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22. 구수하고 맛있는 금산의 '누룽지 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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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22. 구수하고 맛있는 금산의 '누룽지 건빵'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4-01-22 17:04
  • 수정 2024-03-04 14:14
  • 신문게재 2024-01-24 81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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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건빵. (사진= 김영복 연구가)
군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건빵은 컴포트 푸드(Comfort Food)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갑자기 해병대 훈병 때 먹던 공포의 건빵이 생각이 났다.

해병대의 무시무시한 순검시간에 교관이 누워 있는 훈병들의 입에 건빵 하나씩 넣어 준 순간 당직사관이 갑자기 들어 와 번호를 외치자 입에 든 건빵 때문에 번호를 잘못 발음해 단체 기합을 받던 생각이 났다.

물론 이런 방법 말고도 군에서는 병사들 사이에 건빵을 다양하게 먹는 기발한 방법들이 있다.

어쨌든 이런 추억의 건빵이지만 맛있는 과자류가 다양하게 많은 요즘 맛이 별로인 건빵을 사 먹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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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디저트 이기영대표와 정든식품 황성재 대표가 누룽지가 건빵이 돼 나온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 김영복 연구가)
그런데, 이기영 대표가 금산의 황성재 대표와 함께 구수하고 맛있는 '누룽지건빵'을 공동 개발하였다고 하여 생산현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누룽지하면 우리는 '누른밥'이나 숭늉을 떠올리게 되나 최근에는 구수한 맛 때문에 '누룽지백숙', '누룽지삼계탕''누룽지탕수육'등 요리로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누룽지가 군 생활을 한 대한민국 남자들의 추억의 간식인 건빵으로 거듭났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건빵은 과자류를 벗어나 야전이나 비상시 병사들의 식사대용이었던 것이다.

건빵은 한국전쟁 당시에는 장병 1인당 하루 3분의 1인 봉지인 80g이 지급되었는데, 이를 위해 사단별로 건빵을 만들어서 지급했다. 사실 그 당시 국군의 주머니 사정상 증식이라기보다는 주식에 가까웠다.

1952년 초부터는 서울에 건빵공장이 세워져서 한국군의 수요를 충당하기 시작했다.

특히 건빵은 육군건빵, 공군건빵, 해군건빵, 해병대건빵으로 군별로 보급 되었다. 그러나 건빵의 시초는 우리나라가 아니다.

건빵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 선원들의 '두라'(dhourra cake), 로마군의 '부켈룸'(buccellum), 리처드 1세 십자군의 '무슬린의 비스킷'(biskit of muslin),영국 해군의 '쉽 비스킷'(ship's biscuit), 남북전쟁기 연방군 육군의 '하드택'(hardtack), 일본 제국 육군의 '칸판'(乾パン/kanpan), 러시아 해군의 '갈레타'(Галеты/Galeta), 하와이 주민의 '크래커'(cracker), 탐험가들의 건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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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누룽지 건빵.(사진= 김영복 연구가)
건빵은 영어로 하드택(hardtack)이라고 한다. 사실 건빵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영어 단어는 매우 많다. 두 번 구웠다는 뜻에서 'biscuit'이라고도 부르고, 단단한 빵이라고 해서 'hard bread'라고도 부른다. 밀가루를 주 재료로 하여 수분 함량이 6% 이하가 되도록 구워 건조시킨 빵의 일종이다. 반죽은 보통 빵과 거의 같지만 수분을 제거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냥 두 번 구워 수분을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인 비스킷과는 달리 수분을 한계까지 제거한다.수분이 적어 세균이 번식하기 힘든 데다가 수분의 무게가 사라진 만큼 가벼워지고 부피도 줄어들어서 휴대 및 장기 보관이 용이해지기에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애용되는 비상식량이자 보존식품이며, 군인들의 전투식량을 대표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영국의 하드택(Hardtack)이 건빵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들어온 것은 일본 근대기에 일본 육군에서 만든 전투식량인 '중소면포(重燒麵包)'였다. 중소(重燒)는 두 번 구웠다는 뜻이고 면포(麵包)는 빵이란 뜻이다.

그러나 병사들의 엄청난 불만에 직면했다. 크기가 빵이여서 휴대가 어렵고 군복 주머니에 넣으니 잘 부스러지고 가루로 으깨져서 먹기에도 불편했다.

일본군은 개량을 멈추지 않고 1894년 청일전쟁을 기점으로 더욱 중소면포(重燒麵包)를 발전시킨다. 각고의 노력 끝에 1903년 러일전쟁이 끝나면서 새로운 비상 전투식량을 개발했다

새로운 음식의 이름은'건면포(乾麵包)'로 '마를 건(乾)'에 면포는 빵이니 우리가 아는 '건빵'의 등장이다.

이처럼 세계사적인 배경을 가진 고소하고 맛있는 금산의'누릉지건빵'은 K-Food의 미래 선두주자가 될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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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 로를 거치며 쏟아져 나오는 모습. (사진= 김영복 연구가)
특히'누룽지건빵'은 일반인들은 물론 군의 전투식량, 등산이나 야영지에서의 캠핑 푸드 등 소비층이 비교적 두텁다.

최근 한류 열풍에 힘입어 '초코파이', '빼빼로' 등 스낵 종류의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누룽지건빵'역시 '초코파이', '빼빼로'처럼 맛으로 승부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스낵시장에 조심스럽게 다가서고 있다.

우리 쌀로 만들어진'누룽지'가 형(形)을 잡고 50m의 긴 터널 같은 로(爐)를 거치면 '누룽지건빵'이 되어 쏟아진다.

제주의 속담에 '잠대 지고 누룽지 파러 정지에 든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쟁기를 지고 일하러 갈 참에 배가 고파 부엌에서 누룽지라도 찾는다는 말이다.

이렇듯 구수함의 절정이라 할 누룽지는 배고픈 시절 비상식량이었고, 훌륭한 국민 간식이었다.

'누룽지'의 '누룽'은 본디 '눋다'라는 말에서 왔는데, 이는 누런빛이 나도록 조금 탔다는 뜻이다. 끝말 '지'는 부스러기, 찌꺼기를 나타내는 말이고. 그러니까 누룽지는 '밥솥 밑에 누렇게 타서 눌어붙은 부스러기 밥'이라는 뜻이다.

누룽지를 '누룽갱이', '가매치', '가마치', 이라고도하며, 전라도에서는 '깜밥', 강원도 정선에서는 '누렝기'라고 한다. 그리고 북한 문화어로는 '밥가마치'인데, 누룽지의 사투리는 이 지면으로 다 나열 못할 정도로 무려 약 53가지가 된다.

누룽지를 한자로 취건반(炊乾飯), 초반(焦飯), 황반(黃飯), 건구(乾) 등으로 부른다.

우리 고문헌에는 누룽지보다 숭늉이 먼저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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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룬밥. (사진= 김영복 연구가)
그렇더라도 숭늉은 누룽지에서 얻어지는 음료이기 때문에 누룽지는 숭늉의 역사 그 이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 학자이자 서예가인 백호(白湖) 윤휴(1617~1680)의 '백호전서(白湖全書)'에 금강산을 가는 도중 행장을 챙기고 누룽지를 꺼내 요기를 했다고 나온다.

조선후기 실학자로 실용적인 학문을 주장하며 평생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한 성호(星湖) 이익(李瀷 : 1681~1763)이 쓴 '성호사설(星湖僿說)'에 '임천(林川) 고을에 행각승(行脚僧)이 있는데 평생에 단지 누룽지만 씹고 물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데도 근골(筋骨)이 더욱 굳건하니'라고 나온다.

조선 후기의 문신인 효전(孝田) 심노숭(沈魯崇, 1762~1836)이 자신의 유배생활을 기록한 '남천일록(南遷日錄)'에서'시골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주머니에 쌓아 놓고 소매로 감추어 가면 먹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 흉년이 들면 주가(主家)에서는 누룽지를 대접하고 자신도 누룽지를 먹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솥바닥 온도가 섭씨 200도가 넘으면 밑바닥에 붙어 있는 밥알들은 '아미노카보닐 반응'에 의하여 갈변(褐變)과 동시에 휘발성의 '카보닐 화합물'을 생성한다. 이 성분이 밥에 스며들어 특유한 구수한 밥의 향미를 이루게 된다. 눌어붙은 밥을 누룽지라 하고, 물을 부어 끓이면 누룽지 밥이라 하고, 국물은 숭늉이라 한다.

숭늉은 한자로 '익힐 숙(熟)', '찰 냉(冷)' 즉 '익혀서 식힌 물'인 '숙랭(熟冷)'에서 왔다.

순조 때의 실학자 풍석(楓石) 서유구(徐有 1764~1845)가 쓴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숭늉을 숙수(熟水)라 하였고, 1103년(숙종 8) 서장관으로서 사신을 수행하고 고려에 온 손목(孫穆)이 당시 고려의 조제(朝制)·토풍(土風)·구선(口宣)·각석(刻石) 등과 함께 고려어 약 360어휘를 채록하여 3권으로 분류, 편찬한 '계림유사(鷄林類事)'에 '숙수(熟水)는 익은 물이고 냉수(冷水)는 식은 물이다.'라고 나와 있다.

그러므로 '숙수(熟水)'의 '숙(熟)'과 냉수(冷水)의 '냉(冷)'을 합해서 '숙랭(熟冷)'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즉, 끓여서 식힌 물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숙랭(熟冷)'이라고 부르다가 '숭랭→숭냉→숭늉'으로 음운(音韻) 변화가 된 것이다.

또 '사소절(士小節)'에서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며 문신인 이덕무(李德懋:1741~1793)는 "숭늉을 마시고 나서는 다시 반찬을 먹지 말라"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는 숭늉이 식후에 차를 마시는 것과 같은 풍속이었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이다.

물론 외국 특히 벼를 재배하는 쌀 문화권에서는 누룽지와 비슷한 음식이 있다.

중국의 경우 누룽지에 관련된 기록이 기원전 7세기 이전인 중국 최초의 시가집 '시경(詩經)'에 보인다. 그러나 옛 기록의 대부분은 누룽지를 주로 간식이나 밥 대신 먹는 음식으로 묘사해 놨다. 그러다 중국의 '음식디미방'이라 할 수 있는 청나라 건륭제 때 학자이자 시인인 원매(袁枚)가 저술한 '수원식단(隨園食單)'에 처음으로 누룽지 요리인 누룽지탕이라 할 수 있는 과파탕(鍋?湯)이 나온다. "종이처럼 얇게 만든 누룽지를 기름에 재어 구운 후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서 먹으면 바삭바삭한 것이 맛이 있다. 금릉인(金陵人)이 제일 잘 만든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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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 (사진= 김영복 연구가)
'당시 전설에 따르면, 청나라 제6대 황제인 건륭제는 신분을 숨기고 강소성 소주 부근을 시찰하다 인근 농가를 찾아 가 식사를 청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마침 그 집에 밥은 다 떨어졌고 밥풀이 솥바닥에 눌어붙어 있을 뿐이였는데, 농부가 여기에 야채 국물을 붓고 뜨겁게 끓여 황제에게 바쳤다고 한다. 이를 먹은 건륭제는 천하제일의 요리라고 극찬하였다.'라고 나온다.

지금의 누룽지 튀김 종류인데 고문헌에 처음 기록된 누룽지 요리라 할 수있다..

누룽지는 쌀의 표피부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어 혈당상승을 완만하게 하는 효과와 장(腸)내에서 음식물이 움직이는 속도를 증가시켜 소화를 개선하고 변비를 예방한다.

누룽지에는 우리 몸의 에네지 대사에 필수적인 영양소인 피로회복이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되는 비타민 B1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밥에 비해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저칼로리 식품인데 비해 포만감을 들어 다이어트나 체중 관리에 좋다고 한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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