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65강 다기망양(多岐亡羊)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65강 다기망양(多岐亡羊)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3-05-24 10:1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65강 : 多岐亡羊(다기망양) : 여러 갈림길 때문에 양(羊)을 잃었다

글 자 : 多(많을 다), 岐(갈림길 기), 亡(망할 망/ 잃을 망), 羊(양 양)

출 처 : 열자 설부편(列子 說符篇), 장자 병무편(莊子 騈拇篇)

비 유 : 학문 역시 갈래가 너무 많아 참된 진리에 도달하기 어렵다. 또는 목적이 분명치 못한 상태에 방침이 여러 가지면 헷갈린다.



전국시대에 양자(楊子)라는 사상가가 있었다. 본명이 양주(楊朱)로 그의 사상은 극단적 개인주의(個人主義)가 특징이다.

어느 날, 이웃집에서 기르는 양(羊) 한 마리가 울타리를 빠져나가 달아나버렸다. 이웃 사람은 양(羊)을 찾기 위해 자기네 하인뿐 아니라 양자(楊子)네 하인들까지 동원하며 야단법석(野壇法席)을 떨었다.

"아니, 그까짓 양 한 마리를 찾는 데 왜 이리 요란(搖亂)을 떠는 거요?" 이웃 사람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양이 갈림길 많은 쪽으로 달아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양을 찾으러 갔던 사람들이 한참 만에 모두 빈손으로 돌아왔다. 양자는 이웃 사람에게 물었다.

"아니, 이토록 많은 사람을 동원하고도 못 찾았단 말이오?"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갈림길이 하도 많아서요."

그 대답을 들은 양자는 어쩐지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방에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바깥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사부께서 갑자기 왜 저러실까?'

제자인 맹손양(孟孫陽)은 스승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아, 선배인 심도자(心都子)를 붙들고 물었다.

"사형, 사부님이 남의 양 잃은 일로 왜 저리 기분이 처져 계신지 모르겠소."

"까닭이 있으신 게지. 같이 가서 알아보세."

그래서 두 사람은 방에 들어가 스승을 뵈었다. 심도자가 짐짓 물었다.

"어느 삼형제가 똑같은 스승 밑에서 유가(儒家)의 인의(仁義)를 배우고 집에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인의(仁義)란 무엇인가' 하고 물은즉, 맏이는 '인의(仁義)는 제 몸을 아끼고 명예(名譽)를 뒤로 돌리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고, 둘째는 '제 몸을 던져 명예를 지키는 것입니다' 했으며, 막내는 '제 몸과 명예를 다 보전하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답니다. 삼형제의 주장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 유가(儒家)에서 나온 것인데, 사부님께서는 누가 옳았고 누가 틀렸다고 생각하십니까?"

양자는 짐짓 돌려서 대답했다.

"물에 익숙하고 헤엄을 대단히 잘 치는 사람이 있었네. 그는 돈을 받고 배를 저어 사람들을 건너게 해 주는 일을 했는데, 사업이 잘 되니까 너도 나도 그 일을 배우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지. 그런데 그들 대부분이 헤엄을 칠 줄 모르는 사람들이어서, 일을 채 배우기도 전에 물에 빠져 죽었다네. 원래 일을 배우고자 한 것이지 물에 빠져 죽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건만 세상 일이 이렇다네. 자네는 누가 옳고 누가 틀렸다고 생각하나?"

심도자는 아무런 대꾸도 못했다.

스승의 방에서 나오자, 맹손양이 심도자를 보고 물었다.

"사부님이 하시는 말씀은 동문서답(東問西答)이라 무슨 뜻인지 도통 알 수 없습니다. 사형(師兄)께서는 아시겠소?"

"알고말고. 사부님은 '큰길에 나섰으나 갈림길이 많은 탓에 양을 잃었듯이, 학문 역시 갈래를 많이 나누어 놓았기에 본성을 잃었던 것이지. 그렇지만 학문의 근본은 역시 하나인즉, 근본으로 돌아가면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고 비유해서 말씀하신 것 같네. 양의 사건을 빌미로 학문 도야(陶冶)의 맹점(盲點)을 깨달으시고 기분이 우울하신 것이었지."

그렇다 두 사람이 하고 있던 일에는 상이(相異)가 있다. 그러나 양을 지킨다는 중요한 목적을 잃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목표를 철저하게 파악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학문만이 아니다. 모든 일 즉,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시사(示唆)해 주는 바가 큰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여러 갈래로 분열(分裂)되어 목표를 잃은 현상이다. 정치, 경제, 안보, 교육, 준법, 도덕 등 모두가 걷잡을 수없이 혼란스럽고 서로가 티격태격하고 있다.

말로는 협치(協治)하면서 속으로는 자기 이익을 우선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를 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 파기환송…유죄 취지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 파기환송…유죄 취지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받아야 한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기속되므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월 1일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국민의 관심이 지대하고 유력 대권 주자인 이 후보의 피선거권 여부가 달려있다는 점을..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