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발상지, '공무원 시험'이 문화가 된 산동
산동성은 공자와 맹자의 고향으로, 유교 사상의 핵심 지역이다. '학이우즉사(배우고 출세해야 한다)'라는 전통 가치관은 산동성 사람들의 진로 선택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산동성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국가의 월급을 받는 일'이 가장 체면 있는 일로 여겨졌으며, 부모 세대는 기업 취업을 '불안정한 선택'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짙다. 이로 인해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않으면 집에 가기 어렵다"고 토로할 정도로 가정의 압박을 받는다.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공시 열풍'
경제 구조와 지역 특성도 이 열풍을 부추긴다. 산동성은 제조업, 농업 등 전통 산업 비중이 높고, 고소득 민간 기업이 많지 않아 체제 내 안정된 직업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특히 공무원 신분은 산동성의 '지인 사회' 속에서 존경과 신뢰의 상징으로 통하며, 결혼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다. 실제로 2023년 산동성 공무원 시험에는 약 40만 명이 지원했으며, 평균 경쟁률은 70:1에 달했다.
2024년 국가 공무원 시험에서도 산동성 지역의 평균 경쟁률은 85:1을 기록, 가장 인기 있는 직위는 무려 2,000:1의 경쟁률을 보이며 '공무원 시험 열풍'이 여전히 식지 않았음을 방증했다.
지역 문화의 양면성
산동성의 공무원 문화는 교육을 중시하고 책임감을 강조하는 유교 정신의 긍정적 산물이다. 체제 내에서 안정적인 인재를 꾸준히 배출하며, 공공 서비스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 집착이 지나치면 청년들의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억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젊은이들은 "산동의 끝은 공무원 시험, 공무원 시험의 끝은 합격 실패"라며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통과 변화의 길로
최근, IT와 신산업이 성장하며 일부 산동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 외의 길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교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가족의 기대'와 '국가를 위한 책임감'은 여전히 산동 사람들의 직업 선택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
산동의 공무원 열풍은 단순한 취업 경쟁을 넘어, 전통과 현대가 부딪히는 중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손가이리 명예기자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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