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정조대왕의 꿈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정조대왕의 꿈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10-1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사람에게 꿈이 없으면 죽음과 다를 바 없다. 자신의 잠재능력, 가능성을 깨우는 일이요, 삶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꿈은 소소한 개인에서부터 인류사회 전체에 이르는 희망이나 이상이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이 일깨우듯, 존재에서 의미가 되는 일이다. 생의 활력소이기에, 설령 꿈대로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그 역할이 충분하다.

우리 정치는 꿈이 없거나 잊은듯하다. 어떻게 깨워볼까? 정조(正祖, 1752~1800, 재위 1777~1800)의 통치로 반추해 보고자 한다. 정조는 세종과 더불어 조선시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임금, 성군으로 꼽힌다. 백성과 나라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며, 학문과 예술에 조예가 깊은 공통점이 있다.

정조는 어린 시절 몹시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다. 외척세력 득세, 극심한 당파싸움 여파로 아버지는 뒤주에 갇혀 유명을 달리한다. 늘 반대파의 감시와 협박에 시달린다. 1775년 영조가 세손의 대리청정에 대한 견해를 묻자, 홍인한이 이른바 '삼불필지설(三不必知說)'를 내세운다. 대놓고 세손의 권위를 부정한 것이다. "동궁께서는 노론과 소론을 알 필요가 없으며, 이조판서와 병조판서를 알 필요가 없습니다. 조정의 일에 이르러서는 더욱이 알 필요가 없습니다. -《영조실록》 권 125, 영조 51년 11월 20일"

1777년 영조의 승하로 어렵게 왕위에 오른다. 탕평책으로 기득권 세력을 추출하고 붕당 타파에 나선다. 채제공을 정승으로 등용하여 세력 균형에 힘쓴다. 이성무의 《조선국왕전》에 따르면, "영조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왕의 절충안을 따르는 완론(緩論)으로 주로 기용했다. 반면에 정조는 의리에 바탕을 둔 준론(峻論, 강경파) 탕평을 펼쳤다. 의리란 왕에 대한 충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조는 색목(色目, 당파의 파별)의 구분 없이 오로지 의리를 지키는 사람을 중용하겠다는 정치적 원칙을 고수했다." 당파뿐 아니라 지역, 신분과 관계없는 고른 인재등용과 적재적소 배치, 신의는 지금도 변함없이 중요하다.

규장각(奎章閣)을 설치, 처음엔 역대 제왕의 어제와 어필 등을 정리 · 보관하고 서적을 수집, 편찬하는 왕실 도서관으로 출발했다. 서적 편찬과정에 다양한 활자 개발 등 문화축적을 이루었으며,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춘 문물제도를 새롭게 정비, 완성하였다. 이후 규장각에 근무하는 각신(閣臣)에게 후한 녹봉으로 예우하고 종일 연구에 몰두하게 하였으며, 친히 대화와 토론으로 정치득실을 논했다.

'서얼통청운동(庶蘖通淸運動)'이란 신분 상승운동 전개로 노비, 궁녀도 최소화 했다. 위상에 관계없이 가지고 있는 학식을 정사에 활용했다. 초계문신(抄啓文臣)도 실시, 가려 뽑은 문신을 규장각에서 일정 기간 공부하게 하여 성적이 좋은 사람은 즉시 발탁했다. 바로 신진 정치 엘리트다. 여기서 배출된 이들이 박제가 · 서이수 · 유득공 · 이가환 · 이덕무 · 정약용 등이다. 이들은 정조의 친위세력으로 당파에 휩쓸리지 않았다.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참된 인재 양성이다.

제학파의 장점을 수용, 특색 있는 학풍 장려로 문운이 진작된다. 문화의 저변 확대로 위항문학(委巷文學)도 적극 지원하였다. 문장, 음악, 그림, 서예, 인장 등 예술에 취미가 있었으며 안목도 높았다. 정조의 학자적 소양에서 기인한 각종 문화정책과 선진 · 신문화 수용으로 문화정치가 구현된다.

정조는 부단히 백성을 보살핀다. 암행어사로 암행하게 하였으며, 어사가 비리에 물들까 염려되어 뒤따라 다른 어사를 보내기도 했다. 백성을 만나면 형편을 묻기도 하고, 어가 행차에는 억울한 사람이 징을 울리게 했다. 사정 호소문도 아무나 쓸 수 있게 한글을 사용토록 바꿨다. 소통에 정성을 쏟은 것이다. 서자나 노비 등 소외받는 계층에 관심을 기울였다. 범죄자에게 형틀도 씌우지 못하게 하고 고문도 가볍게 했다. 통공정책(通共政策) 허용 등 상공업 발전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윤재운 · 장희흥 공저《한국사를 움직인 100인》에 의하면, 1793년 화성 축조 계획을 발표했고, 오랫동안 꿈꿔온 정치를 펼치려 했다. 당쟁의 뿌리가 깊은 한양에서 개혁정치가 한계가 있다고 판단, 수원으로 도읍을 옮겨 새로운 조선의 부흥을 꾀하려 했던 것이다. 축성 과정에 정약용이 거중기를 발명하는 등 획기적인 축성기술과 관리기법도 선보였다.

조선 영·정조 시대를 문예 부흥기라 함은 북벌론, 예치의 실현, 신분타파, 고유문화의 정체성 확립 등 당면과제를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되어 수행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공위성 기업 컨텍-AP위성, 루마니아에 지상국 시스템 전수
  2. 정부 국가철도망 계획에 대전시 역량 집중해야
  3. 대전시 2037년 전력자립도 108% 달성 관건은 '주민 수용성'
  4. 대전혁신센터, 대전창업허브 입주기업 7개사 모집
  5. [교단만필] 더 쉽게 만드는 시대, 더 깊게 배우는 교육
  1.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6년 8월7일 금요일
  2. '맥도날드·세종시립박물관' 차례로 오픈… 고운동 정주여건 좋아진다
  3.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4.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5. 한달째 '휴업' 대덕구의회…오는 10일 원구성 다시 돌입

헤드라인 뉴스


표준연, 국산 반도체 공정용 가스 `품질평가 체계` 구축

표준연, 국산 반도체 공정용 가스 '품질평가 체계' 구축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이호성)이 반도체 주요 공정에 쓰이는 고순도 가스 15종의 순도분석기술과 시험절차를 확립했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 주요 소재의 수출 규제로 무역보복을 단행했을 때 불소 등의 공급처 확보가 어려웠던 경험에서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에 노력한 성과다. KRISS는 2020년 불화수소 품질평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단계적으로 대상을 늘려 최근 식각·세정·증착용 고순도 가스 15종에 대한 순도분석 기반을 구축했다고 7일 밝혔다. 이로써 가스별 표준 시험절차를 마련해 15종 전 품목에..

꿈의 무용단 천안, 전국 예술단과 `우리들의 하모니` 선보여
꿈의 무용단 천안, 전국 예술단과 '우리들의 하모니' 선보여

천안문화재단은 꿈의 무용단 천안이 5~7일까지 '2026 꿈의 예술단 합동캠프'에 참가해 전국 아동·청소년 예술단원들과 교류하며 공동 무대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우리들의 하모니'를 주제로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이번 캠프에서 꿈의 무용단 천안은 논산·공주 단원들과 함께 '아리랑을 위한 시퀀스'를 선보이며 화합의 의미를 담은 무대를 펼쳤다. 합동공연에서 전국 꿈의 예술단이 함께하는 다채로운 공연과 함께 '나의 내일을'을 주제로 피날레 무대를 선보이며 캠프를 마무리했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 합동캠프는 단원들이 전국의 또래 친구들과 예..

"132억 농어민 희망자금 푼다", 서산시, 2만2천여 농어업인에 농어민수당 지급
"132억 농어민 희망자금 푼다", 서산시, 2만2천여 농어업인에 농어민수당 지급

충남 서산시가 농업과 어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지역 농어업인의 안정적인 생계와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총 132억 원이 넘는 농어민수당을 지급한다. 시는 8월 10일부터 2026년 농어민수당 132억 7,000여만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급 대상은 모두 2만 2,002명으로, 분야별로는 농업인 2만 1,462명, 어업인 480명, 축산업 종사자 35명, 임업인 25명이다. 농어민수당은 농업과 어업이 식량안보와 환경보전, 농촌 공동체 유지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점을 인정해 농어업인의 경영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