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 57강 만두(饅頭)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 57강 만두(饅頭)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2-09 10:1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57강 만두(饅頭) : 메밀이나 밀가루를 반죽하여 소를 넣고 빚어 삶거나 찐 음식

글 자: 饅(만두 만) 頭(머리 두)

출 전 :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사물기원(事物紀原 : 饅頭疑自武候始也)

비 유: 하늘 및 조상에 제사 지낼 때 쓰는 귀한 음식. 혹은 음양(陰陽)이 바뀔 때 축하를 위해 먹던 음식





이제 며칠 있으면 민족 최대명절인 설이다.

어릴 적에는 무단히도 기다려졌던 날이 아니었던가. 특별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괜한 설래임, 기다림, 뭐 그런 거였던 것 같다. 하기야 그 시절에는 며칠 전부터 탁주(濁酒)를 빚고, 두부(豆腐)를 만들며, 조상님들께 제(祭) 올릴 장거리와 새 양말 등은 어린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집안 아낙네들의 분주한 움직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기대되는 음식과 고소한 기름 냄새(부침게를 만드는 냄새) 등은 지금도 그 정서(情緖)를 잊지 못해 명절이면 무조건 고향을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련한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서…….

설날 제사상의 만두(饅頭)는 아래와 같은 신성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후한(後漢) 삼국시대 북벌(北伐)을 생각하고 있는 촉(蜀)의 승상(丞相) 제갈량(諸葛亮)은 후방의 근심거리인 남방(南方)의 후환(後患)을 제거한 후 위(魏)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당시 남쪽 지방의 오랑캐라고 여기던 여러 나라들을 평정(平定)하고자 출병했고, 저항이 만만치 않았던 맹획(猛獲)을 일곱 번이나 사로잡고, 일곱 번이나 풀어준 후 남쪽의 오랑캐들을 완전히 정복하고 나서 위연(魏延)을 선봉으로 삼아 본국으로 철수하는 도중 '노수(瀘水)'라는 강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음산(陰散)한 구름이 사방에서 모여들면서 별안간 일진광풍(一陣狂風)이 일어나더니 캄캄한 천지 속으로 모래와 돌이 날아들며 하늘이 어두워지고 풍랑이 거세지면서 군대가 강을 건널 수 없게 됐다.

제갈공명은 갑자기 당하는 일이라 당황하면서 배웅 나온 맹획(猛獲)을 불러 물어본다. 맹획이 "이것은 물속에 있는 창신(猖神)들의 장난입니다. 창신이란 원귀(怨鬼)가 된 미친 귀신이며, 이강을 배를 타고 왕래하자면 반드시 제(祭)를 지내야 합니다."

공명이 "전쟁 중에 무엇으로 제를 지내는가?" 맹획이 대답하길 "옛날 이곳 풍속에 창신이 장난을 하면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 노해서 그런 것이니, 마흔아홉 명의 사람 머리와 검은 소(黑牛), 흰 양(白羊)으로 제사를 지내면 바람이 잔잔해지고 풍랑이 멎으며 해마다 풍년이 든다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공명은 "이것은 모두 전쟁을 일으킨 나의 죄이다." 그러면서 공명은 "이곳은 본시 사람이 죽어서 원귀가 되었는데 또 다시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생사람을 죽인단 말인가! 내가 따로 주견이 있다."라고 하면서 공명은 행주(行廚/행군하는 진중에 음식을 만드는 직분)를 불러 "소와 말을 잡아 면(麵)으로 고기를 반죽해서 사람의 머리같이 만들어라. 그리고 이름을 만두(饅頭)라고 하라"고 하였다.

이윽고 만두가 완성된 이날 밤 공명은 노수강변에 향탁(香卓)과 향안(香案)을 놓고 제물을 진열한 후 옥으로 만든 등잔 마흔아홉 개에 불을 켜고 정성을 다해 제문을 읽고 소리높이 통곡한다. 진정으로 슬프게 우는 공명의 통곡 소리는 삼군을 경동(驚動)시켰고. 군사들도 다 함께 울어 눈물을 강물에 뿌렸다. 그러자 하늘 한 복판에 구름과 안개가 생기고, 은은히 수천 수백의 귀신들이 바람을 따라 흩어졌다. 공명은 제사 지낸 음식물을 모두 노수 강물 속에 공양했다.

다음날 공명은 대군을 인솔하고 노수 남안(南岸)에 당도하니 구름은 흩어지고 안개 또한 걷히고. 바람도 잔잔하고 물결 또한 평온하였다. 이에 촉나라 군사들은 아무 탈 없이 모두 노수를 건너 고국 촉(蜀)으로 돌아갔다.

만두의 유래를 설명하는 이 이야기에서 공명의 휴머니즘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사람의 목을 베지 않고, 만두를 대신으로 하여 인간의 존엄을 알게 했다. 당시 귀한 밀가루로 만든 만두는 너무나 귀한 음식이어서 하늘에 바치는 제물로 쓰였다. 만두가 나오는 초기 기록에 만두가 제물(祭物)로 그려져 있는 이유다. '사물기원(事物紀原)'에서 만두는 정월 제사에 제물로 놓는다고 했고 '병부'에도 만두는 정월에 먹는 음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 그 당시 보통사람들은 기장, 수수를 먹거나 잡초에 가까운 피를 곡식으로 먹었다. 그런데 부자나 귀족들이 곱게 빻은 밀반죽에 고기를 싸서 먹는 것을 보고는 아픈 사람도 병이 낫고, 죽은 사람도 다시 살아올 정도로 좋은 음식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한해의 최대명절인 설날, 코로나19로 대부분 답답한 명절을 보내게 되었다.

서로 만나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좋은 덕담(德談)을 나누면 최상이겠지만 국민 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아쉬운 마음을 깊은 정성으로 대신해야 할 것이다.

춘추시대 역사서 '국어(國語)'에 "대중의 마음은 성을 이루고, 대중의 입은 무쇠를 녹인다."(衆心成城 衆口?金 / 중심성성 중구삭금) 는 구절이 있다. 이번 설 명절 국민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모임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한다면 코로나19는 쉽게 극복될 것이다.

마치 만두(饅頭)의 효과에 노수(瀘水)의 원귀(怨鬼)가 흩어지듯…….

202010130100079140002740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구도동 식품공장서 화재…통영대전고속도로 검은연기
  2. 유성복합터미널 공동운영사 막판 협상 단계…서남부터미널·금호고속 컨소시엄
  3. 11월 충청권 3000여 세대 아파트 분양 예정
  4. 대전권 대학 대다수 기숙사비 납부 '현금 일시불'만 가능…학부모 부담 커
  5. 김장 필수품, 배추와 무 가격 안정화... 대전 김장 담그기 비용 내려가나
  1. 대전교육청 교육부 시·도교육청 평가 '최우수'
  2.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국 신청률 97.5%… 충청권 4개 시도 평균 웃돌아
  3.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4. 대전대 박물관, 개교 45주년·박물관 개관 41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
  5. 최고 1436% 이자 받아챙긴 40대 대부업자 실형

헤드라인 뉴스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대전과 세종, 충북을 통합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 4일 국토교통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민자적격성 조사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 통과는 CTX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모두 충족했다는 의미로 정부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3일 열리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수험생은 8시 10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하며 반드시 수험표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단 모바일 신분증은 인정되지 않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수험생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을 향해 수능 하루 전인 12일 예비소집에 반드시 참여해 수험표를 수령하고 시험 유의사항을 안내받을 것을 당부했다. 수험표에 기재된 본인의 선택과목을 확인해야 하며 시험 당일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시험 당..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약 7개월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대전을 찾아 충청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4일 한남대에서 특강을 했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5일 대전시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하는 등 충청권에서 여야 대표가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거대 양당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금강벨트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 대전시청에서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비 확보 현황과 주요 현안을 점검한다.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