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우리 마당에서 나온 프리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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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우리 마당에서 나온 프리츠카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 승인 2024-06-06 18:06
  • 신문게재 2024-06-07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올해 건축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카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가 우리 판교 저층공동주택을 설계해서라 하여 놀람을 주었다. 발주처 주공의 당선 안 중 하나로 저층 집합주거의 좋은 예가 되었다. 공동성의 의미도 크고 폐쇄된 집합 주거의 개별성을 투명성과 공동시설이용이라는 발전적 제안이었다. 하지만, 당시엔 이런 공간 융합적 사용에 대한 이해가 미비해서 분양미달의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던 제안이었다. 이웃과 사이를 두고 비운 공간을 공유한다는 전략이 우수했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 사는 사람들에게 남겨진 과제 중의 과제인 것은 사실이다. 일본은 일찍이 국제적인 건축가들을 통해 도시 집합주택을 세우기 시작했고 후쿠오카의 '넥서스 월드' 집합주택 군이 두드러진 예였다. 한때 이들은 대중들이 갖고 싶은 집의 명작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유명 건축가의 명성보다는 집의 외용이 서양적 지역성을 보이는 소위 스페인 풍의 신고전성을 지닌 비싼 주택이 압도적 선분양되었고 좀 거친 노출 콘크리트의 브루탈리즘을 내포한 일본의 작가 동이 미분양되는 일화를 낳았다. 판교주택이 갖는 공간공유 방식에 대해서 찬사를 보내지만 과연 이 전시적 공동체의 집합주거를 전체로 쉽게 보듬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발표에 의하면 '판교 하우징은 공동 데크를 2층에 설치해 이웃들의 모임, 놀이터, 정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하고, 이어 톰 프리츠커 의장은 "건축가는 단순히 가족들이 살 공간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창출하는 새로운 건축 언어의 개발이라 하였고 여러 문화와 삶을 아우르는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라고 했다. 여기서 건축의 모범적 입장과 공동체의 공유와 결속에 대해서 순한 향약의 공동성이 무겁게 등장한다. 네 것도 내 것도 아닌 내 소유 절반의 옥상 데크가 공동으로 사용되는 이 순수한 공동성의 정서는 모범적이나 이를 쉽게 긍정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공동주택의 현실에 있다. 아래 윗집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서먹한 세상, 덜 만나면 다행이라는 안도감, 누가 타기 전에 빨리 출발하는 엘리베이터, 다른 층의 무거운 가구들이 움직이는 소음과 다투는 소리 등등, 이 모든 것을 떠나고 싶어 많은 사람들이 단독으로 향한다. 하지만 다시 미지의 이웃과 더불어 같은 공간을 마주해야 함에서, 이 공유는 분명 쉬운 선택일 수 없을 것이다. 이상적 사고 임에는 분명 하나 이 공간공유 개념을 바탕 한 시스템은 우선 대상을 재고해야 한다. 공유주택의 경우처럼 유사한 장소와 같은 공간을 선호하는 사고, 모빌리티(유동)를 전제한 유목 연령층, 같은 사고를 지니고 교류가 중요한 계층이 대상으로 적합하다 하겠다. 따라서 피할 수 없이 이웃과 함께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이종 접합 공동체 구조는 필수가 아닌 선택성이 있어야 한다. 이 공유의 조건을 긍정하며 인정하는 계층들이 이를 수용하게 되고 공동의 즐거움을 표방하며 이웃과 더불어 그들의 공동체 삶을 가꾸어 가게 된다. 영국수상 W. 처칠처럼 건축가들은 '공간환경의 질이 인간 삶의 많은 부분 들을 좌우할 수 있다' 고 말한다. 하나 여기서 의미하는 공간환경의 판단은 다분히 물리적, 심미적인 고품격 사고와는 달리 부동산가치로 크게 작용하는 재화적 의미의 주거를 뜻함 과는 부딪친다. 전자는 보다 전인적이며 심층적인 '의식의 공간성'에 머무는 한계가 있고 후자는 집합주거의 양상이 우리 삶의 본연의 삶의 형식으로 굳어져 가는 보편적 주거 인식에서 소유와 임대, 공유와 독립 사이의 주거인식에 새로운 영양적 표현이 별도로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우리 마당에서 나온 프리츠카상을 다시 한번 사유하며 우리 주거의 현실을 바라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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