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기초과학자의 사소한 이야기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기초과학자의 사소한 이야기

김재홍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기획관리부장

  • 승인 2024-12-12 17:01
  • 신문게재 2024-12-13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41212090654
김재홍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기획관리부장
12월, 창밖의 크리스마스트리 불빛이 내 마음을 동심으로 이끈다. 반짝거리는 불빛은 내 가슴을 설레게도 한다. 나를 과학자의 길로 이끈 붉은 색 꼬마전구가 아직도 반짝이고 있다.

전구가 발명되기 전에는 촛불을 사용해 장식했다고 한다. 촛불은 바람만 불면 꺼져서 불편했고 화재 위험이 있다. 1979년 에디슨은 필라멘트 전구를 발명했고, 1880년에는 전구의 크기와 디자인을 변경해서 전구를 이용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발명했다. 1882년에는 트리에 거는 전구를 만들기 위한 전구 소켓을 발명했고, 1900년대 초반에는 전구의 크기가 더 작은, 더 많은 전구를 한 줄에 연결하는 형태를 만들었다. 현대에는 LED 기술이 도입되면서 더 밝고 오래가는 전구가 만들어지고, 스마트폰과 연동해 멀티 컬러나 효과를 조절할 수 있는 트리전구도 등장했다.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도 과학의 발전에 따라 더 화려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한 것이다.

요즘 초등학생을 포함하여 많은 시민이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더 많이 방문한다. '기초과학이 무엇이고 중이온가속기가 우리에게 주는 유익함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더 많아진 것일까? 중이온가속기 연구소는 일반인과 과학자의 호기심이 공존하는 연구시설이다. 연구소 임무는 과학연구에만 있지 않고 과학과 기술에 관한 포괄적 연구를 수행하여 기술발전 결과를 대중에게 확산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일반 국민이 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도록 국민의 기대를 연구소의 운영에 반영하기도 한다. 기초과학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 정말 중요하고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국민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도 과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질 것이다.

기초과학이 국민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까. 첫째는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 둘째는 과학만이 인류가 당면하게 될 문제(인구 증가 및 고령화 문제, 질병 문제, 에너지 문제, 기후 변화 문제 등)를 해결할 수 있다. 셋째, 기초과학은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을 창출할 수 있다. 기초과학이 발전하면 다른 기술이 향상되고 모든 분야에 응용돼 새로운 기술이 창출되기에 기초과학은 모든 응용기술의 원천이 된다.



기초과학은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하며, 이를 토대로 혁신적인 기술과 새로운 발견을 이루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자연현상에 대해서 분석적인 시선을 가지고 깊이 이해하고, 우리 삶을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 낸다. 현대 과학의 꽃인 전자공학과 인공지능도 물리학의 원리와 수학적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과학자가 생각하는 기초과학은 우주부터 세포, 원자핵을 포함한 자연현상과 질서 원리를 찾는 체계적인 과정이다. 누구도 자연현상을 명확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극히 제한된 정보 속에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분석하고 실험적인 접근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복잡한 현상을 해석하는 기초과학은 우리 삶의 소중함과 호기심을 읽어내는 하나의 언어이다.

국내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희귀 동위원소를 만드는 '동위원소 공장'으로 이전에는 관찰하지 못했던 희귀한 사건과 물질을 관측할 수 있는 시설이다. 라온은 세계 학자들의 호기심을 담은 연구 주제를 표현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자산이다. 그 가치가 세상에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수상소감에서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더 먼 길을 우회해 계속 걸어가 보려 한다"고 했다. 영광은 서두르기만 한다고 결코 거머쥘 수 없다. 한곳에 천착하며 차근차근 쌓아 올려야 이룰 수 있다. 문화든 과학이든 기술이든, 축적의 힘은 그렇게 차근차근 쌓여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과학의 현장에서 과학자로 사는 것의 의미와 연구자로서의 역할, 그리고 연구소 방문자들과 나누는 사소한 이야기들이 학생에게 과학자의 꿈을 키우게 하는 작은 모티브가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한국인의 창의성과 우수성이 문학을 넘어 노벨상 불모지인 기초과학 분야로 힘차게 뻗어나가길 기대한다.
김재홍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기획관리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흥시, 별빛 축제 ‘거북섬’ 점등식
  2. "아산으로 힐링 가을여행 오세요"
  3. 대전 유성 노인회서 견학갔다가 80대 실종 9일째…인력 600여명 투입 '희망을'
  4.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5.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1.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2.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3. 대전A고 학교운영위원장 교권침해? 24일 '교보위' 촉각
  4.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5. [S석 한컷]서포터석에서 탐탐이 치는 K-리그 기자! 음치-박치-엇박자 서포터 현장팀 체험

헤드라인 뉴스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대전과 세종, 충북을 급행철도로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가 민자적격성조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위한 CTX의 조기 개통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황 의원은 21일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50번에는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 있고,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전국 접근성 개선에서 서울에서 1시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접근 가능한 교..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과학과 예술의 도시, 대전시가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에 우뚝 섰다.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대전총회'가 3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지역적 영감에서 세계적 영향으로(From Local Inspirations to Global Influences)'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세계 20개국 80여 개 공연예술 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지역이 품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세계로 확산되는 길을 함께 모색했다. 첫 번째 세션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에서는 한국 문화예술이..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유성구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원자력안전 교부세 신설이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이후 올해 초 또다시 관련법이 제출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 나아가 144만 대전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인데 행정당국의 이슈파이팅 부족으로 현안 관철은 멀기만 해 보인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유성을)이 대표발의 한 이른바 '원자력안전교부세법'(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안) 7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