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상상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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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상상의 차이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07-2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포르투갈공화국은 국토 면적 9만2090㎢의 작은 나라로 남유럽 이베리아 반도 서쪽 끝에 위치해 있다. 국토크기는 우리와 비슷하지만 인구는 천 만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세계 92위이다. 오늘날 GDP로 보면 세계 45위에 불과하지만, 15, 16세기 대항해 시대에는 스페인과 더불어 세계를 분할할 정도의 해양 강대국이었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에 식민지를 두었다. 브라질, 아소르스 제도, 모잠비크, 앙골라, 상투메 프린시페, 카보베르데, 기니비사우, 동티모르, 마카오 등이 주요 식민지다. 당시 인구 100만에 지나지 않는 작은 나라가 이루어낸 놀라운 결과다.

대서양과 지중해의 경계에 있던 포르투갈의 상상력은 바다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가 무역로와 정치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었고, 주변엔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인이 설정해 놓은 '세상의 끝'을 허무는 것만이 제한 된 땅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 모험이 이루어진 것이다. 바르톨로뮤 디아스(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발견), 바스코 다가마(인도항로 개척), 페드루 알바르스 카브랄(브라질을 포르투갈령으로 만듦), 페르디난드 마젤란(인류 최초의 세계일주) 등 수많은 탐험가가 배출된다.

송규봉 저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에 의하면 16세기 당시 해외로 진출한 포르투갈인의 규모는 10만 여명으로 추산한다. 남자로만 따지면 35퍼센트요, 당시의 평균수명 대비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로 볼 때 성인남성의 절대 다수가 동원된 것이다. 말하자면 총 역량의 집중투자인 셈이다. 그 결과, 유럽의 변방이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으며 항해기술, 지리정보를 선점하였다. 발상의 전환이자 상상력이 만들어낸 운명의 변화요 개척이다.

그 이전 중국 명나라엔 세계를 흔들어 놓은 정화(鄭和)란 인물이 있었다. 그는 1405년 가을 217척의 선단을 이끌고 첫 원정길에 나선다. 선박 건조기술이 유럽보다 앞서 있었으며, 이미 나침반이 사용되었다. 정화의 함대는 자바, 수마트라, 스리랑카, 케랄라와 남서 인도를 방문하여 외교 관계를 맺고 보석, 생강, 후추, 계피 등 향신료 교역을 한다. 5차 남해원정에는 아라비아를 거쳐 아프리카 말린디까지 이른다. 1450년 태평양 지역 탐사 후, 돌아오는 길에 예순둘의 나이로 정화가 세상과 하직한다. 1455년 정화의 마지막 원정을 기점으로, 세계에 열어놓았던 중국의 문이 닫혀버린다. 유럽과 반대로 항해용 선박 건조 금지 칙령을 발표하고, 어긴 자는 사형에 처한다. 유럽이 문 열 때 중국은 닫은 것이다. 물론, 내부적으로 북쪽 이민족의 침략에 대한 방어, 농민 봉기와 같은 정치 불안이 있었다. 이러한 내륙지향적인 정책의 변화는 결과적으로 중국이 세계사의 큰 흐름에 뒤처지게 한다.



대항해시대인 1543년 일본에는 포르투갈 모험가 페르낭 멘데스 핀투가 일본 규슈 남쪽 다네가시마에 표류 끝에 도착한다. 섬의 영주에게 화승총을 선물했다. 1548년 50명으로 구성된 조총부대가 기록에 전하며, 1566년 30만 정 이상의 조총이 보급된다. 불과 23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조총 대량 생산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 조총으로 한반도 복속과 중국대륙 진출이 시도된다.

적극적인 선진문물 수용과 나라의 역량강화가 만들어낸 결과다. 1589년 황윤길 일행이 일본을 다녀올 때 쓰시마 도주로부터 조총 몇 자루 선물 받아왔으나,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세계에 대한 상상력 차이가 컸던 것이다. 하멜이 도착한 때에도 그에 대한 대처에서 큰 차이가 확인된다. 조선에서는 불온한 침입자로 대하며, 취조 대상으로 14년이나 유배와 감금을 한다. 탈출하여 일본에 도착하자 선진문물의 전파자, 귀빈으로 대우하며 수많은 정보를 얻어낸다. 이러한 자세가 문화로 이어져, 유럽 및 동남아시아 국가와 통상하고 유학생을 파견하며 근대화가 이루어진다. 마침내 일본의 꿈이 태평양 건너 드넓은 세계로 치달은 것이다.

우리는 어땠나? 그저 우물 안 개구리였다. 내부로 향한 우리끼리의 아귀다툼만 있었다. 밖을 보지 못하고, 밖에서 바라보지 못한다. 조선의 상상력은 중국이라는 만리장성에 갇혀 사방으로 뻗어나가지 못한다.

오랫동안 세계의 평화와 인류공영이 상정 되어 왔지만, 그에 대한 상상의 날개는 펴지 못한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자기 자신과의 소통에 인공지능이 추가되었다. 모든 것이 관계 속에 있다. 네트워크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 한다. 상상하면 이루어지는 시대다. 우주항공 시대에서 상상 시대로의 전환, 이성 중심에서 상상중심으로 사고의 대전환이 있어야하다. 함께해서 행복한, 고아한 삶에 대한 더 많은 상상이 필요하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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