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도소부터 땅 속 70년까지... 시집 ‘서사시 골령골’ 발간

  • 문화
  • 문화/출판

대전교도소부터 땅 속 70년까지... 시집 ‘서사시 골령골’ 발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
총 755편 중 문학분야 33편 선정, 출판비 포함 900만원 지원
‘1인칭 시점’ 국가권력에 희생당한 망자의 아픔 49편에 담아
김희정 시인?"집필하면서 몸과 마음으로 희생자들 아픔

  • 승인 2022-05-31 15:55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서사시골령골
올해로 발발 72주년을 맞는 한국전쟁 추모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시 대전 동구 낭월동 13번지에서 자행된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사건을 소재로 한 시집이 발간됐다.
올해로 발발 72주년을 맞는 한국전쟁 추모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시 대전 동구 낭월동 13번지에서 자행된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사건을 소재로 한 시집이 발간돼 화제다.

시인이자 미룸갤러리 관장인 김희정의 '서사시 골령골' 시집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2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28일 최종 선정됐다.

3차에 걸쳐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심사는 총 755건 지원 중 작품성을 인정받은 문학 분야 33편의 작품이 선정됐다.

출판제작지원금 600만 원과 저작상금 300만 원을 합쳐 900만 원이 지원되며, 출판진흥원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홍보 등 부대 혜택도 주어진다.



'1인칭 시점'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 교도소에 끌려가 처형당하고, 땅속에 묻힌 후 70여 년 세월을 49편의 시 속에 담담하면서 애잔하게 담아냈다.

역사적 사건에 휘말린 개인의 삶을 당시의 이데올로기와 접목해 '살아서부터 사후(死後) 70년까지'의 시간을 시적 언어로 승화했다.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대전형무소에 수용됐던 재소자와 대전·충남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이 집단 학살돼 묻힌 곳이다. 7000명에서 1만여 명이 집단 학살된 것으로 추정하며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심사평을 통해 "시의 전형적인 형식에서 벗어나는 글쓰기가 늘어나는 요즘, 실험정신으로 새롭게 시의 지평을 넓히려는 몇몇 진정성 있는 시편들에 손이 갔다"며 "역사를 다룬 시편들은 글쓴이의 역사의식이 돋보였다"고 밝혔다.

김희정 시인은 "저세상으로 가지 못한 망자의 영혼이 구천을 떠도는 기간을 의미하는 '49일'을 차용해 총 49편의 시를 수록했다"며 "통상적으로 싣는 해설이 아닌, 산문을 통해 이번 시집을 쓰게 된 동기와 함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등 집필하면서 느낀 소외들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달여 짧은 기간 동안 집필하면서 몰입이 잘 되는 날에는 하루에 10편을 쓰기도 했다"며 "국가권력에 희생당한 망자들의 뼈아픈 한이 글 쓰는 내내 몸과 마음으로 전달되는 듯한 경험으로 힘든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사시 골령골'은 6월 6일 제작을 마무리한 후 10일 이후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