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공부하는 시기도 다르다. 어린 시기에 집중되면 자연스런 성장에 도움이 되련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늦게 깨달아 부단한 노력으로 큰 업적을 쌓은 사람도 있다. 조금 다른 의미이기는 하나, 노자 41장에 나오는 "큰 그릇은 더디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다.
대학교수로 정년퇴직한 벗이 학창시절 이야기를 한다. 너무 가난한 나머지 집안일 도우며 공부하다보니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다. 진학 후 곰곰이 생각하니 살길은 오직 하나, 공부밖에 없더란다. 공부와 일,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감내하며 집중하였다. 명문대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석박사과정 마치고 교수가 되었다. 마음먹는다고 누구나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본인에게 잘 맞는 탁월한 선택, 부단한 노력 때문이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필자는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이론을 신뢰하는 편이다. 논리수학, 언어, 공간 지각, 신체 운동, 대인 관계, 음악, 자기 성찰, 자연 친화, 실존적 지능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지능이 존재하고, 저마다 하나 이상의 우수한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돋보이는 지능의 발견과 그에 적합한 일의 선택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내재해 있는 우수한 분야를 찾아 노력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능은 문화와 상황에 의존하기 때문에 절대적이 아니고 발전 변화하는 것에도 주목하자.
또 하나 있어야 하는 것이 이상이다. 이상은 안목이 있어야 한다, 안목은 지적사유는 물론 상상력에 의존한다. 합리성과 이성을 추구해왔던 과거에 상상력은 설자리가 없었다. 사실은 그 이성적 사유가 오늘날의 상상적 사유인데 말이다. 상상력과 이성은 사유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오랜 기간 수많은 사유를 거친다. 임정택 저 <상상 한계를 거부하는 발칙한 도전>에 의하면 상상력은 인간의 삶에 항상 수반된 본질적 현상이다. 오히려 이성적 생각에 앞서 먼저 상상했는지 모른다. 지속적인 인류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인간에게 '상상력'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상상력은 인류 문명과 문화를 가동해온 원동력이며 에너지다.
상상력은 흔히 불가능, 비이성적, 비현실적, 환상적, 몽환적, 기이하고 엉뚱한 것과 동일시한다. 몽상, 공상, 환상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무용지물이 아니라 거기에 가능한 새로운 단초가 있다. 영감 또는 직감과 비슷하다. 상상력은 무한대의 우주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우주이다.
하나 더 옮겨보자. 과거가 무언가를 상상하고 그것을 만들어가는 기술을 개발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만드는 시대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상상력으로 수렴된다. 인문·예술분야는 물론이고 기업 경영과 자연과학에서도 상상력과 창의성이 강조된다. 임정택 교수의 말이다. "21세기 상상력이 이전 세대 상상력들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분야 간의 융합이다. 산업혁명 이후 세분화, 전문화되어온 분야들이 21세기에 이르러서 서로 대화하며 만나기를 시도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이뤄온 성과와 변화들이 제각기 따로 가는 것보다는 다른 분야와 융합해 총체적으로 모색될 때 시너지 효과가 더욱 클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융합과정에서 상상력은 더욱 확대되고 거대해질 수 있다."
어려서 하늘을 나는 꿈은 누구나 한번쯤 꾸었을 법하다. 상상하고 집중한 사람이 비행기를 만들었다. 상상력은 우리 존재와 삶에 필수적이다. 뿐인가, 문화와 문명 모두 상상력의 소산이다. 우리 능력의 한계가 상상력의 한계임을 알자. 상상력이 해방된 사회에 살고 있다.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은 더욱 아니다. 상상력을 키워보자. 자신의 우수한 지능을 찾아 집중하고 상상하자. 상상은 또 다른 상상을 부른다.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자.
양동길/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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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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