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픈 역사 딛고 100년만에 시민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 문화
  • 공연/전시

[르포] 아픈 역사 딛고 100년만에 시민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동양척식(주)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헤레디움' 3월 3일 첫 개방
피아니스트 박종훈 연주… 1층 웅장한 음향, 원형 객석 등 살롱문화 연상
2층도 16일 아카이브 전시 통해 첫 공개 예정

  • 승인 2023-03-05 16:00
  • 수정 2023-03-05 20:29
  • 신문게재 2023-03-06 3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KakaoTalk_20230305_123508984
3일 새롭게 문을 연 '헤레디움' 모습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차이코프스키의 사계와 베토벤 월광 소나타, 쇼팽 발라드인데 넘칠 정도로 웅장한 음향이 귀를 사로잡았다. 건물 1층 정중앙에는 공연을 위한 피아노가 있고 피아노를 중심으로 객석은 원형이다.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지 않았는데, 연주 후 연주자와 관객들이 소통하는 모습은 18세기 프랑스의 '살롱'문화를 연상케 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본거지였던 옛 동양척식(주) 대전지점. 대전의 근대건축물이지 등록문화재인 이곳이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KakaoTalk_20230305_123508984_05
3일 헤레디움에서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연주 모습
아픔을 치유하고 새롭게 탄생한 이곳, '헤레디움'에서 3월 3일 오전 11시 시민 초청 음악회가 열렸다.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한 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그 기념으로 시민 50명을 초청해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무대를 선보였다.

연주자가 건반을 누를 때마다 무게감과 울림이 상당했다. CNCITY 측은 따로 건물에 음향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 기존 건물의 '와플' 형태의 천장 덕분이다. 새롭게 리모델링 한 것이 아닌 기존 건물의 천장 구조를 그대로 복원했다. 원형보존을 통해 건물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된 셈이다.



헤레디움은 2020년 CNCITY 에너지가 매입 후 1년여의 복원 끝에 문을 열었다. 1층은 연주 공간 겸 전시장, 2층 전시공간이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CNCITY 측은 건물의 변형보단 복원에 집중해야 했는데, 건물 내부는 이오니아 양식 그대로 복원됐고 외부 역시 파손된 부분 보수 외에 원형 그대로 살렸다.

KakaoTalk_20230305_123508984_01
헤레디움 천장 모습
이보리 CNCITY 마음에너지재단 대외협력실장은 "공사 당시에는 이전 소유주가 창고를 만들기 위해 가 천장이 설치해 놓은 상태였는데, 가 천장을 떼어내고 나니 기존 와플 형태의 천장이 보존이 잘 돼 있었다"며 "음향전문가가 방문해 건물을 살핀 적이 있었는데, 이 와플 형태의 천장 덕분에 소리가 사방으로 잘 퍼진다고 평가했었다. 피아노를 정중앙에 설치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음악 공연으로 공개한 1층에 이어 2층도 3월 16일 아카이브 전시를 통해 개방할 예정이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나선형 계단은 공사 과정에서 새롭게 설치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돋보이게 한다.

KakaoTalk_20230305_123508984_03
헤레디움 건물 내부 계단 모습
KakaoTalk_20230305_123508984_02
헤레디움 내부 전경
민간에서 주도적으로 근대건축물 활용에 나선 만큼 공공에 대한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대전시가 뒤늦게 옛 대전부청사 매입에 나서기도 했으나 여전히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민선 8기 대전시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지역 내 근대건축물 전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지역 문화계 인사는 "민간 소유주가 시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을 제시해 시가 근대건축물을 매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앞으로는 시가 직접 매입하는 방향보단 민관이 같이 합심해 건축물을 매입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후원물품 전달식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