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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인 사회과학부 차장 |
학교에 도착하니 경찰과 소방이 와 있었다. 최악의 상황까지 떠올리며 학교에 도착했을 때 일단은 안심했다. 건물 밖에서 보이는 위험 징후는 없었다. 그러나 학교 안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는 건물 밖으로 나왔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외부에서 체험학습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 모여 있었다. 정오가 되자 전원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는 교내 방송이 나왔다. 흔들림이 처음 감지된 시점으로부터 3시간 만에 내려진 대피 명령이다. 영문을 모르는 갑작스런 상황에 일부 학생들은 많이 놀란 듯했다. 통제를 따르지 않는 학생을 들어 옮기는 어른들이 보였다.
6월 20일 학교 건물 안을 둘러볼 수 있었다. 건물 벽 여기저기에 금이 가 있다. 거의 모든 교실 모서리마다 균열이 있다. 학교를 둘러보는 많은 이들이 하나같이 놀라움을 토했다. 건물에 생기는 균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건물 붕괴 우려가 있는 구조적 균열과 그렇지 않은 비구조적 균열이다. 대전교육청은 대전가원학교 벽 곳곳에 있는 금이 비구조적 균열이라며 학교가 안전하다고 했다.
이 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이러한 안전을 믿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학교 곳곳의 금은 2012년 개교 이후 세월과 함께 날로 선명해졌다. 2023년 6월부터 8월까지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직전 겨울방학 동안 구조보강공사를 했는데 교실이 흔들렸다. 며칠간 불안에 시달리던 구성원은 결국 설문조사를 거쳐 학사일정을 조정했다. 계획보다 여름방학을 앞당겨 7월 7일 이른 여름방학에 돌입했다.
2023년 실시한 정밀안전진단은 '건물 증축'을 앞두고 구성원들이 호소한 안전 문제 때문이다. 앞서 곳곳에 난 크고 작은 균열과 누수에 걱정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2023년과 2025년 상반기 각각 건물 왼편과 오른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2025년 7월 막 증축공사 시작을 앞둔 시점에 건물이 흔들렸으니 앞선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여전히 신뢰하기 어려울 만하다. 결국 건물 왼편에 대해 예산 5000여만 원을 들여 다시 정밀안전진단을 하고 있다.
가원학교 문제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생각해 보니, 결국 또 다시 특수학교 부족이라는 원점으로 귀결된다. 가원학교는 개교 당시 24학급에서 현재 49학급으로 학생 수와 학급 수 모두 2배 이상 늘었다. 특수학교 설립은 더딘 와중에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위해 증축이라도 시급했다. 그러나 현재 이 학교 구성원들은 공간 부족으로 불편할지언정 불안전한 건물에서 불안하게 생활할 순 없다며 차라리 증축공사를 하지 않는 편까지 생각하고 있다. 애초에 이 학교 인원이 이렇게 늘지 않도록 다른 특수학교가 서둘러 문을 열었다면 어땠을까?
2026년까지 대전 서남부지역에 설립하겠다는 새 특수학교는 2028년 3월 개교 목표에서 1년 뒤인 2029년 3월로 시기를 재차 미뤘다.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7월 3일 3선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겨 보겠다고 했다. 실현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지만 또 다른 특수학교 신설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학교 안전은 교육의 시작이자 전제다. 흔들리는 교실은 단지 물리적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회를 물려주고 교육하고 있는지에 대한 신호기도 하다. 눈에 띄는 균열을 계속 방치한 채 불안을 키우고 과밀 특수학교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대전교육청은 이제라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차리고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 임효인 사회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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