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오염된 의리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오염된 의리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12-06 00:00
  • 수정 2024-12-11 10:3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돌아보면 근현대 인류의 삶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기술과 물질적 발전 결과인 문명의 변화는 가히 천지개벽에 가깝다. 그 속도도 엄청나다. 현대의 변화가 단군 이래 현대이전까지의 변화에 버금간다는 말도 있다. 격변의 현대사와 함께한 보통 사람의 느낌일 것이다.

근현대라는 말의 시대구분이 어렵다. 국가와 문화권, 학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한국사에서는 국제 문호가 개방되는 고종 때로부터 해방 이전까지가 근대, 그 이후를 현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화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정신문화는 큰 변화가 없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아름다운 문화 가운데 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이상이 더 높은 곳에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퇴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공자의 중심사상은 인(仁)이었다. 하지만, 중국철학사에 의하면 인의 개념이 지속적으로 바뀐다. 공부가 일천하긴 하나, 공자가 '인이 무엇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위적으로 종합해보면, 인간의 본래 모습이 인이라 한다. 인간 행동의 실천 원리로 보았다. 인의 핵심은 사랑이다. 자신은 물론, 남을 나처럼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인간 본래 모습의 회복, 곧 사랑으로 사회질서를 확립하려 하였다. 물론 쉬운 것은 아니다. 공자 역시, 제자 누구도, 스스로도 인하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이 모든 선의 시작이요, 백행의 근원이라 여겼다. 사랑이 부모에 이르면 효(孝)가 되고, 형제에 미치면 우애(友), 어른에 이르면 공경(悌), 나라에 다다르면 충(忠)이 된다. 자녀에 이르면 자애(慈), 남의 자녀에 이르면 관대(寬), 만인에 이르면 은혜(惠)가 된다. 그리하여 후대 성리학의 원조 한유(韓愈)는 인을 박애(博愛)라 하였다.

실천 방안의 하나로 <대학> 10장에 '혈구지도'라는 것이 나온다. "위에서 싫어하는 바로써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 것이며, 아래서 싫어하는 바로써 위를 섬기지 말 것이며, 앞에서 싫어하는 바로써 뒤에 먼저 하지 말 것이며, 뒤에서 싫어하는 바로써 앞에 따라가지 말 것이며, 오른편에서 싫어하는 바로써 왼편에 건네지 말 것이다."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자기(욕심)를 버리고 예로 돌아가는 것(克己復禮)이나 자기가 하고자 아니하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말과 상통한다. 바라는 마음으로 먼저 베풀라는 것이기도 하다.

인의 구체적 실천 방안이 의(義)라 강조한 맹자는 인에 의를 덧붙여 인의(仁義)라 하기도 하였다. 조화로운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윤리가 모두 의다. 그로써 사회 질서가 유지된다. 의는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바르게 행동토록 인도한다. 따라서 공명정대하고 정의롭다. 개인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 또한 의가 전제된다. 불의를 저지르고도 부끄러움이 없거나 미워하지 않는 것은 의롭지 않은 까닭이다. 의가 의리로 이해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나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다.

"내가 할 땐 정(正)과 의리지만 남이 볼 땐 부정과 비리일 수 있습니다." 예전 공익광고의 한 문구이다. 혼동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나아가 오인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우리 정치인이 그렇다. 불합리한 것에 의 또는 의리가 강조된다. 불공정, 부정, 부패, 분열, 혈연, 학연, 지연, 세대차, 유유상종, 사리사욕, 이런 것을 조건 없이 감싸거나 지키는 것이 의라 생각한다. 거기엔 사랑도 없다. 신념, 약간의 양심도 없다.

공복이 지켜야 할 도리는 국가 민족, 나아가 인류사회 전체에 대한 것이지, 개인이나 소수가 대상일 수 없다. 다수가 대상인 경우는 많은 이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만, 후자의 경우는 지극히 소수에게만 이익이 따르고 나머지 모두에게 피해가 간다. 더구나 선악 구분이 왜곡되거나 지켜야 할 의로 오인되면 공멸에 이르게 된다. 바르고 정의로움도 없다. 조선에 있었던, 조광조(趙光祖)의 도학정신(道學精神), 사육신의 절의 정신(節義精神), 임진왜란 당시에 항거한 조헌(趙憲) 등의 의병운동(義兵運動), 구국정신(救國精神) 등 참다운 의의 실천이 보고 싶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신동 곡교천로 진입도로 개통
  2. 통합 무산 충남대 ‘다음 수’ 찾기 고심
  3.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마침표… 어게인 여·야 합의로 찍어야
  4.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5. 충청권 성적 촬영물 협박·강요 증가…대전 최다
  1. 대전 중학교 배정 달라진다…다자녀 첫째도 ‘선배정’
  2. [현장에서 만난 사람]정주진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
  3. 권아름 충남농기원 연구사, '제36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수상
  4. 남상호 대전대 총장, 재신임...2년 더 대학 이끈다
  5. 대전기상청·충청권질병대응센터, 폭염 대응 머리 맞대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543억 규모 ‘D-성장펀드’ 결성… 지역 벤처·스타트업 투자

대전시, 543억 규모 ‘D-성장펀드’ 결성… 지역 벤처·스타트업 투자

대전시가 창업 초기기업과 전략산업 분야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543억 원 규모의 '대전 D-성장펀드'를 조성했다. 대전시는 1일 대전스타트업파크 본부에서 D-성장펀드 결성식을 열고 본격적인 펀드 운용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D-성장펀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수도권에 집중된 벤처투자를 지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추진한 '지역성장펀드' 공모사업에 대전시가 선정되면서 조성됐다. 중기부 모태펀드 350억 원을 기반으로 KAIST와 하나은행, NH농협, IBK기업은행, 행복에너지, 지엔소프트 등이 출자에 참여해 전체 펀드 규모는 543억 원..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권 4개 시·도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견인할 충청광역연합의 권한과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된다. 현재 시·도에서 넘겨받은 사무를 수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 권한과 재원을 확보해 충청권 공동사업을 보다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1일 대전시와 충청광역연합 등에 따르면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과 충청광역연합이 참여하는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4개 시·도는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과 충북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오름폭은 축소됐다. 세종은 상승 전환했으며, 충남은 낙폭을 줄였다. 전세가격은 충청권 4개 시·도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전 집값은 전주보다 0.01% 상승했다. 7월 중순 상승 전환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전주(0.03%)보다 상승폭은 0.02%포인트 줄었다. 충북은 0.04% 올라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전주(0.07%)보다 오름폭이 0.03%포인트 축소됐다. 충남은 -0.03%를 기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