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파고 돌날랐을 조선인 근로자들 흔적 선연…정성 깃든 샘에 화장실터도

굴파고 돌날랐을 조선인 근로자들 흔적 선연…정성 깃든 샘에 화장실터도

서구 도솔산 월평공원서 일제 금과 은 채굴
정성들인 샘과 웅덩이 채석 끝지점에 일치
골짜기 따라 평탄지 100m, 화장실 추정도

  • 승인 2024-11-05 17:29
  • 수정 2024-11-05 17:51
  • 신문게재 2024-11-06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0939
대전 월평공원 일제강점기 금 채굴현장 인근에 누군가 만든 지하수 샘터. 조선인 근로자들이 목을 적시는 시설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임병안 기자)
<속보>=대전 도솔산 월평공원에 일제강점기 금과 은을 채굴한 수탈의 상처뿐 아니라 당시 동원돼 굴을 파고 돌을 날랐을 조선인 근로자들의 손때 묻은 흔적도 여럿 발견돼 주목되고 있다. 바위 밑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을 정성껏 가꾼 샘터와 그 아래 잘 조성된 웅덩이 모두 동원 근로자들의 휴게 시설이었을 것으로 보이고, 화장실로 쓰였음 직한 자리도 발견되고 있다. <중도일보 11월 5일자 1면 보도>

5일 다시 찾은 대전 서구 월평동의 갑천습지에서 산책길을 따라 10분 걸으면 누군가 정성을 들여 만든 샘터를 만나게 된다. 바위 밑에서 샘솟는 물이 한동안 머물 수 있도록 길게 홈을 파 물길을 냈고, 작은 홈에는 두 바가지쯤 퍼서 마실 수 있는 정도의 물이 항상 고여 있다. 작은 구멍에서 바닥에 떨어진 물은 졸졸 흘러 작은 웅덩이로 모이는데 이곳은 도롱뇽과 개구리, 여러 수서생물을 관찰할 수 있어 지금도 유치원에서 자연학습장으로 여겨 찾아오고 있다. 산이 깊어 등산객들이 목이 타는 장소도 아니고 주변에 마을도 없는 곳에 정성을 들여 샘터와 웅덩이를 누가 만들었는지 기록이나 증언은 없다.

KakaoTalk_20241105_152439098
대전 월평공원 일제강점기 금 채굴현장에서 발견된 계곡물을 가두는 돌보시설물. (사진=임병안 기자)
다만, 이 지점은 일제강점기 조선제련(주)가 조선인 근로자들을 동원해 바위를 깎아 금과 은을 채굴한 장소의 마지막 지점에 정확히 교차하고 있다. 10m 상류에는 지표면에 노출된 바위를 수직으로 깎아낸 흔적이 역력한데 지금은 1m쯤 높이로 보이나 오랜 시간 바닥에 흙과 낙엽이 쌓여 대부분 덮인 것으로 금과 은의 채석장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순으로 채석장이 가장 위에 있고 그 아래 넓은 평탄지 그리고 샘터와 웅덩이 순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가장 아래에 갑천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곳 평탄지에서는 잘 다듬은 장대 나무 여러 개가 바닥에 썩어가고 있어, 캐낸 암석을 이곳에 모아 분류하고 정으로 쪼개는 작업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어 보였다. 평탄지 끝 지점에 사람 키 높이 정도로 둔덕이 있는데, 삽으로 낙엽을 걷어내면 잔돌의 폐석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이곳에 누군가 폐석을 쌓았다는 의미다.

IMG_0969
대전 월평공원 일제강점기 금 채굴현장 끝지점의 평탄지에 잘 다듬어진 장대가 여럿 관찰돼 시설물이 있던 자리로 추정된다.(사진=임병안 기자)
더욱이 뒤쪽은 언덕으로 가려지고 앞으로는 웅덩이에서 흘러내린 물이 졸졸 흐르는 지점에 움푹 팬 지형이 관찰되는데 화장실 터로 짐작된다. 부산시 가덕도에 일제가 구축한 옛 외양포 포진지에서도 가장 낮은 곳에서 허드렛물로 손을 씻을 수 있는 지점에 화장실을 구축한 바 있는데, 이곳도 유사하게 보였다.

이곳에서 고개를 하나 너머 동굴형 갱도의 입구이자 수직갱도에서도 가까운 골짜기에서는 계곡을 따라서 바닥을 평평하게 닦은 흔적이 100m쯤 이어지는데, 천막의 형태로 휴식을 취하기 알맞은 환경이다. 돌담을 쌓아 골짜기 물을 가두는 보 시설물이 이곳에서만 유독 3곳에서 발견되고, 수직갱도의 정수리 위치에 바위에 눈과 코, 입 모양을 새긴 형상도 관찰되고 있다.
/임병안 기자

KakaoTalk_20241105_152552760
대전 월평공원 일제강점기 금은 수탈의 수직갱도 정수리 위치 바위에 사람 얼굴 형상이 새겨져 있다.(사진=임병안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도소 메디컬센터 첫 진료개시…"교정처우 개선 우수모델 안정적 운영을"
  2. [사이언스칼럼]기후변화가 바꾸는 일상, 우리가 바꿀 미래
  3. 천황봉 3D 스캔부터 계룡산성 발굴까지… 세계유산을 향한 발걸음 '활발'
  4. 재투표 앞두고 교수사회 내홍…통합 동력 확보할 수 있나
  5. 대전사랑메세나·한국자유총연맹 대전시지부·중구 청년센터 청년모아, 지역사회 나눔과 봉사 표창
  1. 역대 최대 2조 9102억 기초연구 예산… 핵심은 '지역 연구자 살리기'
  2. 대전 신규 아파트 입주에 동부권 초등학교 통학구역 재편…학생 배치 여건 고려
  3. [책으로 여는 미래] 읽는 아이에서 쓰는 아이로, 교실을 넘어 삶으로 대전동부교육지원청
  4.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살아있는 지구과학 교과서 울릉도서 '특별한 과학 탐험'
  5. 대전스타트업파크 찾은 몽골·독일 대표단… 지역 기술력에 주목

헤드라인 뉴스


3기 진실화해위, 충청 미군 민간인 희생 29명 `진실규명`

3기 진실화해위, 충청 미군 민간인 희생 29명 '진실규명'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상교)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제8차 위원회를 열고, 과거 2기 진실화해위원회 당시 '조사중지' 결정에 머물렀던 '충청지역 미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해 한국전쟁 전후 미군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 희생사건으로 공식 인정하고 29명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규명되지 못하고 조사중지 상태로 남아있던 억울한 희생의 진상을 3기 위원회가 재조사해 진실규명 결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진실규명 결정이란 법에 따라 신청 사건 조사..

수능·내신 대전환에 국제중 인기…7년 새 지원자 73.6% 증가
수능·내신 대전환에 국제중 인기…7년 새 지원자 73.6% 증가

수능과 내신 평가체계 변화로 대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학교 단계부터 학업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국제중학교로 이어지고 있다. 특목고·자사고 진학 실적과 영어 중심 교육환경 등이 맞물리면서 국제중 선호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6일 종로학원이 분석한 2027학년도 국제중 지원 현황에 따르면 전국 5개 국제중 가운데 경쟁률을 공개한 4개 학교의 지원자는 8998명으로 집계됐다. 474명 모집에 평균 경쟁률은 18.98대 1로, 최근 7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원자는 2021학년도 5182명에서 2025학년도 8597명까지 꾸준히..

유성구 직원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국화축제…관람객 호응 `만발`
유성구 직원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국화축제…관람객 호응 '만발'

대전 유성구의 '제17회 유성국화축제'가 형형색색의 국화로 물든 도심 속 정원과 특별한 사연을 담은 조형물로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10월 17일부터 11월 8일까지 유림공원과 유성천 일원에서 열린 이번 축제는 당초 11월 1일까지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과 호응에 힘입어 일주일 연장 운영됐다. 특히 모든 국화조형물은 미술이나 조형을 전문적으로 배운 경험이 없는 유성구 직원들이 도면 없이 직접 제작하고 관리하는 작품이다. 이런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실제 한 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 울긋불긋 물든 도심 울긋불긋 물든 도심

  •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