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칠십 중반에 맞는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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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칠십 중반에 맞는 새해

김현중/건양교육재단 법인국장

  • 승인 2025-01-13 18:35
  • 신문게재 2025-01-14 18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난해 마지막 날 '서해안의 정동진'으로 불리는 서천 마량포구에 머물며 갑진년 묵은해를 보내고 을사년 새해를 맞았다. 하루 전 생각나 결행한 것이다. 끝이 안 보이는 의료대란, 극한을 치닫는 정쟁 속에 12.3 사태가 나더니 29일에는 항공기 참사. 먹구름 속의 한 해였다. 포구 멀리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는 해를 보니 나도 모르게 두 손이 모아졌다. 부디 새해에는 무탈하고 잘 풀리는 희망의 해가 되기를 바랬다.

마침 날씨도 그런대로 좋아 해넘이, 해돋이 사진을 찍어 올리며 인사를 나눴다. 산 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성경 전래지 기념관이 있었다. 1816년 이곳 해안에 머문 영국 알세스트호 함장 맥스웰 대령이 마량진 첨사 조대복과 비인 현감 이승렬에게 성경책을 전했다고 한다. 바로 옆 동백나무 숲에는 500년 된 동백들이 벌써 도톰한 꽃망울을 자랑하고 있었다.



왜 갑자기 바닷가를 찾아 연말연시를 보내게 되었을까. 올해는 정년 퇴임 15년 차의 해다. 옛날 같으면 경로당 아랫목에 발을 뻗을 나이다. 세월이 지나갈수록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 좋아하고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이다. 아직 한참 때처럼 직장에 나가며 농사철엔 바쁘다. 아직 큰 감기 치레 없이 겨울나고 식욕이 좋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작년 내내 혼돈과 연말 초유의 혼미 상황 돌발 등으로 답답함을 넘어 갑갑한 지경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근심이 더해진다. 나이 탓도 그리고 올해 중학생이 되는 손주들의 앞날이 걱정돼서 그럴 것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서해안을 찾아 해가 바뀌는 시점의 두 해를 보게 된 것은 이를 탈피해 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요즘 사회 분위기가 스산하다. 이를 '을씨년스럽다'고 말한다. 120년 전 을사년(1905)에 나라의 외교권을 뺏긴 '을사늑약'의 분위기와 비교해 '을사년스럽다'에서 나왔다. 아무리 뭐라 해도 국가의 이익과 국민을 위해 멋있게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이럴 때 가장 속상한 것은 우리의 대외 이미지 하락이다. 그동안 K-푸드, K-뷰티 등 '모든 것은 K로 통한다' 할 정도로 우리의 위상이 하늘을 찔렀다. 지구촌을 사로잡아 끌어들이는 'K 매력'의 모습이 하루빨리 되찾아지기를 바란다.

을사년에 소박하게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먼저 작년 초 땅 사서 흙 깔고 지은 비닐하우스에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이미 당근 마켓을 이용해 책장과 테이블, 의자를 구해 놓았다. 외국인, 도시와 농촌, 초고령사회 세대 간 만남의 장이 될 것이다. 일본, 중국 등 외국책들도 많다. 누구든 와서 책 읽으며 교류하는 쉼터다. 책이 필요하면 가져가도 되고 교환해도 된다. 옛 '흑석리'의 향토 문화 역사 자료도 모아 소개해 보고 싶다. 올해 꽃피는 어느 날엔 곧 나올 두 번째 책 '도쿄의 기억, 도쿄의 발견' 출판기념회도 이곳에서 가져 볼 참이다.

다음은 글로벌 문화 코너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사랑채 외양간에 전시 중인 외국 가면(마스크)과 부모님이 쓰시던 전통 생활 민속품과 외국에서 수집한 그림 등을 컨테이너에 옮겨 보는 것이다. 또 자격증을 활용해 '국제업무전문 행정사사무소'와 '글로벌 커뮤니티 사회복지사사무소' 역할을 하는 스페이스로 꾸미는 것이다.

올해는 푸른 뱀의 해다. 뱀은 창조와 재탄생, 변신 그리고 지헤를 상징한다. 또 1년에 한 번 허물을 벗는다. 만약 탈피하지 못하면 각질화되어 자연사하게 된다고 한다. 지난해 묵은 것, 찌든 것, 안 좋은 것들 싹 다 버리고 탈피하여 'New Dynamic Korea'를 세우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보다 '나이는 못 속인다'는 소리가 더 가깝게 들린다. 새해엔 느리게 여유를 가지고 움직여보려 한다. 걸음걸이 조심하며, 운전할 땐 휴대폰 신경 끄고 두 손으로 핸들 꼭 잡아야겠다. 매일 매일 '건강한 일상'이 우선이다.

김현중/건양교육재단 법인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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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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