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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때 마지막까지 인명구조에 노력하고 진실규명을 촉구한 김동수 씨가 대전서 개최된 북콘서트에서 이용주 대전청년회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대전청년회와 사회적참사대전기억단이 주최해 12일 오후 7시 대전 중구 은행동 별별마당 우금치 2층 소극장에는 시민 30여 명이 10년 전 세월호 생존자와 마주 앉았다.
화물차 기사인 김 씨는 2014년 4월 16일 트럭을 세월호에 싣고 마침 수학여행을 떠나는 고등학생들과 함께 제주도를 향해 서해를 건너는 중이었다. 세월호가 인천항에서 짙은 안개에 무리하게 출항해 엉금엉금 가는 동안 아내와 통화하며 제주항 도착을 의심하지 않았던 평범한 탑승객이었다.
배가 평소 항로와 달리 섬이 가까이 보이는 연안으로 간다고 느끼고 아침 식사 마친 직후 배가 휙 돌더니 몸은 휴게실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컨테이너박스가 쏟아져 바다 위에 떠다니는 게 창문 너머 보고 침몰을 직감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기울어진 배에 높은 곳에 올라 관찰하고 내려오면서 출입구가 손에 닿지 않아 빠져나오지 못하는 승객 구조를 시작했다.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던 때다.
여러 어른이 힘을 합해 수도꼭지에 연결하는 호스를 객실에 던져 이를 잡은 승객들을 끌어당기며 밖으로 구조했다. 고무호스가 늘어져 더는 쓸 수 없게 되었을 때는 소방호스를 풀어서 객실 기둥과 난간을 묶어 이를 붙잡고 올라올 수 있도록 하거나, 김씨 자신의 몸을 소방호스로 묶어 끌어당기기도 했다. 점점 더 기울면서 배에 남아 구조 활동하는 이들도 바다에 뛰어들거나 인근 어선에 헤엄치는 상황에서도 그는 세월호에 남아 있었다. 당시 해양경찰 경비정 녹화영상에는 그가 90도 가까이 기운 배에서 이리저리 뛰면서 구조 활동하는 장면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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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주 대전청년회 대표가 사회를 본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홀' 북콘서트에서 김동수씨가 아내와 함께 당시 기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이날 좌담회에서는 세월호 생존자이면서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는 김동수 씨의 생활을 그의 아내가 담담하게 시민들과 소통했다. 김동수 씨는 그동안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가 처벌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으나 진상조사나 선체조사에서 배제되면서 극심한 좌절감을 경험하며 짙은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 세월호 청문회에서 누구든 미안하다고 사과 한마디만 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책임자들마저 발뺌하는 발언만 쏟아내면서 김 씨는 자신의 몸에 깊은 상처를 낸 것을 비롯해 여러 차례 울분을 토하며 응급실에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아내 김형숙 씨는 "자신의 몸에 큰 상처를 내면서도 아프다고 말 한마디 안 할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고 지금도 약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어요"라며 "남편이 이렇게 여러 사람과 대화하면서 마음에 짐을 조금이라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 기회가 마련될 때마다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폭식하는 동수씨, 필요없는 상품을 마구 구매하는 동수씨, 무례한 운전을 참지 못하는 동수씨 등 20년간 남편과 살아오면서 한 번도 못 보던 모습을 세월호 후 10년간 마주하고 있다"라며 "마라톤을 즐기고 신앙심도 깊은 남편이기에 트라우마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남편이 겪는 우울감과 때로는 분노의 감정이 완화되기보다는 우리 가족이 단단해지는 방식으로 헤쳐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동수 씨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자신이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마라톤으로 추모할 예정이다. 42.1㎞를 4시간 16분 동안 완주하는 마라톤을 이미 두 차례 진행했다. 10주기 때는 10년 전 세월호를 타고 오던 아이들이 제주도에 도착해 2박 3일간 다녔을 수학 여행지를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마라톤을 하며 그들이 마치지 못한 수학여행을 대신 마칠 예정이다.
김동수 씨는 이날 "세월호에는 생존자는 없는 거예요. 살아서 나왔다고 해서 생존자가 아니고 희생자밖에 없는 거죠. 함께 운동하는 사람 외에 사람 자체를 못 만나는 상태예요. 유가족과 함께할 수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마라톤으로 추모하려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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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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