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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새롬고 교사 |
수영 강습을 듣다 힘이 들어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일 때, 비로소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실감하곤 한다. 힘을 빼고 숨을 편안하게 쉬라는데 물속에서 발차기를 하다 보면 어김없이 몸이 무겁고 호흡이 가빠지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질 않는다. 혼자 문제를 풀려고 하면 도저히 손도 댈 수가 없다던 학생들의 마음이 이런 거였을까.
네덜란드의 수학 교육자 반 힐레(Van Hiele)는 '서로 다른 기하 학습 수준에서 사고하는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것은 기하 학습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학생과 교사는 서로의 수준과 언어를 이해하기 어렵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교직 생활, 반 힐레의 통찰을 가슴 깊이 새기고, 학생들에게 학습을 보다 잘 안내할 수 있는 수학 수업 방법을 나름대로 고민하고 실천해 왔다. 수학 용어를 학생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꾸어 설명하고, 다양한 예시와 반례를 들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조건의 용도를 일일이 확인시키며. 각기 다른 자신만의 언어로 질문하며 이해를 확장 시키는 학생들의 성장을 보며 교사로서 효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내 수업이 학생들에게 지식을 '떠먹여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전히 수업 방법을 고민한다.
줄곧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나는 지난해부터 수학체험센터에서 파견근무를 하며 체험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1온스의 경험이 1톤의 이론보다 낫다고 했던가. 이곳의 수업에서는 거창한 도구나 특별한 수업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데도, 활발하게 배움이 일어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발표, 천진한 표정으로 예상하지도 못한 귀한 답변을 쏟아내는 아이들. 교사의 기다림이 학생의 주도성으로 이어진다.
'즐겁게 생각하는 수학'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퍼즐, 공예 활동을 비롯한 수학 체험에 학생들을 초대한다. 마냥 즐겁게 한 게임에 실은 수학적 원리가 숨어있고 너희 모두가 무척 잘하고 있다고, 여러분이 찾은 방법이 모두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수업은 내게도 큰 즐거움이다.
"벌써 끝이에요? 돌아가기 싫어요."
체험 수업 끝자락에 못내 아쉬운 맘을 드러내는 학생들을 보면 흐뭇하다가도, 학교 수업에서 지친 학생들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 한쪽이 알알하다. 우리네 교실에는 대학 입시에 대한 두려움이 앎의 즐거움과 공존한다. 물론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으므로, 이 슬픔과 기쁨을 조화시키는 것이 모두의 숙제다.
양극에 놓인 두 수업을 경험하며 수업에도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시험 일정에 맞춰 진도를 나가는 마음이 바쁘니, 쏟아놓은 모든 지식을 흡수하길 바라는 욕심이 더해지면 숨도 가쁘다. 요즘 나는 내년에 학교로 돌아갈 날을 기념일처럼 헤아리며 차근차근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학습자에게서 배움의 즐거움을 빼앗지 않는 것. 내 수업에서 학생들이 신나게 물장구칠 수 있도록 힘을 빼고 숨을 가다듬어 본다.
/김현아 새롬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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