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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 오브 킹스' 포스터. |
영화에서 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막강합니다. 영화를 분류한다면 결국 서사 영화와 그 나머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미지나 음향, 편집 등이 강조된 영화들 역시 서사적 틀을 배제하고는 대중 관객과의 접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는 아니지만 영상의 범주에 속한 광고나 뮤직 비디오 등도 서사성을 기반으로 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야기의 기원이 신화나 전설, 민담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특히 서양 서사의 두 기원이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경임은 분명합니다. 이른바 서양 문명의 두 축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핵심에 이들 서사적 기원이 자리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야기가 지닌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만합니다.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왕들의 왕으로 불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기존의 왕들과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막강한 권력과 무력, 영향력으로 사람들 위에 군림하며 억압적으로 통치하는 세속적 권력과 달리 온 인류의 죄와 슬픔, 아픔을 대신 감당하며 십자가를 지고 죽은 예수. 사흘 만에 부활하여 영원한 소망을 준 존재로서의 왕을 소개합니다.
역사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온 시점이 이스라엘이 로마의 식민지로 있을 때였음은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팍스 로마나로 불리는 힘에 의해 만들어지고 지탱되는 평화와 지극히 대비되는 하늘의 평화, 희생과 섬김에 의한 평화는 세상 사람들이 한 번도 누리지 못했던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지만 결핍된 대상이야말로 서사의 근본적 동인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가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고 애니메이션으로 출현하기까지 한 본원적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영화에서 줄곧 이어지는 중요한 장치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들의 영원한 소망과 우리가 사는 세상의 결핍에 대해 성찰하고 숙고할 수 있습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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