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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석 변호사 |
이 판결의 사실관계를 간략히 보면,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채무완납증명서를 받아서 출력하고 피해자에게 채무완납증명서를 주면서 현금을 수령한 죄로 기소되었고, A씨는 재판과정에서 사기죄의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을 했다.
1심에서는 "A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세부적인 범행 계획을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보이스피싱 조직원과의 연락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면서 그들과 일체가 돼 범행을 저지른 이상 단순한 방조를 넘어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된다."라고 하면서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2심에서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판결을 뒤집어서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A씨가 별다른 사회적 경험이 없고 보이스피싱 관련 범행으로 처벌받은 경력이 없으며 모자 등을 착용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을 만났던 점에 근거하여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거하는 범죄의 일부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라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처럼 1심과 2심이 결론을 달리하였는데, 대법원은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다시 뒤집어서 유죄 취지로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저으로 뜻이 통해 범죄에 기여하고 범죄 실현 의사가 결합돼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며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 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또한 대법원은 이러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 수법 및 폐해는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종전에도 보이스피싱 범죄의 현금수거책도 방조죄가 아닌 정범으로서 처벌을 하여야 한다는 기존의 판결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현금수거책을 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구인광고를 하고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방심하면 정말 속을 수도 있는 수준으로 치밀하게 한다고는 하지만 길거리에서 누군가에게 채무완납증명서를 주면서 현금을 받아서 송금하는 방식의 현금 수거 방법은 일반적인 금융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또한 현금수거책의 현금 수거로 인하여 보이스피싱 범죄가 완성되기 때문에 법원이 실제 현금수거책에 대해서 선고하는 실형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정말 보이스피싱인지 모르고 현금수거책으로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가담하게 된 사람이 전혀 없다고도 할 수는 없지만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들이 대부분 서민들이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이 아닌 만큼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되어 이러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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