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대전東山고와 교토東山고의 만남

  • 사회/교육
  • 사건/사고

[교단만필] 대전東山고와 교토東山고의 만남

류일위 대전동산고 교사

  • 승인 2025-03-13 18:17
  • 신문게재 2025-03-14 18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붙임2) 사진
류일위 대전동산고 교사
대전동산고등학교와 일본 교토의 히가시야마(동산)고등학교는 2004년 상호 친선과 우의를 다짐하며 자매결연을 맺었다. 2007년 1월부터 상호 방문 교류를 시작한 후 어느덧 20여 년이 흘러 올해 2025년 2월 제19기 교류 방문단 사업이 진행됐다. 1학년 학생 20명이 동계방학 기간 중 6박 7일간 교토에 방문해 히가시야마고등학교 학생들과 수업을 함께하고 일본의 천년 고도 교토의 문화 유적을 탐방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인솔 교사로서 큰 즐거움이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1학년 교실을 돌며 열심히 홍보하고 안내해 선발한 학생들이 일본 친구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막상 교류를 시작하니 일본어로 진행되는 수업도 잘 수강하고, 금세 친해진 일본 친구들과 학생 식당에서 신나게 떠드느라 점심도 늦게 먹는 상황이 늘 신기하다. 오전 수업 교류를 마치면 돌아오는 길에 너도나도 자기 반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늘어놓느라 바쁘다. 자기들끼리 일본 편의점에 가서 사 온 간식을 호텔의 다다미방에 둘러앉아 신나게 먹다가 저녁 지도 시간에 들어온 인솔 교사에게 잠시 앉아보시라며 간식을 건네주는 아이들의 마음에 힘든 하루도 괜스레 별거 아닌 것 같아졌다. 매일 아침 호텔 주인 할아버지의 어설픈 '안녕하세요' 발음도 매우 정겨워서 자꾸 다시 뵙고 싶다.

교토의 다양한 문화 유적지 탐방 체험도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프다고 툴툴거리다가도 웅장하고 수려한 교토의 건물들을 보면 연신 사진을 찍고 현지 학교 선생님께 달려들어 질문하는 자세가 자못 진지했다. 일본 불교 정토종의 총본산이며 일본에서 가장 큰 사찰 중 하나인 '지온인'에서 스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 7대 미스테리를 찾아보고, 공부의 신이 계시는 '기타노 덴만구'에서는 학업 향상의 기운을 받아 앞으로 공부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니 웃음이 났다. '금각사'의 번쩍이는 금 도색에 얼마가 들어갔을지 추측해 보고, '후시미 이나리' 신사에서 장사의 신에게 기도하며 나중에 사업이 번창하게 해달라고 빌기도 한다. 관광객이 많기로 유명한 '기요미즈테라'의 건물이 일본 격투 게임에 나오는 곳이라고 열심히 설명해 준 친구 덕분에 인솔 교사인 나도 학생에게 또 하나 배우게 된다.

(붙임3) 기념촬영 - 온라인만 게시 부탁드립니다
히가시야마고등학교의 근처도 명소가 많아 참 부럽다. 일본의 국보 건조물인 '난젠지'의 가파른 목조 계단을 오르면 보이는 경치가 사진 촬영을 절로 부른다. 벚꽃이 피면 훨씬 더 멋질 것 같은 고즈넉한 '철학의 길'을 걸으며 노벨문학상의 기운을 느껴보고 길이 끝나면 나오는 '은각사'의 정갈한 정원도 마음에 평온을 준다. 히가시야마고등학교의 사회 선생님인 이케다 선생님께서 금각사와 은각사의 일본어 발음이 비슷해 혹시 택시로 가게 된다면 잘 발음해야 한다며 팁을 알려주었는데 골드와 실버를 적극 활용하라고 한 점도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교토의 호텔을 떠나던 아침에 눈이 많이 내렸다. 교토에는 눈이 쌓이기 쉽지 않다고 했는데 귀한 경치를 눈에 담고 갈 수 있어 마지막까지 학생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된 듯하다. 출발한 날 짙은 안개로 인해 3시간 가까이 이륙이 지연됐었던 일은 까맣게 잊고 우리의 귀국길을 또 지연시킬지도 모르는 이른 새벽의 눈이 마냥 예쁘게 보였다.

일본 교류 방문 사업은 나에게 하나의 담당 업무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외부 업체의 도움 없이 자매학교와 직접 소통하며 일정을 준비하기 때문에 사업 운영 과정에서 다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국제적인 경험을 쌓고, 일본 친구들을 사귀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학교 간 국제 교류의 매우 좋은 예라고 생각된다. 여행사를 통해 편하게 다녀온다면 히가시야마고등학교의 좋은 친구들, 선생님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을 테고, 일반적인 패키지 관광여행이 되기 쉬울 것이다. 대전동산고는 교류의 방식을 끊임없이 보완하면서도 새로움을 더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며 앞으로도 히가시야마고등학교와의 깊은 체감형 교류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 2026년 겨울방학에도 진행될 다음 20기 교류단과의 동행이 벌써부터 매우 기대된다.

/류일위 대전동산고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가 총액 1위 알테오젠' 생산기지 어디로?… 대전시 촉각
  2. '행정수도 개헌' 이재명 정부 제1국정과제에 포함
  3. "국내 최초·최대 친환경 수산단지 만든다"… 충남도, 당진시 발전 약속
  4. 이 대통령, 세종시 '복숭아 농가' 방문...청년 농업 미래 조망
  5.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는데"…고 이재석 경사 대전대 동문·교수 추모 행렬
  1. [대입+]] 2026 수시 충청권 의대 지원자 46% 감소… 역대 최저치
  2. 박재형 세종충남대병원장 취임 "더 큰 도약"
  3. 일본 찾은 김진동 세종상의회장… 한-일 경제계 협력의지 다져
  4. 밝은누리안과병원 이성준 원장, 유럽 백내장굴절수술학회서 임상 연구 발표
  5. 대전 학교폭력 4년 연속 늘어… 2025년 1차 실태조사 결과 발표

헤드라인 뉴스


제4인뱅 인가 무산에 충청 지방은행 설립 `꿈` 뭉개져

제4인뱅 인가 무산에 충청 지방은행 설립 '꿈' 뭉개져

충청권의 오랜 숙원인 지방은행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소호은행(KSB)이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충청권 기반 금융 생태계 조성에 기대를 품었던 지역민들의 박탈감을 높였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례회의를 열고 소소뱅크, 소호은행, 포도뱅크, AMZ뱅크 등 4곳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제4인터넷은행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한국소호은행(KSB)은 대전시와 협약을 맺고 대전에 본사를 두고, 지역 특화 사업 발굴 및 정책자금 연계를 통해 지역 금융 정착을 도울 계획이었지만, 결국 정부 인가를 받지 못..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새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RISE 재구조화, AI 인공지능 활용 등 교육 분야 주요 국정과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학문별 대가로 선정된 교수에 대한 정년 제한을 풀고, 최고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대학생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교육부는 6대 국정과제를 위한 25개 실천과제(공동주관 1개 국정과제, 3개 실천과제 포함)를 최종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실현해 거점국립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에 나선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이재명 새 정부가 오는 12월 30일 해양수산부의 부산 청사 개청식을 예고하면서,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를 위한 동반 플랜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수년 간 인구 정체와 지역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진 세종시에 전환점을 가져오고, 정부부처 업무 효율화와 국가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한 후속 대책이 중요해졌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따른 산술적 대응은 당장 성평등가족부(280여 명)와 법무부(787명)의 세종시 이전으로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 셈법으로 빠져 나가는 공직자를 비슷한 규모로 채워주는 방법이다. 지난 2월 민주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