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중국 탁구이야기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중국 탁구이야기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 승인 2025-01-12 09:45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덕균
김덕균 소장
탁구, 배구, 테니스, 배드민턴의 공통점은 상대와의 직접적인 몸싸움이 없다는 점이다. 대개 운동선수들의 부상이나 갈등은 상대와의 접촉에서 비롯된다. 그런 점에서 이들 경기는 부상 위험은 적고 상대와의 갈등도 적다. 몸싸움이 불가피한 운동들은 때로는 고의로 몸싸움을 걸기도 한다. 그걸 잘해야 이길 수 있다며 몸싸움 연습도 한다. 심판은 흥미가 우선이라며 적당한 몸싸움은 용인한다. 그러다보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몸싸움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몸싸움은 부상 위험이 따른다. 원칙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반칙들이다. 그래서 한동안 몸싸움은 잘못된 것이고,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며 경계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옛말이 됐다. 이제 적절한 몸싸움은 운동경기의 일부이다. 때론 심한 반칙을 해서라도 막아야 하고, 실점을 막은 몸싸움은 오히려 칭송의 대상이 된다. 스포츠정신의 궤변이다.



하지만 탁구는 몸싸움이 없고 할 수도 없다. 복잡한 규칙도 없다. 반칙에 따른 불필요한 마찰이나 갈등도 없다. 몸싸움이 싫은 마음 약한 사람들이 하기 딱 좋은 운동이다. 넓은 공간도 필요 없다. 좁은 공간에서 언제든 할 수 있는 흥미 백배의 운동이다. 계절도 관계없다. 어느 계절이든 할 수 있는 게 탁구다. 운동량도 제법 되어 다이어트에 적격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대내외 외교 무대에서도 탁구는 큰 역할을 했다.

1971년 냉전시대를 풀어가는 실마리가 탁구에서 비롯됐다. 미중관계 개선에 탁구(핑퐁)외교가 한몫하며 꽉 막혔던 관계를 푼 것이다. 몸싸움이 없는 탁구 경기의 묘미 덕분이다. 말싸움에서의 핑퐁은 책임전가이지만, 스포츠에서의 핑퐁은 오히려 흥미를 배가시킨다. 핑퐁이 길어질수록 각종 묘기와 감동도 쏟아진다. 박수갈채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혹 네트에 맞거나 엣지 덕분에 점수를 따기라도 한다면 깍듯한 예의로 미안함을 표시한다. 탁구 에티켓이다.



이런 탁구의 특징을 맘껏 살리며 국제 사회의 냉전 분위기가 해소된 것이다. 몸싸움이 필수인 축구와는 완전 딴판이다. 1970년 중남미 지역 월드컵축구 예선경기,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의 경기 과열은 전쟁으로까지 비화됐다. 운동장내 선수들 간의 뜨거운 몸싸움 경쟁이 관중석의 응원단으로 번졌고, 그것이 양국 간 전쟁의 발화선이 된 사건이다.

싸늘했던 남북관계를 푼 것도 탁구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한 단일팀이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것도, 2018년 코리아오픈 혼합복식에서 남북단일팀이 세계 최강 중국을 꺾는 이변을 연출한 것도, 단일팀이었기에 그 의미는 배가 됐다.

20세기 초 유럽에서 '간이 테니스'로 시작한 탁구이지만 20세기 후반부터는 중국의 독무대가 됐다. 이후로 만리장성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원조국가도 아닌 중국이 수십 년간 최고 정상의 자리에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민 대다수가 즐기는 국민스포츠란 점이다. 완전한 생활 체육이다. 동호인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많은 8천만 명에 이른다. 한동안 우리나라도 동네마다 탁구장이 있었다. 국제경기에서 빛을 보던 시절의 이야기다. 중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탁구를 즐긴다. 우리 같으면 그 열기가 식을 법도 한데 탁구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다.

필자도 중국탁구를 경험하기 위해 매주 두 차례 연습장을 찾는다. 서너 살 어린아이로부터 70대 노년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초월한 탁구 열기는 대단하다. 세 살짜리는 탁구대 높이가 안 맞아 받침대 위에 올라가 연습한다. 그래도 신기하게 공을 잘도 넘긴다. 탁구신동이 났다고 야단법석 떨 만도 한 풍경이다. 이런 풍경이 어디 여기뿐 이겠는가.

이렇게 중국 전역에서 탁구 꿈나무들이 크고 있다. 탁구 선수를 좋아하는 팬클럽도 엄청나다. 그들을 따르는 열정도 어지간한 연예인보다 낫다. 좋아하는 선수가 아무리 먼 곳에서 경기를 하더라도 찾아가 응원한다. 오늘날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건, 이런 국민적 열망과 응원이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개인택시 신규 면허 교부-18명 대상
  2.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3.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4. [사이언스칼럼] 아쉬움
  5. [라이즈 현안 점검] 거점 라이즈센터 설립부터 불협화음 우려…"초광역화 촘촘한 구상 절실"
  1. "성심당 대기줄 이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2. [사설] 이삿짐 싸던 해수부, 장관 사임 '날벼락'
  3. 금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 24개 공동체 성과공유 간담회
  4.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5. 대전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 '어린이 기후 이야기' 2회차 참가자 모집

헤드라인 뉴스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의 혈관인 교통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는 등 2028년 개통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 광역철도와 CTX(충청급행철도) 등 메가시티 조성의 기반이 될 광역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의 30여년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연말 착공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