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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교수 |
대한민국 밖에서는 '인공지능과 기후변화가 가지고 올 미래'에 대비하고, '국가와 국민의 생존과 부강'에 대해 고민하느라 1분을 아끼며 분투하고 있는 상황에, '민주주의냐 독재냐' 같이 역사책으로 봐도 지루할 내용으로 이 난리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니 힘들고 불안하다. 이러다가 '한 때 선진국이었으나 폭망하여 빈곤해진 국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은 아닐 지 걱정이 된다.
그러나 정성 들여 새로 만든 초긍정 나침반을 호연지기 가득한 산마루에 올려놓고 가만히 바라본다. 강한 실력과 체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통을 수반한 훈련과 실전이 수반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가상의 훈련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온 몸에 중한 상처를 입어가며 진짜 실력파로 거듭나고 있다. 힘들고 무섭지만, 새벽이 오기 전이 제일 어두운 법이라고 했다.
민주주의 퇴행이 세계적 현상인 요즘, 아마도 우리는 이 강렬한 실전을 통해 세계에서 제일 강하고 활력있는 민주주의의 모델로 재탄생할 천우신조의 기회를 잡은 것일지 모른다. 세계 경제 순위 10위권의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가 헌법 가치를 단번에 반납하고 어둡고 축축한 뒷방으로 퇴장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6월 3일, 우리는 헌정 질서의 예외적 상황 속에서 조기 대선을 치른다. 이번 대선은 강고한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정체성과 헌법적 이상을 재확인하고, 여성과 남성, 다수와 소수, 보수와 진보, 청년과 기성세대 모두가 하나 되는 선거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더 나아가 6월 3일은 국민이 잘살기 위해 어떤 먹거리를 부흥시킬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후진적인 정책과 관행들을 어떻게 고치고 발전시킬지, 점점 꺼져가는 지역의 불을 어떻게 활활 타오르게 할지, 모든 세대가 만족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은 무엇인지, 경제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까다로운 국제 정세를 어떤 방법으로 헤쳐나갈지 등을 결정하는 날이다.
단순한 구호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들인 만큼, 갈등 유발적인 이슈나 진영논리에 집중하지 말고, 주요 정책을 비교하고 철저히 분석해서 장기적 안목과 실효성을 가진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 선거는 정치인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드는 주권적 선택의 과정이다. 유례 없는 상황 속의 대선이지만 우리는 6월 3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위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정책 선거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김희정 충남대 지식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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