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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미 천안쌍정초 수석교사. |
귀한 아이들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훈육하기란 쉽지 않다. 자녀를 학교에 맡기고 여덟 명의 보호자가 지켜본다면 과연 누구든 아이의 교육을 담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따스하지만 단호한 훈육보다 아이 마음이 다치거나 다툼이 일어날까봐 걱정스레 바라보는 시선이 더 많다. 15년 전 담임 교사 때보다 너무 조심스레 학생들을 훈육하는 모습을 본다. 우리나라에 여러 교육 현상이나 사안이 있어 교권이 약해져 있는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울거나 학습 활동을 거부하는 아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책임질 줄 모르거나 다른 사람의 잘못만을 말하고 자신의 책임은 회피하며 꾸중을 들으면 토라져 마음을 열지 않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약해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직접 가르치는 교사의 힘듦은 더욱 크다. 짓궂은 행동으로 친구를 힘들게 한 것이 장난이라고 하면 교사로서 어디까지 훈육할지 범위와 정도를 규정하기도 어렵다. 예전에는 예의와 기초·기본 생활에 중점을 두고 책임감으로 다그치고 사랑으로 다가가 조목조목 가르쳤던 모습이 떠올랐다. 일 년간 성장한 모습이 대견해 등을 토닥이며 축하해주던 보람찬 그 모습이 새삼 그립다.
초등학생들은 오전 8시 30분부터 아침 활동, 수업, 급식, 하교까지 다양한 상황에 놓인다. 실험, 글쓰기, 발표 활동과 독서까지 하루 일정이 꽉 차 있다. 수업이 끝나도 방과후 수업이나 학원 수업 등 바쁜 학생들을 보면 아이들도 휴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마음의 양식을 쌓으며 호기심을 갖고 관심 분야를 살펴보며 자랄 여유가 없다. 어떤 사람으로 자라갈지 또래들과 게임이나 놀이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이런 초등학생들에게 어떤 훌륭한 가르침이나 훈육의 말이 통할 수 있을까? 뛰어놀 시간도 없는데..
맹자의 제자 공손추(公孫丑)는 군자가 아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를 묻자, 내 자식을 가르치기는 어려운 법이라면서 가르치는 사람은 반드시 바른 도리로 가르칠 테고 그래도 통하지 않으면 화를 내고 자식과 감정이 상하게 된다고 했다. 공자, 맹자 같은 현자도 자식 사랑에는 예외가 없고, 자녀 교육이 제자를 기르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실토했다.
급변하는 시대, 달라진 교육 현장(학생수 급감, 스마트 텔레비전, 에듀테크수업)에서 교사가 어떻게 가르치는지 조용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면 어떨까? 교사들도 여덟 명의 보호자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학생들의 성장 모습을 소식지나 사진으로 알려 소통해 가자. 같은 팀이 돼 교사들은 질문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을 연구하고 설계해 학생들이 튼실히 자라가도록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향이 아닌가?
에잇포켓 키즈(8-Pocket kids), 알파 세대는 지적 능력은 높으나 자기 주변 정리나 협력적 태도 등 기본 생활 역량은 낮아졌다고 한다. 아는 것을 실행하도록 가정과 학교는 협력해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처럼 한 아이를 키우는데 모두 나서자. 내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잘못만을 악의적으로 표현하거나 불신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아이들이 믿고 자라갈 주체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가정과 학교, 지자체가 한마음으로 소중하고 귀한 아이들을 미래 인재로 자라가도록 초심으로 돌아가 따뜻하게 온 힘을 다해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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