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2]…남성이 불러야 제맛인 동편제, ‘애절한 심청가’는 어떻게 불렀을까.

[10년간의 취재 기록-2]…남성이 불러야 제맛인 동편제, ‘애절한 심청가’는 어떻게 불렀을까.

'판소리의 원류는 충청도다' <시리즈 2>]
명맥 끊긴 동편제 심청가…초기엔 전라도 명창이 ‘충청도 창법’ 수용해서 불렀다
36년간 동편제 심청가 연구 노재명 학자, “동편제 초기 심청가는 충청제 영향받아”

  • 승인 2021-03-23 10:31
  • 수정 2021-08-24 00:39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송만갑_심청가_음반광고사진
송만갑 판소리 명창이 1906년 미국 빅터음반회사에서 역사상 최초로 녹음한 '판소리 동편제 심청가' SP음반. 이 기록은 국악계에서 '희귀자료'로 알려졌다. <국악음반박물관 제공>
판소리가 갖고 있는 음의 형태는 무엇일까. 먼저 판소리 유파(流派)는 전라도 소리인 동편제·서편제와 함께 충청도 소리인 중고제로 크게 구분된다. 동편제·서편제는 그래도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중고제는 아직 생소한 영역이다. 동·서·중고제에서 '제(制)'는 음의 특성을 구분한다.

동편제는 흔히 말해서 남성의 소리를 내고, 서편제는 반대로 여성의 소리라고 한다. 중고제는 동·서편제의 중간쯤의 소리로 흔히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중고제는 고형의 소리라고 보면 된다. 동편제 명창은 판소리를 씩씩한 성음을 탁월하게 구사했다면, 서편제 명창은 슬픈 성음에 능했다. 중고제 명창은 삶과 애환 등 충청도 서민들의 특성을 그려냈는데, 충청권 사투리를 닮았있는 게 특징이다. 또 책을 읽는 듯한 독서풍 가법이나 지나친 감정을 절제했다.

조동언 판소리 명창은 "중고제의 특징은 일상적인 충청도 사투리를 자연스레 장단을 넣어 부르기도 했다"며 "매우 자연미 있고 다채로운 창법을 구사했다"고 설명했다. 판소리 5바탕 중 하나인 '심청가'는 전반적으로 진계면 성음, 즉 아주 슬픔 성음을 구사해야만 맛을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심청가 중 심청이 모친인 곽씨 부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나,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은 '슬픈 소리'로 불러야 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갓난아이(심청이)를 두고 세상을 떠나는 어머니 곽씨 부인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일 것이다. 또 눈 먼 봉사인 심봉사 역시, 아내를 읽고 갓난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은 아픔, 그 자체다.



심청이가 아버지인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바다에 몸을 던졌고, 이런 상황을 접한 심봉사는 오열해야만 했다. 이런 점에서 심청가의 기본적인 성음은 슬픈 소리다. 그래서 슬픔을 강조한 '서편제 심청가'가 발달돼 왔고, 전국 대부분 국악인들도 서편제 심청가를 부르고 있다.

동편제_심청가_서적CD
노재명 판소리 학자의 저서 '동편제 심청가 흔적을 찾아서(태림스코어 발행) 신간. 노 학자가 36년간 수집해서 쓴 책 한권인데, '충청도 판소리'의 비밀이 풀릴지 관심이다. <국악음반박물관>

그렇다면 남성적이고 씩씩한 소리인 동편제 판소리 명창이 이처럼 슬픈 심청가를 불렀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최근 발간된 국악학자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저서 '동편제 심청가 흔적을 찾아서'(태림스코어 발행)를 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노 관장은 "현재 동편제 심청가는 '심청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며 "30년 넘게 이런 부분에 대해 연구한 결과 초기 판소리 명창들은 동편제 심청가를 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 판소리 명창들은 충청도 명창들이었는데, 전라도 명창들은 충청도 명창의 창법을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기획시리즈 3편은 심청가를 중심으로 전라도 명창들이 충청도 명창들의 창법을 수용한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제천·단양= 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3.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