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명구조 김동수씨 "트라우마보다 단단해지려 마라톤 추모"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세월호 인명구조 김동수씨 "트라우마보다 단단해지려 마라톤 추모"

파란바지 의인 김동수씨 내외 대전서 북콘서트
수차례 자해시도 등 지금도 트라우마 극복 중
아내 김형숙씨 "단단해지는 방식 헤쳐가는중"
김씨 "희생 학생들 수학여행 코스 달리며 추모"

  • 승인 2024-04-14 18:43
  • 수정 2024-04-15 06:35
  • 신문게재 2024-04-15 4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6859
세월호 참사 때 마지막까지 인명구조에 노력하고 진실규명을 촉구한 김동수 씨가 대전서 개최된 북콘서트에서 이용주 대전청년회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세월호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세월호에서 마지막까지 구조활동을 벌인 김동수 씨와 그의 아내 김형숙 씨가 대전을 찾아 소공연장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만화가 김홍도 작가가 세월호 참사를 기록하고 이후 트라우마에 잠긴 김동수 씨 가족 이야기를 담은 책 '홀' 출간에 맞춰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였다.

대전청년회와 사회적참사대전기억단이 주최해 12일 오후 7시 대전 중구 은행동 별별마당 우금치 2층 소극장에는 시민 30여 명이 10년 전 세월호 생존자와 마주 앉았다.

화물차 기사인 김 씨는 2014년 4월 16일 트럭을 세월호에 싣고 마침 수학여행을 떠나는 고등학생들과 함께 제주도를 향해 서해를 건너는 중이었다. 세월호가 인천항에서 짙은 안개에 무리하게 출항해 엉금엉금 가는 동안 아내와 통화하며 제주항 도착을 의심하지 않았던 평범한 탑승객이었다.

배가 평소 항로와 달리 섬이 가까이 보이는 연안으로 간다고 느끼고 아침 식사 마친 직후 배가 휙 돌더니 몸은 휴게실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컨테이너박스가 쏟아져 바다 위에 떠다니는 게 창문 너머 보고 침몰을 직감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기울어진 배에 높은 곳에 올라 관찰하고 내려오면서 출입구가 손에 닿지 않아 빠져나오지 못하는 승객 구조를 시작했다.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던 때다.

여러 어른이 힘을 합해 수도꼭지에 연결하는 호스를 객실에 던져 이를 잡은 승객들을 끌어당기며 밖으로 구조했다. 고무호스가 늘어져 더는 쓸 수 없게 되었을 때는 소방호스를 풀어서 객실 기둥과 난간을 묶어 이를 붙잡고 올라올 수 있도록 하거나, 김씨 자신의 몸을 소방호스로 묶어 끌어당기기도 했다. 점점 더 기울면서 배에 남아 구조 활동하는 이들도 바다에 뛰어들거나 인근 어선에 헤엄치는 상황에서도 그는 세월호에 남아 있었다. 당시 해양경찰 경비정 녹화영상에는 그가 90도 가까이 기운 배에서 이리저리 뛰면서 구조 활동하는 장면이 담겼다.

IMG_6920
이용주 대전청년회 대표가 사회를 본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홀' 북콘서트에서 김동수씨가 아내와 함께 당시 기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그러나 김 씨의 머릿속에는 그때 순간의 기억이 없다. 객실에서 올려주는 구명조끼를 들어 올렸더니 그 안에 앳된 아이가 품에 안겨 오는 때부터 기억이 다시 시작됐다. 그렇게 경비정을 거쳐 어선을 타고 다른 구조자들과 진도군청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배에 200~300명이 남아 있다고 전원 구조된 게 아니라고 호소했으나 곧 구조할 거라는 관계자들의 말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세월호 생존자이면서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는 김동수 씨의 생활을 그의 아내가 담담하게 시민들과 소통했다. 김동수 씨는 그동안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가 처벌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으나 진상조사나 선체조사에서 배제되면서 극심한 좌절감을 경험하며 짙은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 세월호 청문회에서 누구든 미안하다고 사과 한마디만 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책임자들마저 발뺌하는 발언만 쏟아내면서 김 씨는 자신의 몸에 깊은 상처를 낸 것을 비롯해 여러 차례 울분을 토하며 응급실에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아내 김형숙 씨는 "자신의 몸에 큰 상처를 내면서도 아프다고 말 한마디 안 할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고 지금도 약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어요"라며 "남편이 이렇게 여러 사람과 대화하면서 마음에 짐을 조금이라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 기회가 마련될 때마다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폭식하는 동수씨, 필요없는 상품을 마구 구매하는 동수씨, 무례한 운전을 참지 못하는 동수씨 등 20년간 남편과 살아오면서 한 번도 못 보던 모습을 세월호 후 10년간 마주하고 있다"라며 "마라톤을 즐기고 신앙심도 깊은 남편이기에 트라우마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남편이 겪는 우울감과 때로는 분노의 감정이 완화되기보다는 우리 가족이 단단해지는 방식으로 헤쳐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동수 씨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자신이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마라톤으로 추모할 예정이다. 42.1㎞를 4시간 16분 동안 완주하는 마라톤을 이미 두 차례 진행했다. 10주기 때는 10년 전 세월호를 타고 오던 아이들이 제주도에 도착해 2박 3일간 다녔을 수학 여행지를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마라톤을 하며 그들이 마치지 못한 수학여행을 대신 마칠 예정이다.

김동수 씨는 이날 "세월호에는 생존자는 없는 거예요. 살아서 나왔다고 해서 생존자가 아니고 희생자밖에 없는 거죠. 함께 운동하는 사람 외에 사람 자체를 못 만나는 상태예요. 유가족과 함께할 수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마라톤으로 추모하려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시, 고추 병해충 방제 '골든타임'…예찰·방제 당부
  2. [기자수첩] 법원 앞에서 외치는 정치, 법정 안에서 판단할 사안
  3. 대전중수청 세종 개청에 지역 충격… 이전 계획은 아직 미정
  4. 천안시, 천흥2일반산단 승인·고시…북부권 첨단산업 클러스터 본격화
  5. 아산시, 초사동회전교차로 설치공사 조기 완료 박차
  1. '송영길 후보' 승부수, "행정수도특별법 당론 통과" 확약
  2. 경주 해파랑길, 걷기 장소로 인기
  3. 세종교육청 '교육문화원', 조치원 핫플레이스 가능성 확인
  4. 세종시 거점 '충청 정보보호 클러스터' 개소… "수도권 산업 분산"
  5. 하나은행 '대덕테크노밸리금융센터지점' 이전 개점식 열고 본격 출발

헤드라인 뉴스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 충남도-기아㈜-해수부 손잡아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 충남도-기아㈜-해수부 손잡아

충남도는 28일 서울 그랜트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해양수산부, 서천군, 기아(주), 해양환경공단, 한국해양재단과 함께 '민관협력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사업' 추진을 위한 6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박수현 지사를 비롯해 황종우 해수부 장관, 유승광 서천군수, 송호성 기아(주) 대표이사, 강용석 해양환경공단 이사장, 김양수 한국해양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블루카본은 해양·연안 생태계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해양 퇴적물·생물체 등에 저장하는 탄소다. 이번 사업은 기아(주) 사회공헌(ESG) 사업 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총력전…박수현 지사, 기후부 장관에 지원 요청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총력전…박수현 지사, 기후부 장관에 지원 요청

박수현 충남지사가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와 함께 한국환경공단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기후에너지환경부 소관 공공기관 충남 유치를 위한 대정부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 지사는 28일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만나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 충남 설치 ▲기후부 소관 공공기관 충남혁신도시 일괄 이전 ▲태안화력 2호기 폐지 일정 한시 연장 등을 건의했다. 이번 면담은 이달 20일 국회에서 김정호 기후에너지환경위원장과 이소영 여당 간사를 만나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필요성을 설명한 데 이어 마련된 것으로, 도는..

코스피 장중 6000선도 내줬다... 10% 이상 폭락에 개미들 `패닉`
코스피 장중 6000선도 내줬다... 10% 이상 폭락에 개미들 '패닉'

코스피가 장중 6000선을 내주며 10% 이상 폭락하는 등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크까지 발동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과 여느 종목할 것 없이 내림세가 이어지며 코스피 '1만피'을 외치던 개인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하며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32.12(-10.84%) 하락한 6023.66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6400.27로 개장했으나, 한때 5992.91로 -11.29%까지 밀리면서 60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

  • 여름방학에 배우는 사자소학 여름방학에 배우는 사자소학

  • ‘덥다 더워’…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 ‘덥다 더워’…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