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월평공원 수풀 속 수직갱도, 일제의 금 수탈현장이었다

  • 사회/교육
  • 법원/검찰

대전 월평공원 수풀 속 수직갱도, 일제의 금 수탈현장이었다

수직갱도 3개·동굴형갱도 2개 금 개발 광산
조선총독부 '유성금산' 광산 위치와 일치
장항제련소 운영 조선제련이 금·은 캐어
동원 근로자 머문 흔적과 건물지 발견돼

  • 승인 2024-11-04 17:22
  • 수정 2024-11-04 17:31
  • 신문게재 2024-11-05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KakaoTalk_20241104_162339689
대전 도솔산 월평공원에서 발견된 세 개의 수직갱도 중 하나. 일제강점기 금광 개발지로 확인됐다. /사진=임병안 기자
<속보>=대전 서구 월평공원에서 발견된 수직갱도와 동굴은 1933년 일제강점기 조선제련(주)이 금과 은을 채취하던 수탈 현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직갱도 3곳과 동굴형 갱도 2곳, 동원 근로자들이 머물렀을 것으로 보이는 집터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관찰되면서 사료적 가치로 주목된다. <중도일보 8월 26일자 1면 보도>

대전 서구 월평공원과 도솔산에서 발견된 수직갱도와 동굴이 1933년부터 채굴을 시작한 금과 은 광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총독부가 1943년 발행한 조선광구일람에 '유성금산(儒城金山)'이라는 광산이 등재됐는데 당시 지명으로 대덕군 유천면과 기성면에 광산이 있다고 소개돼 지금 수직갱도 발견 위치와 일치한다.

유성금산 광산은 금과 은을 채취할 목적으로 1933년 개광 허가를 받았고, 광업권 신고 면적은 50만4390㎡(15만2578평)에 이르렀다. 중도일보가 그동안 현지 주민조사를 통해 이 일대가 오래전부터 '금정골(金井)'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광산에서 금이 많이 나왔으며, 동굴형 갱도 안에 우물처럼 수직으로 떨어지는 또 다른 갱도가 있다는 증언을 수집했는데, 조선총독부 문헌을 통해 조선제련의 금 광산이 이곳에 실존했던 게 확인된 것이다. 조선제련의 이곳 금 광산이 언제 폐광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으나, 대전시가 보유한 1950년 항공사진에서도 민둥산에 채굴 시설물이 발견되지 않는 것을 보아 그 전에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제련은 조선총독부가 식민지 산업·금융 지배 일환으로 설립한 조선식산은행에 의해 1936년 설립됐고, 서천 장항제련소를 직접 운영하며 조선의 금과 은을 일본으로 수탈한 대표적 기관이다. 그런 조선제련이 대전에 금 광산을 직접 개발한 현장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여기서 캐낸 광석을 호남선 철도를 활용해 장항제련소까지 운반해 금과 은을 녹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IMG_9478
도솔산 월평공원에서 발견된 동굴형갱도 모습. 일제강점기 조선제련의 금광으로 확인됐다. /사진=임병안 기자
특히, 도솔산의 월평공원 현장에는 기괴한 형태의 수직형 갱도 3곳과 동굴형 갱도 2곳이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당시 상당히 많은 조선인 광부가 동원됐을 것으로 근로자들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장소가 발견되고 있다. 작은 냇가를 따라 만들어진 평탄지와 계곡물을 가두는 데 쓰인 돌담, 건물터 그리고 폐석을 가지런히 쌓아 올린 둔덕, 천막을 고정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이는 말뚝형 쇠고리가 그것이다.

정해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는 "광구의 규모는 충남에 있던 일반 광산보다 작으나 조선제련이 직접 금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당시에는 상당히 중요한 광산이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4658만$ 수출계약 맺고 거점 확장"… 김태흠 지사, 중국·베트남 출장 마무리
  2. 전공의 돌아온 대학병원 '활기' 속에 저연차 위주·필수과목 낮은 복귀율 '숙제'
  3. 예산 서부내륙고속도로서 승용차가 중앙분리대 들이받아… 1명 숨져
  4. 합참의장에 진영승 공군 전략사령관 내정, 군내 4성 장군 전원 교체
  5. 충청권 의대 중도이탈자 증가… 의대 모집정원 확대에 수도권행 심화
  1. 폭염 속 건설현장 근로자 마음응원 캠페인…마음구호 키트 나눔도
  2. [2026 수시특집-배재대] 1863명(정원 내) 선발… "수능최저 없애고 전과·융합전공 자유롭게"
  3. "탈시설을 말하다"… 충북장애인인권영화제 4일 개최
  4. [2026 수시특집-나섬이가 소개하는배재대] 장학금 받고 유학 가고… 공부는 ‘카공족’ 공간에서
  5. 건양대병원, 차세대 보행 재활 로봇 활용해 스스로 걷기에 도움

헤드라인 뉴스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시가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인 4조 7309억 원을 확보했지만, 일부 현안 사업에 대해선 국비를 따내지 못해 사업 정상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와 웹툰 IP 클러스터, 신교통수단 등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미래성장 동력 확충과 직결된 것으로 국회 심사과정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 시급하다. 1일 대전시에 따르면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제외된 대전시 사업은 총 9개다. 앞서 시는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운영지원 사업비(29억 6000만 원)와 웹툰 IP 첨단클러스터 구축사업 15억 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천댐 건설 재검토 지시를 내린 김성환 환경부 장관을 향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천댐 건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김돈곤 청양군수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선출직 공무원"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지사는 1일 도청에서 열린 2026 주요정책 추진계획 보고회에서 김 장관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화력발전 폐지 지역에 대한 특별법을 추진할 때 그의 반대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화력발전을 폐지하고 대체 발전을 추진하려는 노력을 반대하는 사람이 지금 환경부 장관에 앉아 있다. 자격이..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특별자치시가 2030년 완성기까지 '국가상징구역'과 '중앙녹지공간'을 중심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1일 세종시 및 행복청의 2026년 국비 반영안을 보면, 국가상징구역은 국회 세종의사당 956억 원, 대통령 세종 집무실 240억 원으로 본격 조성 단계에 진입한다. 행정수도 추진이란 대통령 공약에 따라 완전 이전을 고려한 확장 반영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년 국비가 집행되면, 국회는 2153억 원, 대통령실은 298억 원까지 집행 규모를 키우게 된다. 국가상징구역은 2029년 대통령실,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 마지막 물놀이 마지막 물놀이

  •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