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79-동강이 흐르는 영월의 산나물 맛집 박가네

  • 정치/행정
  • 대전

[맛있는 여행] 79-동강이 흐르는 영월의 산나물 맛집 박가네

김영복 식생활연구가

  • 승인 2025-07-07 16:45
  • 신문게재 2025-07-08 10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
영월 청령포./사진=김영복 연구가
산 좋고 물 좋은 영월, 그곳에는 맛있는 산나물이 풍부하다.

그래서 그런지 영월은 갈 곳도 많고 먹을 곳도 많은 곳이다.

서울에서 영월은 2시간 남짓한 거리다. 중앙고속도로 제천 IC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면 제천 시내를 통과하고 영월읍 방면으로 이어진다.

영월 IC로 나가서 곧 도착하는 청령포 주차장에 차를 두고 배를 타면 청령포에 갈 수 있는데, 청령포에 들어서면 우선 맑고 산뜻한 초록 향이 온몸을 감싼다.



버스에서 내리니 미국 뉴욕 모 신문사 편집국장과 시카고에 있는 같은 신문사 사장을 지내다 은퇴해 영월에 와 있는 김인규 사장이 나와 있다.

우선 배를 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영월의 섬[島]이라 할 수 있는 청령포를 향했다.

청령포는 1457년 조선 6대 임금인 단종(端宗)이 삼촌인 세조(世祖)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두 달간 유배생활을 한 곳이며, 청령포가 강물의 범람으로 물에 잠기자 단종은 이웃한 영월부 객사인 관풍헌(觀風軒)으로 처소를 옮겼다가 그해 10월 열여섯 살 어린 나이로 사약을 받고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단종은 영월에 귀양을 와 객사인 관풍헌 동쪽 약 50m쯤 떨어진 매죽루(梅竹樓)에 올라 한양을 향하여 정현왕후를 애타게 그리워하며 16세의 어린 나이에 명시 한 수를 남겼는데, 밤에만 운다는 새, 단종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자규시(子規時)'다. 낮에 우는 두견새와 달리 자규(子規)는 불여귀, 귀촉도, 밤에만 운다는 소쩍새의 별명이다.

매죽루(梅竹樓)는 1428년(세종 10) 영월군수 신권근(申權根)이 창건하였는데, 후세 사람들이 이 매죽루(梅竹樓)를 자규루(子規樓)라 고쳐 불러왔으며, 이후 자규루는 허물어지고 1791년 윤사국이 중건하였다.

..
영월 한반도 지형./사진=김영복 연구가
청령포는 육지 속의 섬으로, 동강의 깊은 물굽이가 쳐 한반도를 닮은 섬으로, 나룻배가 없으면 건널 수가 없는 곳이다. 조선 시대 때까지는 호랑이 등 맹수들이 득실거렸다고 하며, 수백 년 묵은 소나무가 어우러져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하고 음산한 곳이다.

어린 단종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단종 복위가 끊이지 않자 단종을 죽여야 한다면서 정인지의 부축임에 세조는 어린 단종을 죽이고 만다. 목숨만 살려달라던 죄 없는 어린 단종을 죽여 그 시신마저 감히 누가 거두지 못했는데, 영월 호장(戶長) 충의공(忠毅公) 엄흥도(嚴興道) 부자가 한밤중에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높은 산 위에 몰래 모셨는데, 숙종 24년에 단종이 복위되어 현재 장릉(莊陵)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단종어소(端宗御所)를 둘러싼 소나무숲이 있다. 그중 유명한 것은 단종어소(端宗御所)를 향해 누운 소나무가 있다. 단종에게 절을 하는 모습과 같아서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던 엄흥도(嚴興道)의 이름을 따 '엄흥도 소나무'라고 부른다.

그리고 소나무 숲 가운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이가 높다고 알려진 영월 청령포 관음송(觀音松)이 있다. 600살이 넘은 노거수로, 단종이 유배생활을 할 때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 때문에 단종의 슬픔을 보고 들었다는 뜻의 '관음송'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소나무 숲이 울창한 청령포에는 단종 사후 300년이 지난 영조 39년에 단종이 여기에 살던 곳이라는 '단조재본부시유지비(端廟在本府時遺址碑)'란 돌비석이 쓸쓸히 서 있을 뿐이다.

영월은 태백산맥이 남북으로 뻗어, 남쪽에는 소백산맥이 영월군에서 갈려서 동서로 뻗는데, 그 양 산맥의 여파가 군내 곳곳에 미쳐 산악이 중첩하고, 백운산·옥석산·백덕산 등이 솟아 있다.

영월군의 중앙부는 한강과 그 지류 평창강·주천강 등이 영월 부근에서 합류한다.

이곳에서 한강 줄기인 동강은 흘러 평창강이라 불리던 서강과 이곳 영월읍에서 합쳐 남한강이 시작된다.

즉 동강은 평창군 오대산(五臺山: 1,563m)에서 발원하는 오대천과 정선군 북부를 흐르는 골지천(骨只川)에서 이어지는 조양강(朝陽江), 그리고 어천(漁川)이 정선읍 봉양리와 북실리 일대에서 합류하면서 동강이 시작되어 영월읍 하송리(下松里)까지 약 65㎞를 흐른다.

동강은 수달, 어름치·쉬리·버들치, 원앙·황조롱이·솔부엉이·소쩍새·비오리·흰꼬리독수리, 총채날개나방(미기록종)·노란누에나방, 동강할미꽃(미기록종)·백부자·꼬리겨우살이 등 미기록종을 포함해 많은 천연기념물·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영월 서강의 감입곡류하천(嵌入曲流河川)에 의해 만들어진 한반도 지형이 유명한데, 여기서 감입(嵌入)은 '골짜기를 판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감입곡류하천의 사전적 의미는 '골짜기를 파며 굽어 흐르는 하천'을 말한다.

이 감입곡류하천(嵌入曲流河川)이 만들어낸 것이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180번지에 위치한 한반도 지형이다.

이 한반도 지형은 2011년 6월 10일 대한민국의 명승 제75호로 지정되었다.

이곳을 포함한 일대의 하천은 '한반도습지(韓半島濕地)'라는 이름으로 2015년 5월 13일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었다.

이곳의 선암마을은 강원도 영월군 서면 옹정리에 위치한 강변 마을이다. 서강(西江) 변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마을로, 선암마을에는 고려 때 선암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하며, 한때는 역말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
영월 맛집 박가네./사진=김영복 연구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영월의 대표적인 맛집 하면 단연 박가네(영월군 영월읍 중앙로 149)를 들 수가 있다.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는 어수리나물밥과 곤드레나물밥이다.

밑반찬도 어수리나물, 곤드레나물, 삼잎국화꽃나물, 곤드레 장아찌, 도토리묵, 잡채, 오이양파초무침, 막 담근 김치 등 맛깔스런 반찬들이 상에 가득하다.

감칠맛 나는 불고기, 진한 붉은색이 감도는 제육볶음과 불 향 가득 기분 좋게 매운 더덕구이 입에 착 붙는 맛이 입안을 호사스럽게 한다.

특히 푸른빛이 감도는 어수리나물 솥밥은 어수리나물, 감자, 표고가 듬뿍 들어가 솥뚜껑을 열자 나물 향이 은은하게 난다. 밥을 그릇에 덜어내고 솥에는 물을 부어 놓으니 고소한 누른밥이 고소하니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준다.

이 집의 '어수리나물'에 대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재미있다.

'영월에 유배 온 단종대왕께서 처음으로 어수리나물을 맛보시고 꼭 정순황후의 분 냄새가 난다고 한 나물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유의 향과 맛, 식감을 온전히 맛볼 수 있는 봄나물이자 임금님에게 진상에 오른 귀한 나물입니다'라는 내용이다.

어수리나물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 집을 찾는 고객들에게 충분히 흥미를 끌게 하는 마케팅의 일종이라 하겠다.

문헌적 근거는 없지만 어수리는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나물의 왕(王)이라 하여 다스릴 어(御) 자에 줄 수(授) 자를 써 임금에게 드리는 나물, 즉 '어수리'라고 했다고 하는 설도 있으니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해 봄 직도 하다.

어수리를 단모백지, 개독활이라고도 하며, 방언으로 으너리, 어느리라고도 한다.

그런데 한문으로는 어수리나 구릿대 모두 '어수리 지(芷)' 자를 쓴다.

어수리와 구릿대는 비전문가는 쉽게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기는 하지만,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

어수리는 고문헌에 잘 보이지 않다가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은 『성호전집(星湖全集)』 제1권 석민부(釋憫賦)에서 "薇何處而可兮(미하처이가철혜) 고사리는 어디에서 캘 수 있으며 芷何處而可?(지하처이가국) 어수리는 어디에서 뜯을 수 있을꼬"라고 했다.

조선 선조 때의 문신이자 학자였던 조호익(曺好益, 15451609)의 문집인 『지산집(芝山集)』 「가례고증」 제1권에 보면 '옛날에는 오늘날의 향(香)이 없었다. 한(漢)나라 이전에는 단지 난초(蘭草)나 어수리풀[芷], 쑥[蕭], 발(?) 따위를 태웠다.'고 나온다.

KakaoTalk_20250707_100020058
어수리나물 솥밥./사진=김영복 연구가
이렇듯 어수리는 은근한 향(香)이 일품이며, 취나물 향이 조금 튀는 듯하지만 어수리 향은 은은해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귀한 산채(山菜)다.

그래서 그럴까? 박가네는 어수리나물밥 말고도 강원도의 명품 산나물 곤드레나물밥이 있지만, 필자는 두 끼나 어수리나물밥을 먹었다.

어수리는 봄에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뿌리에서 추출한 기름은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본 분류군에 속한 어수리속(屬)에 공통적인 특징인 것으로 밝혀졌고, 파낙시놀(panaxynol) 및 팔카리노디올(falcarindiol) 성분이 뿌리에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항염 작용과 혈액 응고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평창에 사는 군 입대 동기 노재일 군 부부가 필자가 맛있는 여행을 영월로 왔다고 하니, 영월까지 와 옛 영월 KBS였던 영월라디오스타박물관에서 만나기로 했다.

2015년 개관한 영월라디오스타박물관은 2006년 영화배우 안성기, 박중훈 등이 출연한 '라디오스타' 촬영지로 유명하다.

이곳은 라디오 역사 박물관이지만, 직접 라디오 방송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체험 박물관으로 인기가 많다.

DJ, PD, 작가, 엔지니어 등 방송에 꿈을 가진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는 좋은 관광지인 것 같다.

영월라디오스타박물관 입구의 카페는 푸른 나물들 사이 동강을 내려다보며 커피 한잔 하기에 좋은 곳이다.

영월 맛집 취재를 마치고 노재일 군의 차를 타고 평창에 사는 박종택 동기, 횡성 안흥에 사는 장용문 동기 부부를 모두 만나고, 찐빵으로 유명한 안흥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이번 맛있는 여행은 오랜 문우(文友)도 만나고 군(해병대) 동기들도 만나는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김영복 식생활연구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A대기업서 질소가스 누출로 3명 부상
  2.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운동선수 등을 위한 '새빛' 선사
  3.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4. ‘몸짱을 위해’
  5. 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지역 노사 엇갈린 반응… 노동계 "실망·우려" vs 경영계 "절충·수용"
  1. 대전상의-대전조달청, 공공조달제도 설명회 성료
  2. 성추행 유죄받은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촉구에 의회 "판단 후 결정"
  3. "시설 아동에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 제공"
  4. 김민숙, 뇌병변장애인 맞춤 지원정책 모색… "정책 실현 적극 뒷받침"
  5. 회덕농협-NH누리봉사단, 포도농가 일손 돕기 나서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