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586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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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586의 몰락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 승인 2025-03-10 10:28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풍경소리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을 지낸 P모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20·30세대를 향해 "사유(思惟)는 없고 계산만 있다"며, "그들 스스로 말라비틀어지게 만들고 고립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유럽의 68세대에 해당하는 한국의 586세대가 지금의 젊은 세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젊은 세대의 생각이 자신들의 입장과 다를 경우, 그들을 배제하고 비하하는 독선적인 태도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그들이 맹신했던 혁명은 실제로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1968년 프랑스를 중심으로 서구에서 펼쳐진 학생운동은 반자본주의, 반제국주의, 사회주의 혁명을 외치며 기존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이들이 세운 정치 질서는 결국 시대가 바뀌며 새로운 억압으로 이어졌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68세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집권했으나, 그들의 정책은 성장보다 이상적인 복지 모델을 강조하며 과도한 사회적 지출을 유도했다. 그 결과 재정 위기와 높은 실업률이 초래되었으며, 이민 정책 실패로 인해 사회적 갈등만 심화했다. 또한, 자국 노동자의 권익 보호보다 대규모 난민 수용, 이민자 우대 정책 등의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국민들의 박탈감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자신들이 비판했던 체제보다 더 큰 사회적 불평등과 혼란을 초래하며 대중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유럽의 68세대 정치인 중 독일의 요슈카 피셔, 프랑스의 다니엘 콘-벤디트과 같은 인물들은 그들의 이상을 정치 현실로 구현하려 했지만, 결국 시대가 변하면서 그들의 이념이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는 우경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68세대는 그나마 사회주의 유산을 간직한 중국과 긴밀한 연계를 맺으며 자국 이익보다 글로벌리스트적 사고를 우선시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좌파 정치인들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적극 지지하며 자국 내 반대 여론을 무시했다. 한국의 586세대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며 원자력 산업을 위축시키고,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을 증가시켰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의 친중 외교는 결국 중국으로부터 멸시당하는 결과만 낳았다.

레온 트로츠키의 사례는 이들의 문제점의 원인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트로츠키는 러시아 혁명의 주역이었으며, 혁명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붉은 군대를 창설하며 백군과 내전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탈영병을 가차 없이 처형하고 농민의 곡물을 강제 징발하며 혁명정부를 유지하려 했다. 결국 볼셰비키 혁명은 또 다른 억압 체제로 변질되었고, 그는 스탈린에게 숙청당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다. 혁명을 위해서라면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은 정당화된다고 믿었던 트로츠키의 모습은 오늘날 586세대가 젊은 세대를 대하는 방식과 다를 바 없다.



혁명은 언제나 이상에서 출발하지만, 현실에서는 권력 유지의 도구로 변질되기 쉽다. P 교수의 20·30세대에 대한 발언은 이러한 586세대의 오만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시대는 노조가 득세하던 공장 생산 시대에서 AI 시대로 변하고 있다. 청년 세대는 더 이상 과거의 낡은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다. 혁명을 외치며 등장했던 세대가 결국 새로운 세대의 진정한 혁명을 억압하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탄핵 재판에서 헌법재판소, 공수처, 그리고 민주당이 보이는 행태는 이러한 586세대의 불공정한 권력 유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런 '담합'은 젊은 세대들에게 절망을 안겨주며, 정의를 외치던 그들의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보여준다. 젊은 세대는 이제 더 이상 이념에 갇힌 채 조작된 정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586세대는 마치 자신들이 '21세기 레닌'이라도 된 듯 절대적인 우상으로 군림했지만, 상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저 역겨울 뿐이다. 그들의 신념은 시대는 변해도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작용하며, 젊은 세대들에게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이들부터 유럽 68세대의 사유의 한계에서 벗어나 고전을 읽고 사유의 폭을 좀 넓혔으면 한다. 단순한 이념적 신념에 갇혀 다른 세대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와 새로운 사조를 받아들이는 열린 사고가 그들부터 필요하다.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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