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관음상 일본 송불의식 개시…1330년 서원대로 '환지본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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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관음상 일본 송불의식 개시…1330년 서원대로 '환지본처' 기원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가량 송불의식

  • 승인 2025-05-10 07:21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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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부석사가 10일 오전 금동관음보살좌상 송불의식을 갖고 불상을 일본으로 보낸다. 사진은 지난 1월 서산 도비산 일원의 일출.
충남 서산 부석사가 있는 도비산에 아침이 밝았다. 전날 비를 뿌린 먹구름은 이날까지 서산 하늘을 뒤덮어 일출은 보이지 않았고, 초속 3.4m의 강풍주의보에서도 가시거리 200m 짙은 안개가 오전 내내 걷히지 않은 날씨다. 오전 10시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일본이 보내는 송불의식이 굳은 날씨 속에 거행된다.

김경임 작가의 '서산 부석사 관음상의 눈물'에 따르면 도비산(해발 352m)이 있는 서산은 고대로 중국으로 출항하는 포구 마을로서 오랫동안 불교를 비롯한 중국 선진 문물 수입의 주요 거점으로 번창해왔다. 고려시대 전국 12개의 조창 중 영풍장이 서산에 설치됐고, 세곡과 각종 공납품을 운반하는 조운선을 위해 운하 굴착 시도가 1134년(인종 12)부터 이 일대에서 있었을 정도로 해로의 길목이다. 지금도 서산과 태안 사이 7㎞에 달하는 운하 유적이 남아 있다.

도비산은 지금 간척지 논밭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고려 말 당시에는 천수만의 바닷물이 발치에 닿아 출렁이었고, 주변 내포에 이르는 물길에 여러 포구가 있어 해상과 육상의 교차점이었다. 불교 유적으로 층암절벽에 여래입상과 보살입상, 반가사유상을 조각한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과 백제금동여래입상이 출토된 보원사지가 가까이 있다. 중국으로 통하는 교통로의 중심지인 태안반도에서 부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당시 활발했던 중국과의 문화교류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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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대사가 677년 창건한 서산 부석사는 지난해 3월 경내 발굴조사에서도 고려~조선시대 기와편과 청자·백자편이 수집됐다. 사진은 부석사 현판.
서해 바다 내려다보이는 도비산의 중턱에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천년 고사찰 부석사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도 산비탈 좁은 길을 좌우로 몇 번을 꺾어서 올라서야 도착하는 부석사는 고려 때는 서해의 해로가 분명히 보여 바닷길의 안전을 빌었던 사찰이기도 하다. 부석사에 대한 여러 창건설화는 중 하나는 '검은 려', 즉 검은 돌의 이야기다. 부석사 앞바다에는 바닷물이 빠지거나 들어와도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이 보이는 검은 돌섬을 부석이라 했는데, 이 돌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절을 짓고 부석사라고 했다는 것이다. 바닷물 위에 섬이 난다는 의미의 '도비산'과 돌이 뜬다는 의미의 '부석사'처럼 바다와 삶의 터전 그리고 불교가 한 덩어리로 응축된 곳이다.

부석사는 관음사상을 널리 전파했던 의상대사(625~702)가 677년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데, 1950년 신축된 부석사 상량문에는 677년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1400년 전후의 시기에 무학대사가 중건했다고 적혀 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2024년 3월 서산 부석사 경내 7개 지점에서 발굴조사를 시행해 퇴적층에서 고려~조선시대에 이르는 기와편 및 청자편과 백자편을 발굴했다. 부석사 극락전과 안양루 땅 밑에서는 돌을 가지런히 쌓아 올린 석축이 발견됐는데 고려시대 사역이 구성되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수습된 유물은 '卍'자명 어골문기와를 비롯해 상감청자 주자편, 순청자편과 분청사기, 백자편 등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기종의 자기편 및 어골문, 복합문, 집선문, 파도문으로 구분되는 기와편도 다량 수습됐다.

지난 100일간 고향 부석사에 머문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5월 10일 일본에 옮겨져 12일께 대마도에 닿아 쓰시마박물관에 보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고려 말 극심했던 왜구의 서산지역 침입 과정에서 불상이 약탈됐을 것으로 여러 정황증거로 추정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억불정책에 핍박받던 불상을 대마도까지 구출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1951년 5월 대마도 관음사의 주지가 불상의 먼지를 털려고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들어 올리던 중 불상 밑창의 나무판자가 열리면서 복장물이 쏟아져나왔다. 복장물이란 불상을 조성할 때 불상의 내부에 오장육부를 상징하는 오색 직물을 비롯해 실, 보석, 곡물과 함께 경전을 넣는 종교적 관행이다. 그 복장물 속에 불상의 조성 내력을 기록한 결연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남섬부주 고려국 서주 부석사 당주 관세음보살을 조성하는 결연문. 대저 듣건대 여러 불보살님들이 큰 서원을 발원하여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자 함이라. 비록 너와 내가 없이 평등심으로 그들을 보고자 하나 부처님께서도 인연이 없는 중생은 교화하기 힘들다 말하시니 이 부처님의 설하신 바에 의지하여 제자 등이 정성껏 봉양케 함이라. 이로써 현세의 재앙을 끄고 복을 이룰 것이며 후세에는 함께 안양국에 태어나기를 비노라. 천력 3년 2월 일 기록. 선왕과 부모 앞에 엎드려 비노라. 보권도인 계진 함께 발원하는 심혜, 혜청, 법청, 도청, 환청, 달청, 소화이, 담회, 현일, 김동, 유석, 전보, 김성, 국응달, 난보, 만대, 반이삼, 도자, 만대, 국사, 국락삼, 석이, 인철, 서환, 방동, 내화팔, 수단, 국한, 악삼, 시수, 김용' 그 복장물의 실물과 결연문 원본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1972년 일본인 학자들이 대마도 미술품을 조사한 보고서에서 사진으로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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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부석사 너머 보이는 서해 부남호와 간척지. 1980년 간척사업 전까지 주변은 모두 바다였다.
결연문은 1330년 불상을 고려국 서주 부석사에 봉안했음을 밝히고 있다. 부처님 말씀에 따라 불자뿐 아니라 인연이 없는 모든 중생을 똑같이 구제하려는 뜻임을 밝히면서, 불상을 부석사에 정성껏 봉안함으로써 모든 중생이 현세의 화를 면하고 복을 받아 후세에 함께 극락세계에 태어나기를 빌었음을 말해준다. 더욱이 불상의 시주자 32명 중에는 석이, 악삼, 시수와 같이 성이 없는 천민으로 보이는 이름도 여럿 섞여 있어, 이를 통해 당시 서산 마을 주민들이 신분과 계층 구분 없이 관음상을 조성해 봉안했음을 짐작케 한다.

서산 부석사는 1시간 가량 송불의식을 거행한 뒤 불상이 일본행 비행기에 올라 일본 사찰 측에 인계될 예정이다.
서산=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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