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예술성 조명, '아르헨티나에서 온 편지'

  • 정치/행정
  • 대전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예술성 조명, '아르헨티나에서 온 편지'

이응노미술관 특별기획전 6월 25일부터 9월 22일까지
1964년 파리서 이응노 첫 만남… 서로에게 큰 영감을
김윤신 국내 미공개작 공개… 작가 예술성에 집중한다

  • 승인 2024-06-20 17:15
  • 신문게재 2024-06-21 7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파리 유학시절 이응노, 김윤신, 박인경 (왼쪽부터)
파리 유학시절 이응노, 김윤신, 박인경 (왼쪽부터). (사진= 이응노미술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이자 1960년대 파리 유학시절 이응노에게 조각을 가르쳐주며 교류를 쌓은 김윤신의 특별기획전이 대전에서 열린다. 이응노미술관은 6월 25일부터 9월 22일까지 '김윤신-아르헨티나에서 온 편지'를 개최한다.

▲김윤신 그는 누구인가



김윤신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1964년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조각과 입학을 계기로 파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응노와 처음 만났다. 그 당시 이응노는 파리에 정착한 지 햇수로 5년째였으며, 1962년 당대 '엥포르멜' 운동을 주목한 폴 파케티 화랑과 전속계약이 이뤄진 후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전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었다. 1964년 두 예술가의 만남은 서로에게 영감이 되었다.



이응노는 김윤신에게 "내가 조각을 하고 싶은데, 네가 와서 도와주면 좋겠다"라며, 김윤신에게 나뭇조각을 깎고 다듬는 기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후 김윤신은 이응노의 집을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며 약 4년 동안 교류를 이어갔다.

이응노와 김윤신의 짧은 만남은 이응노가 1967년 동베를린사건에 연루되며 막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이응노와 김윤신의 예술이 맞닿은 지점은 시각적으로 확인되는 조각의 외형적인 유사성 너머에 있다. 김윤신은 자신의 예술세계의 근간을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라는 동양철학으로 설명한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합이)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며(합일), 그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분이) 각각 또 다른 하나가 된다(분일)는 것인데, 작가는 조각의 과정 또한 나무에 자신의 정신을 더하고(합), 공간을 나누어 가며(분), 온전한 하나(예술작품)가 되는 과정으로 본다."

자연과 내가 하나로 융합되고, 예술가가 자연을 완전히 수용하는 과정에서 하나가 돼 다시 독자적인 예술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김윤신의 예술은 이응노 예술의 근원을 이루는 '자연적 추상성'과도 맞닿아 있다.

2024년은 1964년 김윤신과 이응노가 파리에서 만난 지 60년이 되는 해이자 1984년 김윤신이 아르헨티나에 정착해 오롯이 자신만의 창작에 매진한 지 40년이 되는 해이다.

ㄹ
김윤신, 내 영혼의 노래 2009-No.236, 2009, 캔버스에 유채, 180×150cm. (사진= 이응노미술관)
▲미공개 작품 통해 재조명 되는 예술적 특징

이번 전시는 이처럼 김윤신이 자연적 추상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구축한 시각언어를 생애 연대기별로 주목하고자 한다.

탈식민주의 이론가인 호미 바바(Homi K. Bhabha)는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이루는 '문화의 위치'란 자아 대 타자, 제1세계 대 제3세계 같은 이분법 틀을 넘어 양가성을 띠는 '제3의 공간'에 존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서구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에서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한 두 작가의 교류, 그리고 김윤신이 아르헨티나에서 이룩한 창작의 세계는 무수한 편견과 틀 너머에 존재하는 한국 문화의 양가성과 역동적 위치를 반영하고 있다.

이응노미술관은 이들 두 예술가의 조우와 김윤신 작가가 먼 타향에서 이룩한 창조적 열정과 그 작품 세계에 주목해 회화, 조각, 아카이브 총 50여 점을 전시한다.

김윤신, 성좌의 신화, 1972, 종이에 잉크, 76×76cm
김윤신, 성좌의 신화, 1972, 종이에 잉크, 76×76cm. (사진= 이응노미술관)
전시에 소개된 50여 점의 출품작들은 대다수 국내 미공개 작이라는 것과 김윤신의 파리 유학시기부터 현재 까지 작품 세계 전체를 전체적으로 조망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1964년 파리 유학과 1984년 아르헨티나 이주를 기점으로 전후 회화와 조각을 함께 전시해 각 전시실을 둘러보며 김윤신이 한국적 뿌리와 유럽에서 받은 자극이 어떻게 충돌하고 융합해 독자적인 작품으로 탄생하였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다음의 세 가지 관점에서 이응노의 예술을 조망한다.

▲작품 활동 초기이자 이응노와의 조각을 통해 교류한 1960년대 파리 유학시절 아카이브와 작품을 통해 김윤신의 초창기 예술에 주목해 김윤신의 실험적 예술성이 계승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지금까지 국내에 공개되지 못했던 아르헨티나 이주 시기 김윤신 예술의 특징을 미공개 작품을 통해 재조명한다. ▲ 2010년대 이후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김윤신의 예술을 회화와 조각을 함께 구성한 전시를 통해 조망한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행복로 통큰세일·빛 축제’로 상권 활력과 연말 분위기 더해
  2. '2026 대전 0시 축제' 글로벌 위한 청사진 마련
  3. 대성여고 제과직종 문주희 학생, '기특한 명장' 선정
  4. 서산 대산단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기존 전기료比 6~10%↓
  5. 세종시 반곡동 상권 기지개...상인회 공식 출범
  1.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2. 세밑 한파 기승
  3. 셀트리온 산업단지계획 최종 승인… 충남도, 농생명·바이오산업 거점지로 도약
  4. 충남대 올해 114억 원 발전기금 모금…전국 거점국립大에서 '최다'
  5. [2026 신년호] AI가 풀어준 2026년 새해운세와 띠별 운세는 어떨까?

헤드라인 뉴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각종 비위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 중 충청 출신이 거론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당 사무총장인 3선 조승래 의원(대전유성갑)으로 그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면 여당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이 모두 충청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후임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를 다음 달 11일 실시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보선을 1월 11일 실시되는 최고위원 보궐선거 날짜와 맞추기로..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30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구..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서울 고척 돔구장 유형의 인프라가 세종시에도 들어설지 주목된다. 돔구장은 사계절 야구와 공연 등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문화체육시설로 통하고, 고척 돔구장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돔구장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20년 전·후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으나, 행복청과 세종시, 지역 정치권은 이 카드를 수용하지 못했다. 과거형 종합운동장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청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고무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서다. 결국 기존 종합운동장 구상안은 사업자 유찰로 무산된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 세밑 한파 기승 세밑 한파 기승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