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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 넘어 쌓여가는 책. (사진= 박헌오 고문) |
얼마 전에 한 저명한 시인이 발간한 시집을 주면서 사인은 하지 않고 주겠다고 했다. 이유인즉 요즈음은 책자가 하도 많이 유통되는 데다가 아파트 생활을 하니까 한번 보고 버리게 되는 책이 많은데 사인이 있으면 버릴 때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아파트에서 이사 가는 사람들이 버리는 책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1960년대 후반 박용래 시인이 첫 시집 '싸락눈'을 낼 때 박목월 시인이 육영수 영부인께 "지방 문인 가운데 평생 시집을 내기 어려운 시인들에게 시집을 내도록 도와달라"고 제안해서 내게 되었다고 기뻐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금은 문인 가운데 2~3년에 한 권씩 책을 내는 사람도 흔하다. 이렇게 문학지가 양산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학지를 평가하는 기준은 당연히 작품의 질적 수준이다.
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책을 발간하는 분량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면 그 뜻을 살려야 한다. 막상 책을 받고 보면 희비가 엇갈린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수준 높은 책이 발간되도록 유인할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더 섬세한 심사기준을 마련하여 심사위원에게 제시해주지 못하는 데 대한 책임은 문화재단이 져야 한다.
박헌오 (사)한국시조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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