(商君書)를 읽도록 해라, 의지와 지혜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역사상으로 정치적 부메랑을 맞은 사람들은 셀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람으로 프랑스혁명 당시의 급진파 지도자 로베스피에르를 들을 수 있다.

어느 법률전문가(변호사)이면서 정치평론가의 이야기를 인용해본다

"공수처법은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가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수사기관을 대통령의 하명수행기관으로 전락시킨 것일 뿐 아니라 그동안 문재인 정권이 입이 닳도록 말해온 기소권, 수사권 분리원칙에도 역행한다는 점에서 반개혁적이고 반동적이다. 문재인 정권이 공수처장을 자기 편으로 앉히고 이념 지향적인 코드 변호사들을 검사로 임명해 정권을 향한 수사를 막겠다고 나서도 사실상 이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예언하건대 훗날 공수처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일파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로베스피에르나 상앙은 혁명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공포정치를 폈지만 결국 상앙은 거열형에 처해지고, 로베스피에르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어떻게 잠시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권력기관에 내 사람을 앉힌다고 해서 죄과를 피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정권에 대한 최종 심판자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民心)들은 더욱 심도 있게 관찰하고, 명확하고 냉정하게 심판을 준비할 것이다. 매번 권력의 끈이 끝나는 날 반복되는 권력자들의 비참한 신세가 악순환 되는 정치행태가 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진정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최후의 심판자인 국민(民心)은 이미 마음에 결정을 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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