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소목장, 전통을 짜맞추다…'木, 짜임과 이음' 전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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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소목장, 전통을 짜맞추다…'木, 짜임과 이음' 전시 개최

대전전통나래관서 10월 12일까지 소목장 전시 개최
대전무형문화제 제7호 방대근 보유자, 전승교육사 김영창 참여

  • 승인 2025-07-24 16:50
  • 신문게재 2025-07-25 10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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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전통나래관에서 10월 12일까지 열리는 소목장 전시 '木, 짜임과 이음' 포스터./사진=대전문화재단 제공
'문화는 사람의 손끝에서 태어난다'는 말처럼 무형유산은 누군가의 오랜 손길과 인내 속에서 오늘에 이른다. 대전은 다양한 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한 도시다. 그중에서도 장인의 정직한 땀이 배어 있는 '소목장(木匠)'의 세계는 도시의 무게감과 조용한 기품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자산이다. 대전무형문화재 제7호 소목장 방대근 선생의 삶과 이를 조명하는 2025년 대전전통나래관 기획전시 '木, 짜임과 이음'을 통해 그 세계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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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 짜임과 이음' 전시에 배치된 방대근 보유자의 작품./사진=최화진 기자
대전 전통문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소목장(小木匠)'이라는 단어와 마주하게 된다. 건축을 다루는 대목장이 아니라, 생활 가구를 만드는 소목장. 나무와 나무를 끼워 맞추는 전통 짜임 기법으로 장, 궤, 문갑, 서안 등을 만드는 목공예 기술자다.

현재 대전에는 시 지정 무형문화재로 인정된 소목장이 한 명 있다. 1999년 대전무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된 방대근 장인이다.

대전문화재단은 이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전 '木, 짜임과 이음'을 오는 10월 12일까지 소제동에 위치한 대전전통나래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공예품을 전시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전이라는 도시가 보유한 대표 무형유산 중 하나인 '소목장'이라는 직업과 그 기술의 전승 현황을 보여주는 사례 전시이기도 하다.

▲ 56년간 한 길, 대전의 대표 소목장

방대근 장인은 올해로 작업 56년째를 맞았다. 1952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17세이던 1968년, 지역의 유명 농방(農房) 권세병 문하에 입문했다. 손재주가 뛰어나 스무 살 무렵 스승에게 연장을 물려받았고, 1982년 대전으로 내려와 '민속농방'을 열었다.

그가 대전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전통가구를 제작한 지 40여 년이 흘렀다. 초기엔 생계조차 버거웠다. 하지만 전통을 고수하며 '전국 공예대전', '전승공예대전' 등에서 꾸준히 수상했고, 대전 숭현서원과 운현궁, 경복궁, 백제 무령왕릉 숭모전 등 복원 사업에도 참여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방대근 장인의 작업은 전통기법을 철저히 따른다. 못이나 본드를 사용하지 않고, 나무와 나무를 짜 맞추는 방식이다. 결을 살리기 위해 직접 제작한 공구를 사용하고 도색보다 원목의 색감과 문양을 우선시한다.

▲ 느티나무, 가구의 출발점

방 장인이 가장 선호하는 재료는 느티나무다. 오래된 수령, 촘촘한 나이테, 기름기 도는 표면, '용목'이라 불리는 불규칙한 곡선 무늬 등, 전통가구가 갖춰야 할 재질적 조건을 고루 갖춘 재목이다.

전통가구에는 재료에 따라 역할이 정해진다. 기둥 역할을 하는 '골재'에는 단단하고 질긴 나무가, 상판이나 문짝 역할을 하는 '판재'에는 결이 고운 나무가 사용된다. 무늬와 색감을 강조하는 '부재'에는 감나무나 먹감나무 같은 나무가 들어간다.

나무를 구하는 것도 기술이다. 100년 넘는 원목은 보호수로 지정돼 쉽게 벌목할 수 없다. 대부분은 수몰지역이나 고사목, 폐가의 오래된 기둥을 구해 사용한다. 구해온 나무는 몇 년간 자연 건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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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 짜임과 이음' 전시에 배치된 김영창 전승교육사의 작품./사진=최화진 기자
▲ 전시로 만나는 '기술의 맥'

지난 6월 26일부터 10월 12일까지 대전전통나래관에서는 이 소목장을 주제로 한 기획전시 '木, 짜임과 이음'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대전 무형문화재 제7호 방대근 소목장과 그의 제자이자 전승교육사인 김영창 장인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전시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방대근 장인의 작품은 전통적인 짜임기법과 목재 고유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낸 전통 목가구의 정수를 보여준다. 문갑, 궤, 사방탁자 등 사랑채 가구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나무 본연의 색감과 결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반면 김영창 장인의 작업은 전통기법에 기반하면서도 현대적 디자인 감각이 뚜렷하다. 간결한 선, 대칭적인 구성, 절제된 장식으로 이뤄진 그의 가구는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 장인의 스타일은 대비를 이룬다. 방대근이 나뭇결과 질감을 최대한 강조하며 고목의 숨결을 살려내는 방향이라면 김영창은 현대 인테리어 감각에 부합하는 실용성과 시각적 정돈미를 중시한다. 방대근의 작품이 손때 묻은 세월을 연상케 한다면, 김영창의 가구는 전통의 틀 안에서 트랜드를 소화한 현재형 전통으로 읽힌다.

이번 전시에는 여인태 도예 작가도 참여했다. 여 작가는 전통 도자기 형식을 바탕으로 한 테이블웨어와 소형 오브제를 출품했는데 그의 작품은 두 소목장 장인의 목가구 사이에서 균형감을 잡아주는 조형적 장치 역할을 한다.

방대근 장인은 전통 짜임기법의 철저한 실천자다. 못이나 접착제를 쓰지 않고 오직 끼움과 맞춤만으로 짜는 그의 방식은 수십 년을 건조한 느티나무, 먹감나무 같은 재목을 사용해 나뭇결 자체로 장식미를 이끌어낸다.

그의 대표작은 문갑, 궤, 서안 등 선비문화의 상징으로 읽히는 사랑채 가구들이다. 장식은 없지만, 가구 하나하나에 정제된 긴장감이 흐른다.

그는 항상 나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나무의 특성을 알고, 그 나무가 원했던 용도에 맞게 형태를 불러내는 것이 그만의 기술인 것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것으로 각 시기별 작업방식의 변화를 살필 수 있다. 특히 운현궁, 경복궁, 무령왕릉 숭모전 복원에 참여하며 익힌 궁중 가구 양식이 방 장인의 서안과 경상에 녹아 있다.

김영창 장인은 방대근 장인의 제자이자 자신만의 감각으로 전통 가구의 현대적 계승을 시도하는 중견 장인이다. '대전시 공예품대전', '전통미술대전' 등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이미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의 가구는 '기능성'을 키워드로 한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색상의 목재를 활용하며 선과 면을 최대한 단순화해 시각적으로도 편안한 구조를 이룬다. 특히 작은 가구일수록 김 장인의 디자인 철학이 잘 드러난다. 서안과 소반, 탁자 등은 현대 주거공간에서도 무리 없이 어울리는 비례와 높이로 제작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손잡이 위치나 다리 구조에 변화를 준 작품들이 다수 소개됐다. 전통의 정신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쓰임을 고려한 설계다.

▲ 전통의 오늘, 그리고 다음 세대

방대근 장인은 현재 전수교육생 3명을 두고 있다. 김영창 장인을 비롯해 공방 운영 중인 윤호상, 이재현이 그들이다. 기술 전수는 3년 단위로 운영되며, 이후 독립 공방 개설을 목표로 한다.

방 장인은 "전통이 이어지려면 생계가 가능해야 한다"며 "제가 잘 하는 것보다 사람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전통나래관은 매년 무형문화전수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소목장 수업을 운영 중이다. 전시와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는 이 공간은, 전통이 현재와 연결되는 현장이다.

이번 '木, 짜임과 이음' 전시는 그 연결의 증거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초대장이기도 하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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