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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일부. 전교조 등 4개 단체 제공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행복한교육학부모회·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교사노동조합연맹이 1일 발표한 고교학점제 학부모·학생 인식조사 결과, 제도 전면시행 한 학기가 채 끝나지 않은 현재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수준이다.
전국 학부모와 성인 2483명을 대상으로 5월 12일부터 6월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 고등학생 자녀가 있다고 응답한 741명 중 90%인 667명이 제도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4%인 550명은 '매우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해 제도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응답자들은 고교학점제가 사교육을 부추기고 진로나 적성보다 내신에 유리한 선택을 하게끔 부추긴다고 인식하고 있다.
학부모 응답자 41%(304명)는 자녀의 과목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등급받기 쉬운 과목'을 꼽았다. 이어 36%(269명)가 '진학 희망 대학 및 학과의 필수이수 과목'이라고 답했다.
학부모와 성인 전체 응답자 중 96%는 '현재 고교학점제가 경쟁과 입시경쟁 완화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 80%·1974명)고 답했다.
응답자의 90%는 고교학점제에 따라 과목 선택이나 진로설계를 위한 사교육 필요성을 느끼며 97%는 고교학점제와 현행 입시제도가 교육격차를 더 심화시킨다고 인식했다.
고등학교는 진로 중심 과목 선택을 중시하는 반면 대학은 자유전공학부를 확대하는 데 대해서도 98%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답했다.
제도에 대한 문제점으로는 '진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서 과목 선택의 어려움'(19%·중복 응답), '진로나 적성보다 성적 및 입시를 고려해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16%), '각종 사교육, 컨설팅 의존도 심화 및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 가중'(15%) 등을 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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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대상인 학생들도 제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5월 20일부터 6월 30일까지 전국 중·고등학생 565명이 응답한 설문 결과 '고교학점제를 통해 적성과 진로에 맞는 과목을 고를 수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28%(235명)에 불과했다. 과반이 넘는 51%는 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 30%)고 응답했다.
성적이 낮은 학생을 대상으로 별도 지도를 한다면 보충수업을 안 듣거나 학교를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응답자의 6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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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설문조사 결과 |
빨리 진로를 정해야 하는 데서 오는 부담과 제도의 비현실성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학생들은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과목을 선택하라니 막막하다. 정작 진로 탐색 프로그램도 형식적", "원하는 과목이 수강 인원 부족으로 폐강되면 진로에 필요한 과목을 들을 수 없다. 이건 기회의 불평등"이라고 지적했다.
설문을 실시한 전교조 등 4개 단체는 "고교학점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 구상에 머물러 있고 입시 부담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제도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즉각 중단하고 교육 주체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다시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6월 28일 전국 교사들은 고교학점제 폐지를 촉구하며 서울 보신각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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