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71강 망양보뢰(亡羊補牢)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71강 망양보뢰(亡羊補牢)

장상현/인문학 교수

  • 승인 2023-08-02 10:03
  • 수정 2023-08-02 10:0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71강: 亡羊補牢(망양보뢰): 양을 잃고서 우리를 고친다.

글 자 : 亡(망할 망/ 잃을 망) 羊(양 양) 補(도울 보/ 수리할 보) 牢(우리 뢰)

출 전 : 戰國策(전국책), 楚策(초책)

비 유 : 일을 실패한 뒤에 바로 수습하면 그래도 늦지 않음을 비유.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양왕(襄王)이 주색(酒色)에 빠져 정사(政事)를 돌보지 않자 국세(國勢)가 날로 쇠약해져 갔다. 이에 장신(莊辛)이란 신하가 양왕에게 여러 차례 간언(諫言)했지만 양왕은 간언을 듣지 않고 오히려 화를 내며 장신(莊辛)을 꾸짖기만 했다. 장신은 할 수 없이 조(趙)나라로 몸을 피신했다.

5개월 후 진(秦)나라가 초(楚)나라를 침공(侵攻)하여 도성(都城)까지 짓밟았다. 양왕은 성양(城陽)으로 달아났다. 양왕은 그제야 장신의 충고가 옳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불러들였다.

장신이 돌아오자 양왕은 친절히 그를 맞이하면서 말했다.

"과인이 애당초 그대의 말을 들었다면 오늘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오. 이제 과인이 어찌하면 좋겠소?" 장신이 대답했다.

"신은 일찍이 이런 속담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토끼를 발견하고 나서 사냥개를 돌아봐도 늦지 않고, 양(羊)을 잃은 후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라는 속담 말입니다.(臣聞鄙語曰, 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

'망양보뢰(亡羊補牢)'는 뒤늦은 행동을 힐난(詰難)이나 비방(誹謗)만 하지 말고, 실수(失手)나 실패(失敗) 후에 재빨리 수습(收拾)하면 그래도 늦지 않다는 뜻으로,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서양 속담과 그 의미가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사용하는 속담 중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이 속담을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인다. 즉 지킬 소도 없는데 무엇 하려고 외양간을 고치느냐고 비난하는 것이 그것이다.

과연 그럴까?

잃어버린 소 이외에 다른 소가 있을 수 있고, 또 앞으로 소를 키울 수 있으므로 속담을 다른 식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고사에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망양보뢰(亡羊補牢)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일이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라기보다는, 비록 과실이 있어도 늦게나마 고치면 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이와 관련해 그동안 남의 잘못이나 과실을 헐뜯고 탓하기만 했지,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에는 소홀함이 없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말이 있다. 조선 인조 때 학자 홍만종의 ?순오지?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이 죽은 후에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러나 현명(賢明)한 사람은 그러한 잘못이 반복되거나 더 확대되지 않도록 차후 대비에 대한 철저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사람이 참으로 조심하지 않으면 편안함이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소를 잃었다고 절망만 할 것이 아니라 외양간을 고쳐서 다시 소를 키우고 조심하여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時或見欺不足爲恥 旣有見欺而不覺見欺(시혹견기부족위치 기유견기이불각견기)/ 어쩌다 속은 것은 부끄러울 것이 없지만 이미 속임을 당하면서, 그 속임 당함을 깨닫지 못한다면 이것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조선중기 학자 최한기의 말이다.)

어쩌면 한번 양을 잃은 다음 재차의 실수가 없도록 단속을 잘해 양떼들의 양육이 번창하는 지혜가 더 이로울 수가 있는 것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이 전쟁을 회고하면서 쓴 징비록(懲毖錄)은 바로 징전비후(懲前毖後)의 글귀에서 따다 붙인 제목이다. 곧 왜란을 거울삼아 스스로 힘써 다시는 그런 전철(前轍)을 받지 말자는 뜻이다.

요즈음 묻지마 살인이나 이유 없는 범죄행위가 속출하고 있다. 이를 정부나 관계기관만 비방할 것이 아니라 범죄를 범하는 원인을 잘 따져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함이 필요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도덕과 인륜교육을 도입하여 인격을 함양시키고 윤리(倫理)교육을 강화하여 인간의 가치를 알게 하는 교육을 시행하는 것도 차후를 대비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장상현/인문학 교수

20220607010003192000092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구도동 식품공장서 화재…통영대전고속도로 검은연기
  2. 유성복합터미널 공동운영사 막판 협상 단계…서남부터미널·금호고속 컨소시엄
  3. 11월 충청권 3000여 세대 아파트 분양 예정
  4. 대전권 대학 대다수 기숙사비 납부 '현금 일시불'만 가능…학부모 부담 커
  5. 김장 필수품, 배추와 무 가격 안정화... 대전 김장 담그기 비용 내려가나
  1. 대전교육청 교육부 시·도교육청 평가 '최우수'
  2.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국 신청률 97.5%… 충청권 4개 시도 평균 웃돌아
  3.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4. 대전대 박물관, 개교 45주년·박물관 개관 41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
  5. 최고 1436% 이자 받아챙긴 40대 대부업자 실형

헤드라인 뉴스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대전과 세종, 충북을 통합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 4일 국토교통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민자적격성 조사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 통과는 CTX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모두 충족했다는 의미로 정부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3일 열리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수험생은 8시 10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하며 반드시 수험표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단 모바일 신분증은 인정되지 않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수험생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을 향해 수능 하루 전인 12일 예비소집에 반드시 참여해 수험표를 수령하고 시험 유의사항을 안내받을 것을 당부했다. 수험표에 기재된 본인의 선택과목을 확인해야 하며 시험 당일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시험 당..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약 7개월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대전을 찾아 충청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4일 한남대에서 특강을 했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5일 대전시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하는 등 충청권에서 여야 대표가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거대 양당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금강벨트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 대전시청에서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비 확보 현황과 주요 현안을 점검한다.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