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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오룡역에 위치한 '작은 문학관'./사진=대전문화재단 제공 |
아직 구체적인 행정 절차가 착수된 단계는 아니지만, 지역 문학계 중심으로 박 시인의 생가 터가 위치한 오룡역을 '문학 특화 역사(驛舍)'로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16일 취재에 따르면, 대전교통공사와 대전문학관은 오룡역의 정식 명칭에 '박용래역'을 병기하는 방안을 중장기 계획으로 검토 중이다.
이 아이디어는 지난해 12월 오룡역 역사 내에 '작은문학관'이 조성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박용래 시인의 문학적 업적과 지역 연고성을 기려 문학관 조성과 함께 역사명 병기도 함께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현재 대전교통공사는 관련 로드맵을 마련하고 계획 수립 단계에 착수한 상태지만 행정 협의와 예산 확보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대전시와의 실무 협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단기간 내 실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학계는 올해가 박용래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라는 점에서 역사명 병기를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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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래 시인./사진=중도일보DB |
그가 생전 거주했던 오류동의 자택은 박 시인이 직접 '청시사'라 명명했을 만큼 애정을 담은 공간이었지만 2008년 주민 편의시설 조성 명분으로 철거돼 현재는 공영주차장이 들어서 있다. 이로 인해 문학계에서는 아쉬움과 함께 시인의 문학적 유산을 지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한편, 인명을 역명에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강원도 춘천시의 '김유정역'이 있다. 이 역은 1939년 개업 당시 '신남역'으로 불렸으나 2004년 이 지역 출신 소설가 김유정을 기리기 위해 역명을 변경했다. 인근에 김유정문학촌이 함께 조성되며 현재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명 철도역이자 문학 특화 공간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꾸준히 끌고 있다. 또 '강감찬' 표기가 병기된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의 사례도 눈길을 끈다.
대전 오룡역 역시 이러한 성공 사례를 참고해 문학과 지역 정체성이 어우러진 문화적 명소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성남 대전문학관장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박 시인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오룡역의 역사명 병기 역시 문학과 도시가 만나는 상징적인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교통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오룡역에 문화 특사 역사 조성을 위해 작은 문학관이 조성돼 있고, '박용래역' 병기는 로드맵 구상 정도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대전시와의 협의를 통해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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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감찬' 표기가 병기된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서울시는 일부 지하철 역 이름 옆에 지역 명소를 같이 표기하는 안을 2019년 12월에 확정 고시하고, 2020년 1월부터 '강감찬' 표기를 함께 쓰고 있다. 낙성대역명에 강감찬을 병기하게 되면서, 낙성대가 강감찬 장군의 생가 터라는 사실이 명확해지고 장군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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