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부여군수 “대전·충남 통합, 주민 삶 외면한 정치적 통합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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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부여군수 “대전·충남 통합, 주민 삶 외면한 정치적 통합 안 돼”

"기계적 통합·규모 논리 아닌 기능·가치 중심의 설계 필요“ 주장

  • 승인 2025-07-07 15:25
  • 김기태 기자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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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군수가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정치적 셈법에 의하거나 일방적으로 추진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정현 부여군수가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과 관련해 불쾌한 입장을 표명했다. 박 군수는 7월 7일 부여문화원 소강당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주민설명회'에서 "이번 통합 논의는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낙후된 지역의 삶의 질 회복과 지역 간 불균형 해소가 전제되지 않는 통합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주민들과의 설명회 자리에서 "행정통합은 누군가의 일방적 결정으로 이뤄져선 안 되며,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판단과 선택을 통해 완성되어야 할 미래 과제"라며 "설명은 명확해야 하고, 방향은 실감나야 하며, 통합 이후 우리 지역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도 공유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박 군수는 "정치적 셈법에 따른 통합이 아니라, 주민 삶의 질 개선과 실질적인 기능 조화를 중심으로 한 통합이 돼야 한다"며 "부여군을 포함한 충남의 서남부 농촌지역이 이 통합에서 얻을 게 무엇인지 전혀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설명회는 단순한 행정 절차나 형식적인 안내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궁금증을 명확하게 풀어주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며 "현재 진행 방식은 주민의 의견을 철저히 배제한 채 추진되고 있어, 통합이 가져올 변화와 이익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군수는 국민의 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주도하고 있는 통합 추진이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라며, "그럼에도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사실상 정치적 책략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기계적 통합, 단순한 규모 중심의 통합은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부여군처럼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에는 오히려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그는 "부여군민들과 공직자들이 통합 논의에 대해 궁금해할 기회조차 없었고,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설명이 부족했다"며 "열악한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외면한 통합은 절대 주민 동의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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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행정통합 설명회 패널
반면, 부여군의회 김영춘 의장은 "통합이 진정으로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정파를 떠나 고려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설명회 개최에 대한 문제의식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이종관 백제역사문화연구원장과 박종배 부여문화원장 역시 구체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진 않았으며, 통합이 이뤄진다면 광역철도망 구축, 백제고도육성, 농업 기반 확대 등의 실질적 이익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일반론적 입장에 그쳤다. 이로 인해 주민 대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한편, 설명회에 참석한 양경모 충남도의원은 "대전과 충남이 통합되면 인구 360만 명의 거대 특별시가 탄생하게 되며, 지역 내 총생산(GRDP)은 190조 원 규모로 확대된다. 이는 유럽의 크로아티아에 맞먹는 수준이며, 연간 약 8조 8000억 원의 예산 증가와 교부세 조정 등 실익이 크다"고 통합의 장점을 피력했다.

그러나 박정현 군수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왜 지금 이 시점에 이 통합이 추진되는지를 놓고 보면 결국 정치적 성격이 짙다"며 "법적·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부여군민들의 동의를 구하기는 어렵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지역 간 온도 차가 크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통합 추진 과정이 형식적 절차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성이 절실하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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