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절차는 생략하고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챙기는 형국이다. 이러한 온도 차는 연일 반발해도 끄떡없는 '충청 패싱'과는 대조된다. 이전을 기정사실화한 부산 동구와 영도구, 강서구, 중구, 남구 등에선 "우리 구(區)로 와 달라"고 아우성이다. 유치전엔 여도 야도 없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임대 가능한 공간을 물색 중이라고 확인해줬다. 국가백년대계를 뒤로 제치고 임시 청사를 쓸 만큼 다급하게 서두르는 진짜 이유가 뭔가.
해양도시 부산의 기능을 강화한다 해도 그 방법이 대단히 엇나가 있다. 며칠간 해수부 앞 출근길 1인 시위에 나서는 최민호 세종시장이 1일 거론한 세종시 존재 이유와 시대적 과제가 실로 무색하다. 수도권 경제권과의 연계성, 정책 효율성, 국가균형발전 어느 것에도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다. 그보다 급한 국정 현안이 쌓여 있고 행정수도 완성이란 국가적 목표와는 정면충돌한다. 국가 미래나 행정 효율 면에서나 나쁜 정책의 실례다.
그런 논리라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대전 이전 주장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가설'은 국회 질의에서도 나왔다. 심지어 인천시의회는 '반국가적 정책' 표현을 써가며 해수부 인천 이전 촉구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잘못된 첫 단추로 인해 빚어진 사단이다. 북극 항로 등 해운 관련 편의성 때문이면 그 방향으로 강화하면 될 일이다. 앞으로 국회 기능이 세종에 있을 텐데 그때는 또 어찌하려나. 정부부처 간 협의 조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지금 이전을 백지화하기 바란다. 그것이 가장 빠르고 쉬우며 확실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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