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수업에도 숨 고르기가 필요해

  • 정치/행정
  • 세종

[교단만필] 수업에도 숨 고르기가 필요해

김현아 새롬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25-07-24 20:47
  • 신문게재 2025-07-04 18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김현아 증명사진
김현아 새롬고 교사
"수학 공부 힘들어하는 학생들 심정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수영 강습을 듣다 힘이 들어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일 때, 비로소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실감하곤 한다. 힘을 빼고 숨을 편안하게 쉬라는데 물속에서 발차기를 하다 보면 어김없이 몸이 무겁고 호흡이 가빠지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질 않는다. 혼자 문제를 풀려고 하면 도저히 손도 댈 수가 없다던 학생들의 마음이 이런 거였을까.

네덜란드의 수학 교육자 반 힐레(Van Hiele)는 '서로 다른 기하 학습 수준에서 사고하는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것은 기하 학습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학생과 교사는 서로의 수준과 언어를 이해하기 어렵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교직 생활, 반 힐레의 통찰을 가슴 깊이 새기고, 학생들에게 학습을 보다 잘 안내할 수 있는 수학 수업 방법을 나름대로 고민하고 실천해 왔다. 수학 용어를 학생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꾸어 설명하고, 다양한 예시와 반례를 들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조건의 용도를 일일이 확인시키며. 각기 다른 자신만의 언어로 질문하며 이해를 확장 시키는 학생들의 성장을 보며 교사로서 효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내 수업이 학생들에게 지식을 '떠먹여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전히 수업 방법을 고민한다.

줄곧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나는 지난해부터 수학체험센터에서 파견근무를 하며 체험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1온스의 경험이 1톤의 이론보다 낫다고 했던가. 이곳의 수업에서는 거창한 도구나 특별한 수업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데도, 활발하게 배움이 일어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발표, 천진한 표정으로 예상하지도 못한 귀한 답변을 쏟아내는 아이들. 교사의 기다림이 학생의 주도성으로 이어진다.



'즐겁게 생각하는 수학'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퍼즐, 공예 활동을 비롯한 수학 체험에 학생들을 초대한다. 마냥 즐겁게 한 게임에 실은 수학적 원리가 숨어있고 너희 모두가 무척 잘하고 있다고, 여러분이 찾은 방법이 모두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수업은 내게도 큰 즐거움이다.

"벌써 끝이에요? 돌아가기 싫어요."

체험 수업 끝자락에 못내 아쉬운 맘을 드러내는 학생들을 보면 흐뭇하다가도, 학교 수업에서 지친 학생들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 한쪽이 알알하다. 우리네 교실에는 대학 입시에 대한 두려움이 앎의 즐거움과 공존한다. 물론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으므로, 이 슬픔과 기쁨을 조화시키는 것이 모두의 숙제다.

양극에 놓인 두 수업을 경험하며 수업에도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시험 일정에 맞춰 진도를 나가는 마음이 바쁘니, 쏟아놓은 모든 지식을 흡수하길 바라는 욕심이 더해지면 숨도 가쁘다. 요즘 나는 내년에 학교로 돌아갈 날을 기념일처럼 헤아리며 차근차근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학습자에게서 배움의 즐거움을 빼앗지 않는 것. 내 수업에서 학생들이 신나게 물장구칠 수 있도록 힘을 빼고 숨을 가다듬어 본다.
/김현아 새롬고등학교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전재수 해수부 장관 "해수부 부산 이전, 행정수도 훼손 아냐"
  2. 대전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명예훼손 무죄… 대전교사노조 "깊은 유감"
  3. '조용한 교육 혁명' KAIST 융합인재학부, 혁신 실험 성과 잇달아
  4. ETRI '미디어 기술' 기술료 천억 돌파… 경제적가치 1조 3천 억 달해
  5. 농림축산식품부 "침수 피해 농기계 수리 도와드려요"
  1. [교단만필] 수업에도 숨 고르기가 필요해
  2. [교단만필] 취업과 진학의 두 날개를 펼치다
  3. 지구대 주차장인 줄 모르고…제 발로 경찰 찾아온 음주운전자
  4.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또 파업 먹구름…수당신설 "20%냐 50%냐"
  5. 재정난 사립대 스스로 폐교 가능해진다… '사립대 구조개선법' 국회 통과

헤드라인 뉴스


이번 주말 충청권 37도까지 치솟아…폭염 절정

이번 주말 충청권 37도까지 치솟아…폭염 절정

이번 주말 충청권은 일 최고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아 폭염이 더 심해지겠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상공을 뒤덮으며 기온이 오르고, 서쪽에서 고온다습한 남동풍까지 불어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5~26일 대전·세종·충남의 낮 최고 기온이 37도까지 올라 더위가 정점을 찍겠다. 서울 등 경기권 내륙 지역은 주말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보됐다. 25일 아침 최저기온은 대전 25도·세종 24도·홍성 25도 등 22~25도, 낮 최고기온은 대전 37..

지구대 주차장인 줄 모르고…제 발로 경찰 찾아온 음주운전자
지구대 주차장인 줄 모르고…제 발로 경찰 찾아온 음주운전자

대전에서 술에 취해 지구대 주차장을 일반 주차장으로 착각한 40대 음주 운전자가 도망가려다 경찰에 붙잡힌 황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24일 대전 유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26일 오후 7시 15분께 유성구 유성지구대 뒤편 주차장으로 한 차량이 진입했다. 지구대 소속 경찰이 방문 목적을 묻자 차량 운전자인 A(40대)씨는 얼굴이 붉게 물든 채 어눌하게 말을 얼버무리는 등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상히 여긴 경찰이 지구대에 들어가 동료 경찰과 나오는 사이 A씨는 차에 다시 타 도주를 시도했다. 다행히 이를 목격한 경찰이 차 문이 잠..

동료 남성의원 성추행 혐의 상병헌 의원 1심서 `징역형`
동료 남성의원 성추행 혐의 상병헌 의원 1심서 '징역형'

동료 남성 의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원에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 이미나 부장판사는 24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상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다만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보고 피해 변제 기회를 주기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상 의원은 세종시의장이던 2022년 8월 24일 저녁께 의원 국회 연수를 마치고 서울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친 뒤 같은 당 남성 의원 A씨의 신체 부위를 만지고, 다른 당 남성 의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보령머드축제 재밌어요’ ‘보령머드축제 재밌어요’

  • ‘도심 속 물놀이장에서 더위 날려요’ ‘도심 속 물놀이장에서 더위 날려요’

  •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합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합니다’

  • 자연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숲속의 문고’ 개장 자연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숲속의 문고’ 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