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기부와 착취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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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호테 世窓密視] 기부와 착취의 간극

인면수심(人面獸心) 단상

  • 승인 2023-06-1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1.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미국의 기업인이었다. 앤드루 카네기와 함께 대공황 이전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미국의 기업가였다. 석유 산업에서 돈을 갈퀴로 긁듯 부를 축적하여 이름을 떨쳤다.

그는 불세출의 사업가로 당시 석유 산업의 90%를 독점한 '석유왕'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지독한 구두쇠로 어려운 이웃과 사회에 대한 기부와 자비를 몰랐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알로페시아(alopecia)라는 탈모증과 비슷한 암에 걸려 1년 시한부 인생을 통고받았다.



이를 걱정한 그의 어머니가 "아들아, 곧 세상을 떠날 텐데 재물에 연연하지 말고 자선 사업이나 하고 가렴"이라고 권유했다. 록펠러는 그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자선사업을 시작하였다.

시카고 대학교와 록펠러 재단도 설립했다. 덕분에 록펠러는 이때 가슴이 확 트이면서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록펠러는 의사의 선고에도 불구하고 그 후 40년이나 더 살게 되었다.



록펠러는 당시로선 드물게 97세까지 장수했다. 그가 숨질 당시 지녔던 재산만 해도 미국 전체 자산의 1.53%에 달했다. 하지만 그 역시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로 세상을 떠났음은 물론이다.

#2. 사는 게 힘들어서 25만 원을 빌렸는데 석 달 만에 자그마치 "1억 5000만 원 갚아라"며 협박하던 사채 조폭 10명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국을 무대로 불법 사채업을 벌인 이들 조직원들의 사채 운용 규모는 1,000억 원대로, 채무자들에게 최대 5,000%에 달하는 살인적인 이자를 받아 챙겼다고 한다.

20~30대의 피의자들인 이들은 2021년 4월부터 인터넷 대부 중개플랫폼을 이용해 급전이 필요한 피해자들에게 접근하여 소액 및 단기 대출을 해주고 최대 5,000%의 이자를 받아 챙긴 혐의로 서민에게서 고혈을 빨아 부를 축적했다.

이들이 정말 악질인 것은 피해자들이 최초 25만 원을 빌리면서 44만 원을 갚기로 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1억 5000만 원까지 채무가 증가하는 구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기일 내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채무자의 가족과 직장동료의 신상정보로 수배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또한 자녀를 출산한 부모에겐 아기 사진을 전송하고 살해 위협을 했으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매일 수십 통의 욕설 전화를 걸기도 했다는 점이다.

재물은 양가적(兩價的) 관계를 지니고 있다. 위 두 가지 사례에서 우리는 부의 축적 과정과 아울러 그 쓰임새의 선과(善果)와 후과(後果), 즉 기부와 착취의 간극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전자는 사업으로 정당하게 번 돈을 사회에 환원했다. 반면 후자는 그 같은 후안무치의 범죄수익금으로 고가의 스포츠카와 명품을 샀는가 하면 월세 1800만 원 상당의 고가 아파트에 살면서 돈을 흥청망청 물 쓰듯 했다.

평소 자원봉사와 기부를 열심히 하는 분과 단체를 자주 취재한다. 그래서 잘 아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천사표 마음씨를 지녔다. 비록 자신도 어렵지만 더 힘든 이웃을 배려하는 이타심이 찬란한 아침 햇발(사방으로 뻗친 햇살)보다 널찍하다.

하지만 25만 원을 빌려주고 불과 석 달 만에 1억 5000만 원을 갚으라며 협박을 일삼던 사채조폭들은 각다귀(남의 것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보다 못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악당들이었다.

잘 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결국엔 누구나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두아빠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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