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토끼봉에 일제 방공호 2개 "길목에 만든 일본군 참호"

대전 토끼봉에 일제 방공호 2개 "길목에 만든 일본군 참호"

동구 신상동 토끼봉에 방공호 동굴 2개
부산서 옥천 경우 대전·청주 진입 길목
입구 앞에 벽 세워 은폐, 이곳 최소 4개

  • 승인 2025-04-28 17:32
  • 신문게재 2025-04-29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신상동 동굴 인천시 부평구 합성사진
대전 동구 신상동 토끼봉에서 발견된 방공호 동굴(왼쪽)과 인천시 부평구 함봉산 지하호(오른쪽) 형태가 유사하다.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에서 충북 옥천을 잇고 한때는 청주 방향으로 분기하던 교통 요충지에서 일제강점기 방공호 동굴 2개가 추가로 확인됐다. 밖에서 동굴 입구가 보이지 않도록 벽을 세워 숨겼고, 산봉우리 아래 4개의 동굴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팠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대전 동구 신상동 오리골마을에서 만난 송정의(91) 옹은 벚꽃길로 유명한 회남로 주변에 일제강점기 조성된 동굴에 대해 증언했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이 마을 역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하 방공호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곳은 1975년 대청댐이 준공되어 수몰되기 전에는 용계리와 주산리, 신상리에 자러리, 용계말의 전통 마을이 있고 동명초등학교와 면사무소가 있었다. 경부선의 세천터널이 코앞에 있으며 대대로 부산까지 이어지는 길이 이곳을 경유했다. 지금은 대청호에 수몰되어 길은 사라졌으나, 청주시 미원면 방향으로 뻗는 지방도 571번 도로 역시 세천삼거리에서 분기해 이곳을 지났다.



송정의 옹은 "토끼봉으로 부르는 높지 않은 둥근 산이 있는데 그곳을 둘러싸듯 여러 방향으로 동굴 4개를 일제강점기 말에 만들었는데, 동굴 앞에 두꺼운 담을 입구가 세워 보이지 않게 가렸던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동굴 밖으로 나갈 때는 양쪽으로 갈라져 나가게 되는데 전투기 공습 시 주민들 대피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알고 있지만, 사실은 일본군을 위한 참호시설이었다고 보는 게 맞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몰 전 동면 흥진마을에서 동명초등학교를 다니며 10살 때 동굴 파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동원된 근로자들은 조선인이었고, 순전히 곡괭이로 파는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IMG_3831
대청호 수몰 주민들이 거주하는 오리골마을을 처음 조성한 송정의(91) 옹이 일제강점기 동구 신상동 방공호에 대한 기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송 옹은 "동굴에는 기찻길처럼 바닥에 레일이 있었고 채석한 돌을 수레 같은데 실어서 2명이 밀어서 동굴 밖에 쌓았다"라며 "동굴 안 양쪽에 나무기둥을 비스듬히 세우고 그 위에 당시에 귀하던 송판을 올려 낙석이나 모래가 떨어지지 않게 되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증언을 바탕으로 4월 25일 안여종 문화유산울림 대표와 함께 탐사해 토끼봉을 탐사해 동굴 2개를 찾았다. 대청호 수위가 올라가면 물속에 잠겼다가 수위가 내려가면 입구가 드러나는 높이였다. 동굴 입구에서 가장 안쪽까지 수평의 직선으로 파고들어 길이는 15~20m, 높이 약 2.3m, 폭 4m 가량으로 100m 간격으로 동굴 2개가 있다. 사람이 굴착해 만든 흔적이 역력하고, 그동안 대전 보문산과 도솔산에서 발견된 동굴보다 인천시 부평구 함봉산의 일제 지하호와 그 형태가 더 유사했다.

이로써 동구 신상동 지금까지 확인된 동굴은 토끼봉에서 900m 떨어진 모 커피숍 담장에서 발견된 2개까지 포함해 모두 4개이며,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제가 조선에서 미군을 상대로 전쟁을 준비한 시설로 여겨진다.

조건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대전에서 동굴형태의 방공호 시설이 실제로 확인되고 이에 대한 매우 구체적 기억이 수집된 것으로 보이는데, 대전시가 학술조사를 통해 방공호 중에서 사무실 또는 무기고, 참호 등의 용도가 무엇이었는지 규명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토끼봉 지점2-1
동구 신상동 토끼봉에서 주민 증언을 바탕으로 발견한 일제강점기 방공호 모습.  (사진=임병안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2. "온기 페스티벌" 양산시, 동부 이어 서부 양산서 13일 축제 개최
  3. 의정부시 특별교통수단 기본요금, 2026년부터 1700원으로 조정
  4. 대전방산기업 7개사, '2025 방산혁신기업 100'선정
  5.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1. "신규 직원 적응 돕는다" 대덕구, MBTI 활용 소통·민원 교육
  2. 중도일보, 목요언론인상 대상 특별상 2년연속 수상
  3. 대전시, 통합건강증진사업 성과공유회 개최
  4. [오늘과내일] 대전의 RISE, 우리 지역의 브랜드를 어떻게 바꿀까?
  5. 대전 대덕구, 와동25통경로당 신축 개소

헤드라인 뉴스


중앙통제에 가동시간 제한까지… 학교 냉난방 가동체계 제각각

중앙통제에 가동시간 제한까지… 학교 냉난방 가동체계 제각각

대전 학교 절반 이상이 냉난방기 가동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에 따라 학생과 교사의 수업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면서 충분한 냉난방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대전교사노조가 8일 발표한 학교 냉난방기 운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대전 109개 학교(병설유치원 포함 초등학교 74개 학교·특수학교 포함 중고등학교 35개 학교) 중 여름과 겨울 냉난방기 운영을 완전 자율로 가동하는 학교는 각각 43·31개 학교에 그쳐 절반 이상이 자유로운 냉난방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의 냉난방 가동 시스템은 학교장이 학..

이장우 "충청, 3대 광역축으로…" 대전충남 통합 청사진 제시
이장우 "충청, 3대 광역축으로…" 대전충남 통합 청사진 제시

이장우 대전시장은 8일 '3대 광역축 기반 충청권 통합 발전 구상'과 '도시 인프라 기반시설 통합 시너지', '연구·의료 산업 확대'등 대전·충남 통합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시장은 이날 주재한 주간업무회의에서 "수도권 1극 체제는 지방 인구 감소와 산업 공동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며"대전·충남 통합 등의 광역권 단위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국가 전체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천안에서 충남도민들과 타운홀 미팅을 갖고 "저는 대한민국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의 입장에서 충남·대전을 모범적으로..

KTX와 SRT 내년말까지 통합된다
KTX와 SRT 내년말까지 통합된다

고속철도인 KTX와 SRT가 단계적으로 내년 말까지 통합된다. 이와함께 KTX와 SRT 운영사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도 통합이 추진된다. 먼저 내년 3월부터는 서울역에 SRT를, 수서역에 KTX를 투입하는 KTX·SRT 교차 운행을 시작한다. 하반기부터는 KTX와 SRT를 구분하지 않고 열차를 연결해 운행하며 통합 편성·운영에 나선다. 계획대로 통합이 되면 코레일과 SR은 2013년 12월 분리된 이후 약 13년 만이다. 국토교통부는 한국철도공사과 SR 노사,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한 간담회와 각계 전문가 의견을 폭넓..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