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합종연횡의 미중대결 구도 속 한국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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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합종연횡의 미중대결 구도 속 한국의 선택은?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 승인 2025-07-20 16:52
  • 신문게재 2025-07-21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덕균균
김덕균 소장
중국 전국시대 일곱 나라의 치열했던 생존경쟁은 한마디로 '약육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가장 강력했던 서쪽 진나라의 영토 확장에 위기를 느낀 여섯 나라가 힘을 합쳐 대항하자는 합종설이 생존의 몸부림이었다면, 전국 통일의 열망을 안고 각각의 나라와 동맹을 맺으며 조금씩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진나라의 대응은 연횡설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합종연횡설은 각 나라마다의 실리와 생존을 위한 복잡한 퍼즐게임이었지만, 결국 진나라의 연횡설이 힘을 발휘하며 6개 나라 모두가 진나라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진나라의 전국통일 이면에는 군사적 힘만이 아닌 이런 외교적 전략 전술도 함께 작용했다.

미국 트럼프정부의 관세정책과 각 나라마다의 대응책을 보면 전국시대의 합종연횡설이 떠오를 정도로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다. 미국의 초강력 관세정책에 따른 각 나라마다의 생존해법이 간단치 않다는 뜻이다. 미국의 정책은 개별 국가와의 개별적 접촉을 통한 최대한의 실리를 챙기려는 진나라의 연횡책에 가깝고, 이에 대응하며 자국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나라들 간의 상호 물밑협상은 합종설에 가깝다.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주변 국가들과 연합해서 공동전선을 펼치려는 작전이다. 이미 공동전선이 마련된 EU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오래전부터 제3세계국가들에 공을 들여온 중국의 광폭행보도 눈에 띈다. 미국과의 관계 속에 국가안보라는 민감한 문제와 맞물려 있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드러내놓고 내색은 못하지만, 중국과는 동병상련의 입장이다. 다행히 한국은 실리정책을 우선으로 내세운 새 정부가 들어서며 한중관계개선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고, 중국의 전과 다른 적극적인 대외정책도 여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의 대외정책은 광폭행보로 드러나고 있는데, 가깝게는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중동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이고, 멀게는 아프리카와 중남미국가들과의 만남과 협력을 통한 대외정책의 확장이다. 비근한 예로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최고지도자들을 북경으로 초청해서 성대한 환영식과 접대를 한 것은 국제적 존재감이 미미했던 중앙아시아국가들과 아프리카 약소국들의 자존심을 한껏 세워주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전 세계 상당수 국가들이 미국의 실리외교에 눈치 보며 전전긍긍할 때 중국은 이들 국가들을 상대로 관대한 친선외교를 펼치며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한 것이다. 물론 이들 국가 상당수가 중국의 신 실크로드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깊이 들어가 있는 나라들이기 때문에 이미 중국과는 친선관계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일방적 관세정책에 부담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던 차에 중국의 따뜻한 환대와 대접은 국제관계의 또 다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중국이 제3세계국가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미국에 강력 맞대응하겠다는 뜻이고, 또 포용외교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지 정치 경제 외교현장에서만이 아닌 순수 인문학분야인 공자와 유교사상관련 국제학술대회에서도 확인가능하다. 매년 산동성 곡부 공자고향에서 개최되는 '니산논단'에 금년에는 70여개국 5백60여명의 학자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발표자 가운데에는 아프리카에서 온 연구자들도 상당수 있었고, 제3세계 국가들의 정상급 관료들과 외교관들도 대규모로 참석했다. 인구 55만의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몰디브의 부통령과 캄보디아의 국무대신이 참석해서 내빈 축사를 한 것은 눈에 띈다. 중국의 대외관계정책이 인문분야에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렇게 미국의 공격적 실리외교와 중국의 광폭외교가 대결적 구도로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때 '논어'에서 말하는 '화해가 우선이고 꼭 같지 않아도 된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가치가 의미 있지 않을까. 개념상 화(和)는 친(親)에 가깝기는 하지만, 이럴 때에는 친미, 친중 한쪽에 쏠리는 것보다는 반미, 반중의 극단적 판단과 생각을 갖지 않는 것이 오히려 화(和)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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