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성공과 와신상담(臥薪嘗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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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성공과 와신상담(臥薪嘗膽)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07-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와 월나라에 얽힌 이야기 하나 들춰보자. 패권 다툼이 심하기도 했지만, 훗날 교훈이 되는 일이 많아서일까, 당시에 만들어진 고사성어가 무수히 전한다.

오왕 합려(閤閭)가 월나라 공격 중에 손에 부상을 입었다. 그 부상이 악화되어 결국 죽는다. 왕위 계승자 태자 부차(夫差)는 장작더미위에 누워 자며, 문 앞에 사람을 세워, 아버지의 원수를 잊지 않도록 항시 일깨우게 했다. 이 판에 월왕 구천(句踐)이 공격하였다가 패배하여 항복한다. 병법의 대가 오자서(伍子胥)가 구천을 죽여 후환을 없애라 조언했지만, 이미 뇌물에 넘어간 백비(伯?)가 두둔하여 살려준다.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처소에 돼지 쓸개를 걸어두고 늘 핥으며, 쓴 맛으로 구천에게 당한 치욕을 잊지 않도록 한다. 여기에서, 섶에 누워 자고 쓸개의 맛을 본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말이 나왔다. 절치부심 재기를 노린다는 의미다.



백비는 오자서가 추천한 인물이다. 그의 인물됨을 알아본 피리(被離)가 눈길은 매와 같고 걸음걸이는 호랑이와 같아(鷹視虎步) 필시 살인을 할 관상이니 조심하라 조언한다. '응시호보'는 생김새가 험상궂고 무서울 뿐만 아니라 성질이 흉악한 사람의 형용이다. 오자서는 같은 병이 있으면 서로 아파하고, 같은 근심이 있으면 서로 위로(同病相憐 同憂相救)한다며 흘려 넘긴다.

구천의 책사 범려(范?)는 미인계를 준비한다. 이때 선발된 미녀가 중국 4대 미녀 중 하나로 꼽히는 서시(西施)이다. 그녀를 바라보던 연못의 물고기가, 미모에 놀라 헤엄치는 것을 잊어 가라앉았다하여 침어(侵漁)라는 별칭이 붙었다. 범려의 철저한 교육과 훈련으로 지성까지 겸비한 서시는, 오나라로 보내지자 곧바로 부차의 총애를 받는다.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벌이고 대군을 조련하는 등 나라가 재정파탄에 이르게 하고, 간신 백비까지 포섭, 오자서를 모함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다. 오자서가 죽은 10여년 후, 천하의 패자를 꿈꿨던 부차는 궁지에 몰려 자살한다. 서시는 나라를 기울게 하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이었던 셈이다.



오나라가 패망하고 구천이 천하의 패권을 차지하자 범려는 서시와 함께 사라진다. 숨어 살았다거나, 서시가 부차를 따라 죽었다, 부부가 되어 제나라에서 장사로 크게 성공하여 거부가 되었다는 등 여러 설이 전한다. 구천의 곁에서 떠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구천이 '어려움은 함께 나눌 수 있지만 즐거움은 함께 나누지 못할 사람'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구천뿐이 아니다. 권력자가 되면 더 많은 것을 독식하기 위해 주변부터 청소해나간다. 궁색할 때 서로 돕다가도 상황이 호전되면 비정하게 배신하거나 내치는 것이다. 따라서 지혜로운 사람은 그 권력을 나누려 하지 않고 알아서 떠난다.

생명체에는 생로병사가 있고, 모든 일에는 흥망성쇠가 있다. 무생물은 몰라도, 영구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 일었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거나 조정, 대체재의 창출로 이어간다. 개인이나 조직의 운용에 적용 또는 활용된다. 잠시 잊거나 외면하다보니, 극복 방안으로 전략이니, 철학이니, 거창하게 운운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기본적인 현상의 정리요 확인일 뿐이다.

자리 차지가 이루어지면 영원할 것처럼 처신한다. 백년 남짓한 삶이요, 십년도 못가는 자리다. 오히려 당사자보다 주위에 있는 사람이 더 야단법석인 경우도 있다. 마치 자신만의 세상인양 볼썽사납게 설친다.

논공행상이란, 공의유무, 크기에 따라 걸맞게 포상하는 것이다. 칭찬하고 격려하는 일이야 얼마나 좋은가? 자리로 주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주는 것이다. 더하여 재물이 되기도 한다. 적재적소에 걸 맞는 인재 등용이 인사 아니던가? 자리가 전리품인가? 보상으로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성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다. 어려움의 극복을 위해 노심초사 하던 이상으로 미래에 대한 배려와 준비로 절치부심해야한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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