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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윤 대전대 명예교수 건축가 |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만 한편 어색한 신조어들도 많아졌다. '삼포 N포' 등 부정적 절망을 내포한 말들이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 '노웨어'로 시작하는 19세기 모리스의 상상을 다시 불러볼 만하다.
산업혁명으로 기계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해서 도시화는 예상 밖으로 삶을 조각내었으며, 빈부 차이도 늘었다. 인간의 감성과 존엄을 파괴하는 기계화된 세상에서 찾은 모리스의 메시지 'News from Nowhere'는 강제된 노동 없는 자유로운 사회를 그렸고 그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예술처럼 일하고, 자연과 도시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거라 상상하였다. 이 모리스의 꿈은 예상과 달리 두 개의 다른 현실이 되었다.
'노동은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 되어야 한다'라는 모리스의 말은 한편으론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을 꿈꾼 사회주의 운동에 기름을 부어 상상하기 싫은 세상이 태동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한다'는 예술운동으로 확대되어 근대문화의 대변혁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 내었다. 선택지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모리스의 이상도시 상상은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갖는다.
구조에 갇힌 세대, 21세기 청년들은 겉보기엔 더 많은 자유와 선택지를 가진 듯 보이지만 경쟁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조금씩 포기에서 안정을 찾는다.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말도 단지 의욕 부족이 아니라 원하는 일을 선택할 수 없는 구조에서 등장한다. 우리는 19세기의 산업사회에서 기계가 인간을 집어삼키는 구조와 얼핏 유사하게 오늘날 데이터와 알고리즘, 효율과 성장이라는 이름의 구조로 사람의 삶이 통제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신용카드나 암호화폐 등은 유토피아 소설 속에서 이미 다 상상한 것들이지만 AI는 우리의 미래에 좀 더 긴장을 주는 상상의 산물이다. 상상은 늘 동전에 양면성이 있듯이 '유용한 행복'이거나 '비루한 불행'으로 나타난다.
모리스의 상상은 도피가 아닌, 전환점으로서 'News from Nowhere'는 현실 의 날카로운 비판이자 대안적 도시를 의미한다. 모리스는 인간이 서로 협력하고, 자연을 품에 안고, 공동체에 강제가 아닌 나 스스로 기여하는 자발적 사회를 그리고자 한 것이었다.
기술의 부정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삶의 도구로만 남기를 바랐다. 오늘날의 우리에게 이는 무척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기술을 소유하는가, 아니면 기술에 의해 소유되는가?
모리스는 말했다. 인간다운 사회, 내 삶의 주장이 가능한 사회는 이루어 진다고. 우리가 그것을 상상하고, 믿고, 말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상도시란 결코 실현된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곳을 다시 보게 하는 거울인 것이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선 우리는 스스로 묻는다. 지금 우리가 사는 나와 이 세계가 정말 전부인가? 기계와 AI가 아닌 '인간에 의존하라.' 바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변화를 NO 에서 찾은 모리스의 지혜를 보면서 우리에게도 이런 변화의 '전환점에 선 도시'가 감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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