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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태 소장 |
그렇다면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을까? 그리고 정말 우리가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는 가능할까? 도로 위를 달리는 자율주행차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며, 운전이라는 행위가 과연 언제쯤 불필요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관련 법령에 따르면, 운전자 또는 승객의 직접적인 조작 없이 차량이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의미한다. 자율주행 기술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는 1920년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무선으로 조종된 자동차가 최초 사례로 평가된다. 해당 차량은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에서 무선 조작으로 움직였으며, 오늘날처럼 센서나 컴퓨터 기반의 인지·판단 기능은 없었지만, '운전자 없이 차량이 이동한다'는 개념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의 초기 형태로 간주된다.
1950년대에는 GM이 도로 인프라와 연계된 유도 주행 방식의 미래형 자동차를 선보이며 자율주행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말하는 형태의 자율주행 기술은 1990년대 들어 컴퓨터 및 ICT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카네기멜론대학교는 자율주행 차량으로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어 미국 국방부 산하 DARPA가 주최한 '그랜드 챌린지'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은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후 2010년대에는 구글이 자율주행 실증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을 열었고, 테슬라, GM, 토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자율주행은 본격적으로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초 고려대학교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개발되어 시연되었으며, 2010년대에는 판교 '제로셔틀' 실증을 거쳐, 최근에는 정부가 약 1조 원 규모의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을 통해 2027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본격적인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 자율주행 기술은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완전 수동 운전(레벨 0)부터 공간적·환경적 제약 없이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완전 자율주행(레벨 5)까지 총 6단계로 구분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은 차량이 조향이나 가감속을 수행하지만 운전자의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한 레벨 2 수준이다. 앞서 언급한 미국과 중국 일부 도시에서 운영 중인 로보택시는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고 특정 지역에서 자율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레벨 4 수준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사고 사례와 기술적 완성도를 고려할 때, 이들 시스템이 완전한 레벨 4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고, 전문가들은 평균적으로 레벨 3.5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운영 중인 자율주행차는 대부분 안전관리자가 탑승하거나 운전자의 개입을 전제로 운행되고 있어, 아직은 레벨 3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최근 들어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여 자율차가 운행되면서, 운전자 없이도 이동이 가능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완전 자율주행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인간 운전자와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의 인지와 판단의 어려움, 그리고 다양한 기상 조건 등은 자율주행 시스템이 극복해야 할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자율주행이 오랫동안 직면해온 인지, 학습, 추론, 의사결정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를 바탕으로, 완전 자율주행 시대의 도래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손에 닿을 수 있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장기태 KAIST 모빌리티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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