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본연보다 알맞은 것은 없다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본연보다 알맞은 것은 없다

정진성 대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 승인 2024-05-30 16:33
  • 신문게재 2024-05-31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정진성
정진성 대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사람은 헛된 욕망 때문에 본연(本然)을 잊고 산다. "하늘이 칠보(七寶)를 비처럼 내려도 사람의 욕망은 다 채울 수 없다. 지혜로운 사람은 즐거움은 잠깐이고 괴로움이 많음을 깨달아 안다"라고 고대인도 간다라국의 법구가 쓴 법구경(法句經)이란 경전에 있는 말로 욕망은 종종 우리를 속여 잠깐의 즐거움을 제공하지만, 그것은 항상 우리를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욕망의 노예가 되는 대신에 우리는 지혜롭게 삶을 살아가며 즐거움과 괴로움을 깨닫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유연한 생명의 불꽃을 태워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허심실복(虛心實腹)은 욕망을 채우느니 배를 채우라는 뜻으로 사회지도층은 마음의 헛된 욕망을 버리고 내면의 진실을 깨달음으로써 번뇌와 어지러움을 없애고 일반시민을 배불리 먹게 하라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손을 관에서 빼내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라고 유언을 했다고 한다. 천하의 부귀와 권세를 쥐었지만 그것이 결국에는 죽음 앞에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였다. 우리의 삶은 훗날 역사의 거울에 비춰질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후세 사람의 것이다. 살아가는 모든 행동과 선택이 후세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우리의 행적으로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속 없는 겉모습, 필요 이상의 겉치레, 헛된 욕심이 왜 거짓이라고 하겠는가. 그것들은 모두 알맞지 않고, 실제 모습이나 진정한 가치를 가리고 현실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무엇을 안다고 뽐내는 사람은 조금 알고 있을 뿐 충분히 알지 못한 증거다. 잘 모르면 어렵게 말하고 잘 알면 쉽게 말한다.



능력 있는 교육자나 지도자는 재미있으며 이해하기 쉽고 친절하게 가르치고,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칭찬을 한다. 칭찬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노력을 계속하는 동기 유발 효과가 매우 크다. 특히 후보 선수나 향상이 필요한 선수에게 칭찬은 유능감에 대한 정보를 준다. 히딩크 감독은 칭찬으로 내적동기를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정말 잘했다. 크로스가 좀 더 높으면 내년 연봉은 백만불이다" 라고 격려를 했다. 그러나 실력이 부족하면 딱딱하고 어렵게 또는 무섭게 가르친다. 능력 없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수법으로 자신의 약점이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쉬운 것을 어렵게 둘러치곤 한다. 이는 지식보다는 지혜를 말하는 것이다. 능력은 모방할 수 없는 것이며 욕심을 버리면 한없이 편한 것이다.

원숭이는 사다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무를 타는 기술이 능숙한 까닭이다. 각자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강점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서툴면 억지를 부리고 쉬운 길을 두고 가파른 길로 어렵게 간다. 그러나 어렵던 것도 잘 터득하고 나면 쉽게 된다. 인생에는 어려움과 쉬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공연히 이상한 짓을 해서 교활한 수단으로 남의 눈을 현혹시켜 꾀를 부릴 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다.

자기 본분을 잊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다가 본래 가졌던 것을 합하여 두 가지 모두 잃는다는 것을 이르는 한단지보(邯鄲之步)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과 같은 의미다. 훌륭한 성벽은 황금과 보석으로 치장한 것이 아니라 잘 다져진 기초위에 단단한 벽돌이나 돌로 튼튼하게 쌓아 올려 지은 성벽이 가장 훌륭한 것이다. 겉모습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 사람이 현상만 바뀌고 본질이 바뀌지 않으면 진실하지 못한 것이다. 눈에 아른거린다고 다 내 것이 아니고 욕심낸다고 해서 다 내 것이 아니다. 알맞은 것은 언제나 그냥 본연이다. 꾸미지 않고 숨기지 않으면 본연이다. 본연보다 알맞은 것은 없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